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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6 18:30

'일대일로'로 본 중국의 외교전략

9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시아평화전략포럼에 참석했다. 원동욱 동아대 중국일본학부 교수가 발표한 <유라시아 실크로드의 지정학: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를 들었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일대일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반도신경제지도'와 공통분모도 찾을 수 있고 상호 공동번영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발표 내용을 요약발췌해 본다. 

<1차 추가> 11월23일 원동욱 교수는 아시아평화전략포럼 창립기념 토론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중 경협의 방향'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일대일로'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일부 내용을 추가했다. 


유라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통칭해서 부르는 지리적 개념이다. 사실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려 하는 것이나, 카자흐스탄이 월드컵 예선을 유럽국가들과 치르는 것에서 보듯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건 지리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세계 인구의 70%, 세계 육지면적의 40%, 세계 GDP의 60%를 차지하는 유라시아는 이제 명실상부한 하나의 개념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고 중국 역시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과 유럽을 철길로 연결하는 화물수송 프로젝트를 몇년째 진행중이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가 천명했던 '철의 실크로드'가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모든 걸 관통하는 열쇳말은 바로 '유라시아 실크로드'라고 할 수 있다. 


원동욱 교수는 유라시아 실크로드가 유라시아 물류시스템의 효율적 발전과 대륙간 물류네트웤의 개선을 촉진하는 호혜의 가교이지만, 국가간 독자적 대응과 접근에 따른 경쟁과 협력의 복잡한 게임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주의해야 할 대목은 철도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원 교수에 따르면 "철도의 역사가 곧 국제정치의 역사"다. "전쟁과 식민의 수단이었던 것이 탈냉전시대에는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일구는 수단이 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철의 실크로드’도 그런 맥락이다." 


 유라시아 실크로드에는 국제적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신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추진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핵심으로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종으로 연결하는 구상이다. 유럽연합에선 카스피해-카프카즈-중앙아시아를 연계하는 TRACECA라는 국제운송로 프로그램을 추진중이다. 러시아는 2015년 유라시아경제연합 창설했고 신동방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1520mm광궤를 공유하는 유라시아 국가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중국은 2013년 시진핑이 제안한 일대일로 전략에따라 유라시아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일본과 인도는 2017년 5월 정상회을 통해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아프리카 성장회랑(AAGC) 구상을 제시했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건 역시나 '일대일로'다. 중국 관점에서 일대일로는 고대 실크로드의 부활, 그 중에서도 육상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일대일로는 2013년 9월 시진핑이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방문 당시 제안으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5년 2월에는 일대일로 건설공작 영도소조가 출범했고 장가오리 국무원 부총리가 조장으로 취임했다. 2015년 12월에는 57개국을 창립회원국으로 하는 AIIB(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창설했다. 2017년 5월에는 제1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 포럼(2년마다 개최)이 열렸다.  


일대일로는 단순히 특정 정권 차원의 사업이 아니다. 2017년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19대 당대회는 일대일로를 당장에 삽입했다. 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이 대한민국 헌법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하면서 "구체적인 정책이 당장에 들어가기는 중국에서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일대일로가 시진핑 정권에서 그치지 않고,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전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대일로를 추진하기 위해 중국이 얼마나 세밀한 정책을 펼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3년 10월 건국 이후 처음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모두 참석하는 주변외교업무 좌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주변국 외교원칙으로서 ‘친성혜용(親誠惠容)’ 개념을 제시했다.  이 회의를 전후해 시진핑 등 국가지도자들이 중앙아시아 등을 방문하며 파상적인 적극적 외교공세를 펼쳤다.”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중국-유럽 블록트레인이 얼마나 신속한 발전을 기록하는지 살펴보면 일대일로의 잠재력을 알 수 있다. 원 교수에 따르면 블록트레인 프로젝트는 매년 10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인다. 2017년 중국-유럽트레인은 전년대비 116% 증가한 3721회 운행했다. 초기만 해도 보조금으로 운행해야 했지만 이제는 보조금 없이 운행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일대일로의 원동력은 역시나 중국의 고속철도 기술력이다. 중국은 2017년 말 기준 국내에 2만5000km(4종4횡)에 이르는 고속철도를 건설했다. 세계 고속철의 약 70%를 차지한다. 2020년까지 3만km(8종8횡) 건설 계획이다. 중국은 가격과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6대륙 고속철 시장에 모두 진출해 있다.  


 해상실크로드 역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중국은 국내 연해항만을 개발하는데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등에 거점항만을 개발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특히 푸젠성을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의 핵심구로 건설중이다. 


육상과 해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중국은 6대 경제회랑을 추구한다.[각주:1] 특히 일대일로가 가장 효과를 보이는게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이다. 2015년 4월 중국-파키스탄간 전천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격상에 이어 경제회랑 구축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모두 51개 프로젝트에 사업규모만 46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일대일로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원 교수는 지적한다. 


10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협력의사를 밝혔고 40여개 국가와 '일대일로' 공동건설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AIIB가 공식 출범했다. 중국-파키스탄,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을 중심으로 인프라, 금융, 문화 분야에서 중요한 초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유럽 블록트레인이 운영중이다. 헝가리-세르비아 철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착공, 중국-라오스 중국-태국 등 범아시아망 철도망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다르항과 피레우스항 등 유라시아 해상거점 확보를 위한 항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현재 30여개 국가와 국제산업과 에너지협력 관련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벨라루스 산업단지, 중국-인도 복합산업단지, 중국-카자흐스탄 훠얼거스 국제변경협력센터, 중국-라오스와 중국-베트남 중국-몽골 초국경 경제협력구 건설이 진행중이다. 그간 연선국가에 대한 투자액이 500억 달러를 초과했고 중국 기업은 이미 20여개 국가에서 56개 경제무역협력구를 건설하고 있다. 


“왜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구하는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전략에 맞대응하는 전략에서 나온게 일대일로라고 본다. 충돌하지 않고 우회하는 전략이다. 미국의 압박과 봉쇄를 무력화하고 미국의 포위망을 우회하여 수퍼파워로 부상하기 위한 중국의 장기적인 지정학적 대응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대일로는 미국의 견제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저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는 여러가지 한계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일대일로 사업대상은 지리적으로 매우 광범위하고, 강대국간 갈등이 내재해 있으며, 연선국가의 정치적 불안정과 분리주의 움직임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세계은행이 낸 2015년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일대일로 연선국가는 대부분 기업설립이나 계약이행 등 10개 영역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다. 원 교수는 "중국의 한 학자는 일대일로를 '고 부패지대, 고 리스크'로 표현했다"면서 "자본이 들어가도 어디로 샐 지 모르는 부패 국가들이 사업대상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안에서도 일대일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원 교수에 따르면 일부 회의론자들은 일대일로가 '거대한 예산낭비사업'이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고 비판한다고 한다. 


특히 중국기업들은 법률관념이 미비하고, 리스크 의식이 부족하며, 현지화 정도도 낮다. 사회책임의식이 결여돼 있는데다 국제경쟁력도 취약하고 국제화 경험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의 반발이나 민중의 저항을 수반하는 등 적지않은 문제를 일으킨다는게 원 교수의 진단이다. 


우리는 일대일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원 교수는 "중국의 일대일로는 미국 중심의 국제정치경제질서의 대척점에서 중국 중심의 세력균형 시도로 비춰질 수 있는 힘의 투사로 볼 수 있다"면서 "한국은 계층과 국가간 격차를 극복하고 서로 공생할 수 있는 새 유라시아 경제협력과 발전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맥락에서 원 교수는 <한반도신경제지도와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신북방정책은 북방경제위원회가, 신남방정책은 외교부가, 한반도신경제지도는 통일부가 담당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남북한 연계와 신남방+신북방을 연계해 하나의 컨트롤타워에서 각 정책을 하나로 연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북아 경제회랑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동북진흥전략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EEU와 신동방정책, 몽골의 트랜짓 몽골리아 및 초원길 이니셔티브 등이 우리나라의 신북방정책과 서로 연동되어 다수의 경제회랑을 구축하는 의미가 있다.”


“2015년 중국 학자들과 토론할때 동북아경제회랑을 제안한 적이 있다. 중국 학자들이 호응을 하면서 일대일로의 6대 경제회랑 다 합쳐도 동북아경제회랑에 못미칠 것이라고 하더라.”


“한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올라탈 필요가 있다. 중국이 단독으로 진출하면 주변국에서 굉장히 우려하는데 한국이 동반진출하면 중국의 지정학적 비즈니스 리스크를 줄여주는 동시에 유라시아 경제협력의 독자적 거점 확보와 세력화를 모색할 수 있다.”





  1. 6대 경제회랑은 다음과 같다. 중국-몽골-러시아, 중국횡단철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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