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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7 11:13

가난한 이들의 로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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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공익활동을 '프로보노'라고들 하는데 한국에서 그것에 들어맞는 곳을 꼽으라면 역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을 들 수 있을 겁니다. 공감 취재 덕분에 얘기도 많이 나누고 술도 같이 마시고, 오랜만에 즐거운 취재를 했습니다. 원래 10일 쓰고 12일자 신문에 보도하려고 했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지면에 실리지는 못한게 많이 아깝습니다.

정정훈 변호사는 사법연수생이던 2003년 겨울 이름도 생소한 곳에서 내건 변호사모집 공고를 보았다. “낮은 곳에 임하는 용기로,소외된 곳에 희망을 되살린다.가난한 이들의 로펌.”

정 변호사가 그 공고를 보고 “내가 가야할 곳이 바로 여기다.”라고 느끼기 1년 전 그와 연수원 동기인 염형국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에서 박원순 변호사 특강을 듣고 변호사들도 공익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실무수습을 거친 후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고는 박 변호사를 찾아갔다.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은 그는 사법연수원에 공고를 냈다. 정 변호사를 비롯해 소라미·김영수 변호사가 합류했다. 그렇게 4명으로 2004년 1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이 “무모하게”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 비영리 변호사집단

공감은 국내 최초로 비영리로 운영되는,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는 공익변호사들의 모임이다. 공익변호사그룹이란 공익활동에 뜻을 함께하는 변호사들이 모여서 공익활동만을 전업으로 상근하는 변호사조직을 뜻한다. 기존 변호사 공익활동과 가장 큰 차이점은 공감 소속 변호사들이 별도로 개인사무실을 운영하거나 로펌에 소속되지 않고 오롯이 공익활동에만 전념한다는 점이다. 공감이 주력하는 사업은 ▲공익단체법률지원 ▲단체활동가 법률교육 및 법률매뉴얼 발간 ▲공익소송 ▲공익법 관련 제도개선 및 연구활동 ▲공익활동 프로그램 개발 및 중개 등이다.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직속으로 운영되는 공감은 아름다운재단의 공익변호사기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2004년 월평균 35명이던 개인후원회원이 지난해 월평균 431명이 됐을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재정에 큰 보탬이 된다.

미국 방문에서 자신감 얻어

  비영리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곳은 전무했고 기초자료도 부족했다. 공감의 전망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미국 방문은 공감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2006년 3주 동안 장애인·이주여성·인신매매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 공익법단체들을 방문했다.

  염 변호사는 “미국의 프로보노 역사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됐지만 고민 지점이 우리와 아주 다른 건 없었다.면서 “사실 미국은 공익재단과 기부문화가 활성화돼 있는데 그게 너무 안정되다보니까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유럽은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새로운 사업을 창의적으로 하는게 많은데 그런 경험을 얘기해주면 자기들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라며 오히려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익소송은 공감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재 진행하는 공익소송만 해도 20여건이다. 승소율은 대략 60% 가량이라고 한다.

  공감 스스로 뽑은 대표적인 공익소송만 해도 장애아동의 여행자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을 비롯해 장애인 영등포역 추락사고에 대해 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승소, 비닐하우스촌 주민등록 거부처분 취소소송 승소 등 사회적으로 작지만 큰 울림을 갖는 소송이 적지 않다.

법조인 참여 유도에 주안점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해 공감은 법대생과 기존 법조인들이 공익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공익활동을 중개하는 활동을 중시한다. 공감에서는 전담 공익변호사도 많아야 하지만 모두가 그러는 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공익적 의식을 가진 법률가들이 각 영역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호응도 적지 않다. 법무법인 충정은 2006년부터 매년 공익소송 10건을 대리해주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해 이주노동자 활동가를 위한 권역별 법률교육에 재정을 지원했고 변호사 한 명이 직접 교육에 참가해 주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공감 변호사 1인의 활동비 지원 및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내용으로 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공감 설립 초기부터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법대생과 사법연수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턴활동 프로그램도 미래 법조인들에게 공감 활동을 알리고 공익활동에 눈뜨게 하는 중요한 매개자 구실을 한다. 지금까지 공감을 거쳐간 인턴만 150여명에 이르고 지금도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공감에서는 인턴 활동 경험자들이 직간접으로 공익활동을 접하면서 생기는 교육적 효과를 높이 산다. 이들을 통해 공익활동을 알리는 홍보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물론 업무상 도움도 적지 않다.

  염 변호사는 “인턴활동을 통해 공익활동에 눈뜨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큰 즐거움”이라면서 “실제 인턴 활동을 통해 공익활동에 적극 나선 사람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작년까지는 본인이 원해서 찾아온 인턴들이었고 그만큼 적극적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안타까워했다.

2008.2.10.쓰다.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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