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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5 17:25

양심불량 쌍방대리 사라질까



쉽게 말해 쌍방대리는 변호사가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양심불량이자 배임죄에 해당한다.

쌍방대리를 한 쪽에선 소문을 내지 않는다. 신기한 건 쌍방대리로 피해를 입은 쪽도 소문을 내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SK-소버린 사건 당시 SK에서는 쌍방대리로 논란을 일으킨 김앤장 법률사무소에게 분식회계로 구속된 최태원 회장 사건의 2심까지 맡겼을 정도다.

왜 그랬을까. 쌍방대리를 하는 쪽이 힘이 너무 강해서 보복을 두려워하거나 얘기해봤자 자기만 바보소리 들을까봐 그런걸까?

취재 도중 한 유명 IT회사가 쌍방대리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를 접했다. 이것저것 찾아보니 심증이 갔다. 그 회사 법무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법무팀장은 전화통화조차 거부했다. 홍보팀장을 통해 왜 쌍방대리가 아닌지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나는 피해자를 피해자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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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전관예우를 막고 법조 윤리 를 확립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 설립된 법조윤리협의회 출범식 모습. (사진출처=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A회사를 자문하거나 사건을 수임하던 로펌이 어느날 A회사의 분쟁 당사자인 B회사의 대리인으로 나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회사의 민감한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게임의 규칙은 무너지기 십상이다. A회사는 사기를 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나아가 법조계 전체가 신뢰를 잃게 된다.

변호사법 제31조는 “변호사는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상의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그 직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것이 바로 ‘쌍방대리 금지 원칙’이다. 변호사윤리장전 17조도 쌍방대리 금지를 명문화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양 당사자를 동시에 변호하는 것은 변호사의 기본 직무에 어긋날 뿐 아니라 한쪽 의뢰인한테서 얻은 정보를 다른 의뢰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등 변호사 윤리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쌍방대리는 실제로 발생했고 그 때마다 사회적으로 격렬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법외로펌도 쌍방대리 금지’ 명문화

쌍방대리 금지 규정을 강화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대통령의 공포 절차를 거친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이 쌍방대리 논란을 근원적으로 예방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법개정을 환영하면서도 “쌍방대리는 기존 법조항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었다.”면서 “결국 당국의 ‘의지’가 관건”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개정안은 “법무법인ㆍ법무법인(유한)ㆍ법무조합이 아니면서도 변호사 2명 이상이 사건의 수임ㆍ처리나 그 밖의 변호사 업무 수행 시 통일된 형태를 갖추고 수익을 분배하거나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법률사무소는 하나의 변호사로 본다.”고 규정했다.

법무부 이건태 법무과장은 “인가받은 법무법인은 아니지만 사실상 합동 형태로 운영되는 곳은 쌍방대리에 대한 법규정이 없는 허점이 있었다.”면서 “이번 개정으로 기존에 적용을 받던 개인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법무조합 뿐 아니라 공동법률사무소도 쌍방대리 금지 대상으로 확대적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윤리 논란 일으키는 쌍방대리

서울지방변호사회 하창우 회장은 지난달 22일 차한성 대법관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공동법률사무소의 경우에도 쌍방대리라든지 사건수임 제한에 관한 규정이 변호사법 31조 1호나 2호가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개정 법안에서 쌍방대리 규정을 강화하게 된 것은 그만큼 공동법률사무소의 쌍방대리가 그간 법조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진로-골드만삭스 사건과 SK-소버린 사건이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이면서도 공동법률사무소 형태인 김앤장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쌍방대리가 본격적인 사회적 논란이 된 것은 진로 파산과 매각 과정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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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이코노미21

진로는 1997년 화의 개시 신청을 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이를 맡아서 처리했다. 진로는 이 과정에서 외자유치를 추진했으며 골드만삭스가 외자유치와 재무 관련 컨설팅을 했다.

그 후 진로의 채권을 매입해 최대 채권자가 된 골드만삭스는 2003년 화의 조건 일부를 이행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결국 2004년 서울고등법원은 법정관리를 최종 인가했고 당시 장진호 회장은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골드만삭스는 페이퍼 컴퍼니인 레스타무스를 만들어 채권을 매입했고 이후 이것을 세나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로 넘겼다.채권 양도와 양수를 모두 담당한 곳이 바로 김앤장이었다.

세나는 부장판사 출신 김학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는데 재판 도중 세나 쪽에서 법원에 보낸 팩스 문서의 발신처가 김앤장으로 드러나면서 김앤장이 진로와 골드만삭스 양쪽을 쌍방대리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진로 측 이대순 변호사는 “당시 재판부도 재판 과정에서 김학대 변호사에게 ‘당신은 모를 테니 김앤장에 자료를 내라고 하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2003년 SK와 소버린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도 김앤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수감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으면서 동시에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쌍방대리가 논란이 됐다. 당시 김앤장은 “한차례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했을 뿐 소버린과는 법률자문이나 법률대리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법무법인 덕수 소속으로 김앤장과 함께 최 회장 사건을 맡았던 이 변호사는 “소버린이 주식매수를 공표하고 나서 알아보니 김앤장이 대행한 사실을 산자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다.”면서 “주식취득 신고가 늦어 서두르다 보니 실수로 이름이 드러나게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후 김앤장은 최 회장 사건 2심도 대행했다.

“쌍방대리 없어질 것”기대 커

쌍방대리 금지 규정 강화에 대해 변호사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대순 변호사(법무법인 정민)는 “쌍방대리는 명백히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면서 “이번 개정으로 쌍방대리 논란이 있을 경우 해당 변호사가 쌍방대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지웠다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개정 취지에 맞게 시행령에서도 쌍방대리 처벌규정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쌍방대리 논란에는 언제나 김앤장이 있었다.”면서 “쌍방대리 금지규정 강화는 결국 김앤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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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은 진로-골드만삭스, SK-소버린 등 쌍방대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김앤장 사무소중 한 곳인 서울 종로구 내자동 한누리빌딩 전경. 김앤장은 종로구에 5곳의 사무소를 두고 있다. 2007.05.13 이호정hojeong@seoul.co.kr

이에 대해 김앤장 권오창 변호사는 “김앤장은 법개정에 적극 찬성했다.”면서 “이해충돌 여부를 점검하는 전담자가 있을 때부터 쌍방대리를 엄격하게 예방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나 SK 사건 당시 김앤장이 쌍방대리를 했다고 일부에서 주장하지만 두 사건 모두 변협과 검찰 조사결과 무혐의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쌍방대리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민경한 변호사(민변 사법위원장)는 “쌍방대리를 금지하는 사건의 범위를 ‘법률자문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것’으로 했어야 했다.”면서 “그 부분에서 향후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인 스스로 법조윤리 지켜야"
법조윤리 전문가 가재환 변호사 인터뷰

“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법조인들이 탈법을 한다면 어느 누가 법조인을 신뢰하겠습니까.”

자타가 공인하는 법조윤리 전문가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가재환 변호사는 “쌍방대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변호사로서 초심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979~1980년 하바드 로스쿨에서 법조윤리를 공부한 그는 1981년부터 10년간, 그리고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법연수원에서 법조윤리를 가르쳤다. 그가 사법연수원장 시절 펴낸 법조윤리 교과서를 지금도 사법연수원에서 교재로 쓸 정도다.

그는 “일부에선 로펌 내부에 ‘만리장성’을 쌓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로펌 스스로 쌍방대리를 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우에 따라서는 제대로 된 법무법인 형태를 갖추지 않으면, ‘명칭만 로펌’이면서 실제로는 개인개업의 형태로 운영되는 로펌의 경우에는 쌍방대리 문제를 다루는게 상당히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부와 변협이 이 문제에 대해 엄격한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 변호사는 “로펌의 규모가 커지면서 의도하지 않은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 쌍방대리를 예방할 수 있는 로펌 내부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태평양(유한)의 경우 수임을 하기 전에 고문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 목록과 소송 진행 목록을 대조하고, 수임을 한 다음에도 내부 위원회에서 점검을 한다.”면서 “쌍방대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상대방의 동의를 미리 얻고, 동의를 얻지 못하면 선임료를 되돌려준다.”고 밝혔다.

●“법조윤리 전문가 양성 시급”

가 변호사는 “법조계가 신뢰를 얻으려면 법조윤리가 바로 서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법조윤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법조계가 먼저 법조윤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장기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법조윤리를 전공한 법조인을 찾기도 어렵고 사법연수원 법조윤리 교재도 내가 9년전에 낸 책을 쓰는 게 한국 법조계의 현실”이라면서 “로스쿨에서 ‘비정규직 시간강사 시켜서 법조윤리 가르치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법조계 발전은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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