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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07:30

지자체 짓누르는 국고보조사업, 자치구 부담 8년만에 두배로

<국고보조사업이 자치구를 짓누르고 있다. 서대문구는 2010년만 해도 전체 예산 규모는 254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국고보조사업을 위해 투입한 구비가 212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체 예산 4553억원 가운데 국고보조사업을 위한 구비가 396억원으로 늘었다. 국고보조사업을 위한 부담이 8년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와 상승폭이 큰 기초연금은 2015년 42억원에서 올해는 70억원으로 늘었다. 서대문구 사례를 통해 국고보조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해봤다.>


 국고보조사업은 대부분 사회복지와 관련된 것이다. 복지강화를 구정목표로 세운 서대문구로서는 중앙정부 복지정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보조율에 맞춰 구비를 투입하다보면 서대문구가 창의적으로 시행하려는 복지사업 혹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대문구 실정에 맞는 복지사업에 투입할 재원이 부족해진다. 이 때문에 서대문구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국고보조사업이 작동하는 방식 때문에 발생한다. 


 국고보조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일정 비율씩 재원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국고보조사업이 이뤄진다. 문제는 보조율이 지역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보조율 인상을 합의했는데도 기획재정부가 반대해 무상보육 보조율 인상이 번번이 막혔던 것에서 보듯 한번 정해진 보조율은 여간해선 바뀌지도 않는다. 한 서대문구 예산부서 관계자는 “만약 구비로만 했으면 국고보조사업만큼 큰 규모로 복지사업을 못했을 것”이라면서 “국고보조사업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닌데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조율 자체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일관성도 없다”면서 “행정운영경비가 전체예산에서 3분의 1 가량이다. 사회복지 분야 빼면 가용재원이 200억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을 20만원으로 인상할때 서대문구는 몇십억원을 급하게 편성해야 했다. 결국 시설비를 많이 깎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한동안 도로가 패여도 예산이 부족해서 복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면서 “솔직히 사고가 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라고 털어놨다.  


 국고보조사업이 자치구에 갑질로 비치는 건 시기 문제도 크다. 한 예산과 관게자는 “정부에서 국고보조금을 주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거나 그게 힘들면 전용을 하라는 얘길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단 다른 사업을 위한 국비를 국고보조사업에 먼저 쓰고 나중에 구비로 메꿔서 결산할때는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고 하더라”면서 “결국 중앙정부 요구대로 맞추긴 했지만 너무 급하게 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무상보육을 둘러싼 중앙·지방 갈등은 서대문구 관계자들이 보기에 국고보조사업의 문제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당시 정부에서 무상보육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라고 했지만 서대문구는 다른 자치구와 힘을 합쳐 이를 거부하면서 저항하기도 했다. 2년 가량은 서울시에서 무상보육에 쓰라며 특별교부금을 준 적도 있었다.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아동수당, 생계급여 등 복지와 관련한 사업이지만 보조율이 제각각인 것도 자치구에서 보기엔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국고보조사업은 지자체가 신청해서 따내는 방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치구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 시설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함정이다. 시설을 지을때는 국고보조를 받을 수 있지만 완공 뒤 운영비는 온전히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한 서대문구 관계자는 “국고보조사업을 신청하는게 지자체에 도움이 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지자체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는 없다시피 하다는 것도 지자체 관계자들의 불만을 키운다. 중앙정부에서 서대문구에 묻는다고 하는 것도 결국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의견을 달라’는 식이다. 결론을 정해놓고 물어보니 답변을 아예 안하는 경우도 많다. 한 관계자는 이를 “의견은 묻는데 수렴은 안하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들에게 “중앙정부에 꼭 당부하고 싶은게 있느냐”고 물어봤다. 한 관계자는 “기초연금도 그렇지만 중앙정부에선 국책사업이라 하더라도 단 몇 퍼센트라도 꼭 국고보조사업으로 한다”면서 “정부에선 그 정도도 부담하지 못한다고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지자체 입장에선 가용재원 중 몇십퍼센트를 차지한다. 중앙정부가 지역 실정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국고보조사업도 처음 몇년 뿐이다. 그 뒤에는 결국 온전히 지자체 부담이 된다”면서 “특히 공모사업이 그런 식으로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도 3년만 국고보조해주고 그 다음부턴 자체사업으로 하라고 하는데 자치구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처럼 돼 버린다”면서 “도시재생사업이란게 국가적으로 길게 보고 하는 사업인데 재원대책은 거기에 못미치는건 모순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5곳이 복지예산비중 절반 넘어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15개가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7일 ‘서울신문’이 행정안전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회복지예산 평균은 50.2%(2018년도 기준)로 나타났다. 2013년만 해도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50%가 넘는 자치구는 7곳에 불과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복지예산 증가세가 확연하다. 노원구(61.0%)와 강서구(60.1%)는 60%를 넘겼다. 5년 전에는 각각 57.7%와 56.4%였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군과 구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69개 구에선 사회복지예산 평균이 52.1%에 이른 반면 82개 군 지역은 사회복지예산 평균이 19.2%에 불과했다. 자치구 가운데 가장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적은 중구가 31.9%였지만 군에서는 가장 비중이 높은 부산 기장군이 38.3%에 그쳤다. 전국 최하위는 경북 울릉군(7.9%)였다. 

 서울 자치구 복지비중 증가와 지자체간 격차 확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갈수록 확대되는 국고보조사업이다. 중앙정부 복지사업이 국고보조사업 방식을 취하다 보니 복지수요가 가장 많은 특광역시 자치구로 부담이 몰리는 양상이 계속되는 셈이다.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기초생활수급이 대표적이다. 

 유태현 한국지방재정학회 회장(남서울대 세무학과)은 “현재 국고보조사업 제도는 특·광역시 자치구가 국고보조사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복지확대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생계급여 등만 100% 국가사무로 환원해도 지역간 격차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고보조사업은 개혁이 시급한데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도 제대로 거론이 안됐다”면서 “국가사무 지방이양 논의에 발맞춰서 국고보조사업 제도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인터뷰

 “중앙정부의 것은 중앙정부에게, 지방정부의 것은 지방정부에게.”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취임 초기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국고보조사업으로 인해 지방정부가 겪는 부담증가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며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7일 인터뷰에서 기초연금 등 국가 전체적인 복지사업은 국가가 100% 책임지고, 지방정부는 지역 특색에 맞는 생활밀착형 복지실험을 하는 방식으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고보조사업으로 인한 재정부담이 어느 정도인가. 

 -서대문구청장으로 취임했던 2010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8년 전에는 서대문구가 추진해야 하는 국고보조사업이 738억원(74개 사업) 규모였다. 올해는 1865억원(120개 사업)으로 2.5배 가량 증가했다. 이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서대문구 예산 역시 142억원에서 280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물론 구민들 누구나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고 적극 찬성한다. 문제는 재정 부담이 재정여건이 취약한 지방정부에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새로운 사업을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국고보조사업 방식을 쓰는데 이로 인한 지방재정부담이 심각하다. 

 중앙과 지방이 부담하는 보조율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지 분야의 불합리한 국고보조율 체계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한다. 사회복지비,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사용가능한 사업 예산이 100~200억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국고보조금이 증가할수록 지방 부담도 증가하는 구조 때문에 지방정부가 감내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무상보육으로 인한 중앙·지방 갈등이 대표사례다. 

 국고보조사업이 지방의 자율성을 제약한다는 비판도 많다. 

 -재정부담도 부담이지만 더 큰 문제는 국고보조사업이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의 선호보다는 중앙정부의 정책목표를 우선하고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방정부마다 서로 다른 지역적 특성이 있는건데 그걸 반영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지시만 따라야 한다. 비용 대비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고보조사업이 증가하면 지방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자체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대안이 뭐라고 보나.  

 -국고보조사업 가운데 사회복지 관련 사업은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정부의 역할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초연금, 양육수당, 생계급여 등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히 중앙정부가 온전히 책임지는게 맞다. 그 외 지역 특색의 사회복지 사업은 지방정부의 실정에 맞게 지방정부가 부담해서 추진해야 한다. 주민의 연령대와 지역 상황 등에 따라 지역별로 복지의 우선순위와 주안점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고보조사업을 수행할 때 중앙정부 중심의 하향식 추진이 아닌, 지방정부 중심의 자율적인 판단과 책임을 통해 추진할 수 있도록 그 기능과 역할을 이양하자는 것이다. 재정분권의 일환으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실질적인 포괄보조금 제도를 도입하거나, 지방교부세 인상 등으로 지방정부로의 재원이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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