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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 11:29

공무원 뒷담화는 제로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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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신문에는 학생 좌경화, 내일은 학생 과격화, 마음대로 써라 니 멋대로 써라, 역사를 밝혀주리라”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에 다닐 때까지도 ‘민주교가’라는게 있었다. 나는 지금도 민주교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지만 정식 교가는 제대로 들어본 기억도 없다. 내가 입학해서 처음 배운 교가는 정식 교가의 가사를 바꾼 형식이었다. 그 이전에 부르던 민주교가는 윤수일이 부른 ‘아파트’의 가사를 바꿔서 불렀다. 위에 인용한 글귀는 사실 그 민주교가의 가사 일부였다.

데모만 했다 하면 왜 데모하는지 이유는 찾을 길 없고 오로지 ‘과격’한 모습만 부각하는 언론보도, ‘좌경세력의 꼬임에 넘어간 철없는 어린애들’이라는 공식은 대학생들에게 대다수 언론에 대한 불신감을 대단히 강하게 심어줬다. 물론 언론에 종사하는 지금도 나는 적어도 집회시위 보도에 관해서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불신한다.

언론에선 잘 나오지 않지만 80년 5월항쟁 당시 시민들이 불을 질러버린 건물은 바로 광주MBC와 광주KBS였다. 사실 불을 질렀던 시민들이 “‘언론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마음먹고 불을 질렀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6월항쟁 당시에도 지금 내가 일하는 서울신문사 건물로 시민들이 던진 짱돌이 날아들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다.

독재정권 시절 언론은 불신받았고 그럴만했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불신보다는 냉소와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많은 이들에게 언론은 불신의 대상이거나 홍보의 대상일 뿐이다. 결과를 정해놓고 쓰는 많은 기사들은 인터뷰를 한 사람들의 발언요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서 불신을 자초한다. 왜곡도 많다. ‘노무현=좌파=반시장=친노동=반미=친북=빨갱이=나쁜넘’이라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왜곡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걸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언론만 불신받는게 아니더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언론만 불신받는게 아니다. 대표적인 전문직인 법조인이나 의사들을 보자. 그들은 일반국민들에게 언론만큼이나 미묘한 존재다. 당장 필요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찾아가지만 일 끝나고 나면 나오는건 대개 욕이다. 언론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불신을 자초한다.

검찰과 의사들은 이해하기 힘든 원칙을 공유한다.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자신이 고문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고문받았다는 장소는 십중팔구 검사실이고 고문한 사람은 검사와 그 관계자들일 것이다.

입증한다 한들 그걸 조사하는 것도 검사와 그 관계자들이다. 증거를 무슨 수로 찾아낸다는 말인가. 의료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모든 걸 자신들이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사고가 일어난 곳도 병원이고 관련 기록도 병원에 있다. 의료사고 여부를 밝혀줘야 하는 사람도 의사다.

국민들에게는 법조계나 의료계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할 곳이다. 일단 한번 ‘엮이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집안 망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부분 국민들에게 법조계와 의료계는 너무 권위적이다. 숫자도 너무 적어서 가격경쟁도 안된다.

공무원 욕하면 개혁인가

욕먹는걸로 치면 언론인, 법조계, 의료계를 뛰어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공무원과 정치인들이다. 공공성의 담보자가 되어야 할 이들은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이 공공성을 위해 이바지하는건 국민들의 술안주값을 줄여주는 것 뿐이라는 썰렁한 농담도 나올 정도다. 이 정도니 공무원 욕하고 정치인 욕하면 기본적인 개혁성은 보증받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외환위기 이후 공무원 급여가 현실화되고 고용안정성이 민간부문과 격차가 더 커지고 하면서 공무원들은 사회적으로 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인수위가 하루가 멀다하고 공무원 비판을 늘어놓을까. 사실 국민들에게 칭찬듣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명박 당선者 진영에서 지나친 환원주의에 빠지는 거 아닌가 하는 데 있다. 야당 시절에는 ‘길 가다가 돌부리에 걸리기만 해도 노무현 때문’이라고 하다가 이제 여당 됐으니 공무원 욕하기로 전략을 수정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지나친 환원주의는 언제나 위험하다.

대니얼 고든이라는 영국 작가가 북한의 모습을 담았던 ‘어떤 나라’에 보면 저녁을 먹다가 정전이 되니까 가족들이 일제히 “이게 다 미제 때문”이라며 갑자기 반미성토장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지만 공무원 욕하고 정치인 욕하는 건 “영삼스럽다”를 시작으로 “우산 없는데 소나기가 내려도 노무현 탓”을 외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안주값이 실제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영삼스럽다”와 “노무현 탓”은 아무런 영양소가 없는 제로칼로리라서 그거만 먹다 보면 심각한 영양불균형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물론 공무원들이 비판받을 게 많을 거다. 그건 언론, 법조계, 의료계, 정치인, 사립학원들, 사학재단들... 모두가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을 안주꺼리로 삼는거는 적당히들 하자. 공무원은 여전히 모자라고 더 많이 필요하다. 물론 필요한 건 고위직, 관리직 보다는 사회서비스를 해야할 일선 하위직 공무원들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국가예산도 줄이는게 능사가 아니다. 무작정 줄이는 건 전국민의 안주거리인 ‘졸부’들만 배불릴 뿐이다. 사회서비스를 통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려면 관련 공무원도 훨씬 많이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관련 예산도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욕하는 건 쉽다. 하지만 서로 서로 욕하다 보면 자기도 누군가에게 욕을 먹는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술자리에서 의사들을 욕할지 모르지만 어떤 의사들은 술자리에서 기자놈들 욕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제는 좀 더 냉정하게 돌아볼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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