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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14:42

"동기가 불순하니까 영어를 못하지"

'실용'영어라느니 영어몰입교육이라느니 해서 또 난리다. 높으신 분들이 한마디 할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가끔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시장을 미래성장동력이자 내수시장 활성화의 첨병으로 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영어는 이제 한국인들에게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가 됐다.
그럼에도 영어를 정말 잘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다. 모두가 영어를 배우겠다고 난리를 친지 몇십년이 됐는데도 그 모양이다. 우리는 첫단추부터 잘못 꿴 게 아닐까. 영어를 배우려는 동기 자체부터 잘못된 건 아닐까.
2003년 8월8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글을 다시 꺼내본다. 지금 읽어도 시의성이 충분해 보인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시의성을 높여주신 '어린쥐' 여사와 '2MB'께 감사드린다.



한미연합회(KAC) 센서스정보센터 유의영(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소장이 지난 7월 18일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연방 인구통계자료상 사회·경제성향 분석자료(언어 사용)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가구 내 '14세 이상 외국 태생 남녀 모두 적어도 영어구사에 다소나마 어려움을 겪는' 언어적으로 고립된 경우를 따져본 결과, 한인들이 가장 많은 36.34%를 기록해 아시아계 평균치 24.13% 보다 월등히 높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왜 영어를 못하는가? 많은 한국 사람들은 시험만 위주로 하는 교육제도 탓으로 돌린다. 어떤 이들은 어순이 완전히 틀린 언어구조 차이에서 답을 찾는다. 연습 상대가 없는 열악한 환경을 탓하기도 하고 재능이 없다느니 나이가 너무 많다느니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2003 한국학 국제학술대회에서 "세계화와 폐쇄성: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영어붐"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브라이언 마이어즈는 "그건 핑계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학교 교육이 아무 도움도 안되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수동적인 지식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외국어를 배울 때 어순이 결정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한국어를 배울 때도 어순보다는 연결어미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 재능이니 머리니 하는 것도 근거가 전혀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악의 조건에 있는 사람이 최상의 조건에 있는 사람보다 외국어를 더 잘 배울 수도 있다. 중국의 시골에 사는 30대 농부가 미국에 사는 멕시코계 청소년보다 영어를 더 잘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세이다."

그는 "뿌리깊은 한국인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것이 영어를 조금이라도 잘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문화를 알려는 마음이 있어야 외국인과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야 외국어를 배워야겠다는 강한 동기가 저절로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인만큼 영어 배우는 데 열중하는 나라는 처음 봤다"는 마이어즈 교수는 "하지만 투자하는 돈과 노력에 비해 성과는 극히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한국인들의 영어 붐은 도깨비 방망이 찾기"였다고 혹평한 마이어즈 교수는 "한국의 영어 붐은 미국의 다이어트 붐과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영어열풍과 다이어트열풍은 닮은꼴

그는 "한국의 영어산업과 미국의 다이어트산업은 나날이 발전한다. 하지만 한국인 대부분은 영어를 못하고 미국인 가운데 70%는 뚱보"라면서 "진정한 열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인 가운데 열정을 갖고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은 극소수다. 

"한국 학생들은 먹기 싫은 약 억지로 먹듯이 영어를 배운다. 영어 수업시간에도 교사가 영어로 물어보면 어떻게 하든 대답을 안 하려고 하고 대답도 최대한 짧게 끝낸다. 심지어 비행기를 탈 때 외국인 없는 자리로 바꿔 달라고 스튜어디스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영어 붐과 다이어트 붐의 또 다른 공통점은 쉬운 방법만 찾는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영어책 가운데 가장 자주 들어가는 광고나 제목이 마법이니 기적이란 말이다. 고함을 꽥꽥 지르면 영어에 통달할 수 있다는 곳, 프리토킹만 하면 영어가 자동으로 된다는 곳, 호흡 구조만 바꾸면 영어도사가 된다는 곳, 구강 구조를 바꾼다고 혀 절제수술을 하는 병원 등등 모두가 쉽게 쉽게 배우려고만 한다. 마치 머리 뚜껑을 열고 영어를 집어넣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 같다."

마이어즈 교수는 환경이나 교육체계보다도 긍정적인 자세가 외국어 공부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려면 강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는 그것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융화동기이다. 자신이 배우려는 언어나 나라에 흥미를 가져야 언어를 잘 배울 수 있다. 그는 자신이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를 예로 들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신선했다. 처음보는 한글도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한국말을 잘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했다. 지금도 나는 날마다 한국어 교재를 다시 읽으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두 번째는 수단동기이다. 외국어를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수단동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인들이 수단동기만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그 수단동기도 수능, 취업, 고시 같은 일시적인 이벤트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마이어즈 교수가 보기에 대다수 한국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동기는 극히 도구적이다. 다른 문화와 융화하고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학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영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독일인은 외국인과 말하기 위해 영어를 배운다. 한국인은 영어 배우기 위해 외국인과 말한다."


마이어즈 교수는 지난 10여년 한국에 불었던 영어 붐 결과 "영어 잘하는 사람은 별로 늘지 않고 오히려 국어만 파괴되었다"고 비판했다.

"영어 단어를 말 중간에 섞어 써야 교양있고 유식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인식만 생겼을 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말은 잡탕말'이라고 했다는데 일리 있는 말이다. 뉴스 앵커가 울타리를 펜스(그것도 f를 p로 발음해서)로 표현하는 것을 봤다. 왜 아름다운 울타리란 말을 두고 펜스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한국말을 파괴하는 것이 세계화인가?" 

2003-08-08 15:01

당시에 오마이뉴스에 썼던 기사 원문을 보시려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37806&PAGE_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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