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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30 20:32

집회시위민관공동위원회 무늬만 거버넌스(2006.6.7)

구색맞추기, 언론플레이 급급… 민간위원들조차 반발
6월 30일 사회협약 체결 쉽지 않을 듯
2006/6/7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부가 ‘평화적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이하 민관공동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11월 15일 여의도 농민집회에서 벌어진 농민사망사건을 호도하려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애초 민관공동위원회를 만든 계기도 농민사망사건이었다. 문제의 핵심을 ‘폭력진압’에서 ‘폭력시위’로 변질시키려는 정부 의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 1월 19일 1차회의 당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정부는 “최근 과격화·폭력화되고 있는 집회시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이 절실하다”며 민관공동위원회 구성 목적을 밝혔다.

빗나간 목표는 구색맞추기를 낳았다. 민관공동위원회 회의는 1월 19일, 3월 9일, 5월 17일 모두 세 번이 열렸을 뿐이다. 하지만 ‘평화적 집회시위 대책(안)은 이미 2차회의때 나왔다.

김치성 원불교 인권위원회 간사는 “지금까지 회의를 세 번 했고 두 번 회의할 때 32개 추진방안이 나왔는데 민간위원들이 검토할 시간이 얼마나 있었는지, 이해당사자 의견을 얼마나 수렴했는지도 의문”이라며 “정부가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조정실은 “민관공동위원회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회의록이 없다”는 이유로 회의록 공개도 거절했다. 그는 “민간위원들의 자율사항”이라는 이유로 “각 민간위원의 회의참석 현황을 기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민간위원 중심으로 제안을 내놓으면 그걸 검토해서 위원회에 올리고 위원회는 다시 논의하는 구조”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2차 회의에서 나온 32개 안은 1차 회의에서 민간위원들이 제안한 것을 국무조정실 담당자들이 법적·행정적 문제를 검토해서 2차 회의에서 논의한 다음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이 거짓말을 한다”고 일축했다.

“우리가 안건을 내놓는 게 아니라 그쪽에서 회의자료를 준비해오면 그것에 대해 우리가 검토하고 언급도 하고 비평도 하고 그런 식입니다. 민간위원들이 다 합의하지 않은 사항도 마치 다 합의한 것인 양 언론에 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에서 충분히 논의가 안된 상태로 보도자료가 나가다 보니 마치 민간위원들이 합의한 것처럼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의 반발과 별개로 민간위원들 사이에서도 “민간위원들이 들러리가 된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민간위원들은 지난 1일경 따로 모여 “회의 전에 민간위원들이 미리 의견을 조율하자”는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의를 하기도 전에 보도자료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오해만 일으키므로 반대한다는 점과 협약식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광범위한 공감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사회협약 제대로 될까?

정부는 2차 회의 직전에는 “4월에 사회협약을 체결한다”고 했다가 3차 회의에서는 “6월에 사회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부는 6월 30일 협약식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협약식에 참가하겠다는 단체가 너무 적고 민간위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표성 있는 시민사회단체, 시위단체를 사회협약에 많이 참여시키겠다”고 강조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집회시위 주최단체’인 민주노총은 민관공동위원회 참여 자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 3차회의에서는 민관공동위원회를 연말까지 존속시키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협약문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사회협약식에 최대한 많은 시민단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협약안을 보고 협약식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답이 돌아오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아직 확정이 안 됐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그는 “행동강령적 성격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문구 위주로 협약문을 만들 것”이라며 “협약문을 확정하면 원하는 단체에 다 보내줘서 반영할 수 있는 건 반영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민관공동위원회 다음 회의는 7월 말로 예정돼 있다. 그 관계자는 “회의도 열지 않고 어떻게 협약문을 확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메을 통해 민간위원들의 의견을 다 수렴할 수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모든 논의과정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협약서 내용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협약식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며 “사회협약은 국민교육헌장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민관위원회에 내재된 위험성을 지적했다. 관료집단이 방안을 만든 다음 민관위원회에서 그 방안을 밀어붙여 민주적 외피를 씌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민관위원회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가장 강력한 개혁저지세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과잉대표성’, 들러리와 관변 논란 자초
전문성도 없고 열의도 떨어지는 민간위원들

민관공동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은 모두 12명이다. 이들 가운데 집회시위에 전문성이 있는 인사는 한 명도 없다. 또 하나 문제는 이들 12명이 과연 얼마나 대표성을 갖느냐는 것이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전문성 부족을 특히 우려한다.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만큼 전문성이 없다보니 경찰청 등에서 올라오는 의견들 위주로 채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가버넌스 사례로 언론에 홍보하고 국회에도 알릴 겁니다. 집시법 개악 움직임도 있겠지요.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를 또 한번 불신하게 될 거구요. 정부는 나중에 시민사회단체에게 ‘그 때 너희가 다 합의하지 않았느냐.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느냐’라고 말하겠지요.”

민간위원은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청화 조계종 교육원장 *백도웅 KNCC 총무 *주완 법무법인 지성 대표변호사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김유환 이화여대 교수 *최열 환경운동연합 고문 *이석태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고석만 MBC특임이사 *김상희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최현섭 강원대 총장 *임현진 서울대 교수 등이다.

시민사회 활동을 바탕으로 민관공동위원회에 참여하게 됐지만 정작 이들 민간위원들은 시민사회단체와 의견교환이 거의 없다. 정부가 농민계 추천인사로 선전하는 박진도 충남대 교수는 정작 자신이 어느 단체 추천으로 민간위원이 됐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는 국무조정실한테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추천”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정작 한농연한테서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자연스레 농민계와 의견교환은 없다.

정부가 “법조계를 대표했다”는 이석태 변호사는 자신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으로 일할 때 국무조정실 요청을 받고 “개인자격으로” 참여했다.

정부가 “학계를 대표했다”는 최현섭 강원대 총장은 “어떤 경로로 내가 민간위원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여성계를 대표”한다는 김상희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은 “5월 2일 위원장이 되고 나서 민관공동위원회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명망가들이 정부가 주도하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과잉대표성’이라는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과잉대표성이 결국 시민사회운동의 위기를 초래하는 한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민간위원들은 하나같이 집회시위에 참여하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를 얼마든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유력인사들”이라며 “집회시위 필요를 몸으로 못 느끼는 명망가들로 구성된 것이 결정적 흠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과거 민주화운동 경력을 가진, 정부&여당과 코드가 맞는 ‘친정부인사’들이 이런저런 위원회에 참여해서 들러리 구실을 하면서 마치 시민사회 대표성이 있는 것처럼 호도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최소한 위원회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와 시민사회적 관점이 있고 시민사회의 입장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할 자신 없으면 위원회 참여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각종 민관위원회에 참여하는 시민단체 명망가들 일부의 자질부족과 무책임을 꼬집었다. 그는 “들러리 서는 걸로 그치면 그나마 낫다”며 “개인경험을 늘어놓거나 양비론으로 흘러 김을 빼놓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이 없으니까 본질을 짚지 못하다 보니 결국 관료가 만든 회의자료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자신이 대표하는 단체와 의견교류도 없고 준비도 안하고 출석도 안할 거라면 처음부터 위원회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위원회가 내실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민간위원에 대한 ‘실명 비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가 심각할 경우에는 ‘위원 소환’도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한 교수는 “시민단체가 워낙 인적자원이 워낙 적다 보니 안면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며 시민사회의 ‘온정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각종 위원회는 민주적 견제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하려면 좀 더 대범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원들에 대한 대표성이 별로 없고 상징성만 있는 명망가들은 활동방식에서 상징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이슈 쫓아다니기’가 된다”고 지적한다.

과잉대표성이 성명서나 기자회견 같은 ‘약한 연계’를 통한 활동을 부추기고 이는 결국 언론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검증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진정으로 선배대접 받는 원로가 얼마나 있을까 잘 모르겠다”며 “시민사회운동이 선배를 선배답게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새로운 활동가를 제대로 키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기껏해야 얼굴마담이나 시키고 기자회견에 동원하는 것 말고 선배들에게 실질적으로 일을 주는 게 없다”며 “선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2006년 6월 7일 오후 12시 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관련기사: 현행 집시법보다도 후퇴한 민관공동개선안 (200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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