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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19:57

느닷없는 경기침체 논쟁, '구조'를 봐야

 한국경제의 현재 위치는 경기침체 초기국면일까 경기회복세일까. 만약 회복세라면 한국경제는 걱정없이 순항하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이끌어가는 핵심인사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공개적으로 서로 다른 진단을 내놓으면서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논란은 김 부의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12일 기재부가 “경기는 회복 흐름”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믿어지지 않는다”고 썼다. 14일에는 “여러 지표로 봤을 때 경기는 오히려 침체국면 초입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한테서 질문을 받자 “최근 3, 4월 월별 통계를 갖고 판단하기엔 성급하다”고 반박했다. 김 부의장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김 부총리 발언을 “당연한 주장”이라고 비꼬면서 “경제를 볼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과 김 부의장의 논쟁은 경기침체와 경기회복이라는 ‘흐름’이라는 차원과 한국경제가 직면한 근본적인 ‘구조’라는 두 차원으로 구성된다. 먼저 경기침체냐 경기회복이냐 하는 측면은 최근 산업생산동향과 고용동향 등 경기지표를 해석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재부 뿐 아니라 대다수 전문가들이 경기침체라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장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한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잠재성장률이 2% 후반대라는 걸 고려하면 거시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적잖은 전문가들이 경기침체라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잠재성장률이 2% 후반대인데 경제성장률은 3%대다. 거시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라는 건 회복과 침체라는 흐름 속에 존재한다. 현재 경기는 아주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경기가 나쁜 건 사실이지만 하반기에 더 나빠질 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라는 건 회복과 침체라는 흐름 속에 존재한다. 현재 경기는 아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경기가 나쁜 것은 사실잊만 하반기에 더 나빠질 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은행 발표를 보더라도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1.1% 성장했다”면서 “3∼4월 수출이 500억 달러를 넘었는데 작년에도 500억 달러 넘긴 건 4월 6월 9월 뿐이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경기 전망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올해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증가속도가 낮아질 것”이라면서 올해 성장률을 작년(3.1%)보다 다소 낮은 2.8%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수출과 투자 부문 부진 등 경기 하방 위험요인을 지목했다. 골드만삭스도 경기지표 부진과 수출 하방 리스크 우려를 지적했다. 반면 금융연구원은 최근 민간소비 확대와 수출 증가 기대감을 들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1%로 높여 잡았다. 


 지표가 아니라 구조 문제로 접근하면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수십년간 해온 기존 방식으론 한계에 도달했으며, 고부가가치산업을 발굴하는 등 선진국 경제로 도약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오히려 기재부가 손에 쉽게 잡히는 각종 지표에 취해 구조적인 전환이라는 더 큰 과제를 놓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악화 문제 역시 저출산과 주력산업 구조조정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들면서 취업자수 증가폭이 3개월 연속 10만명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청년실업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선 직후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했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당시 국정기획위에선 경기침체 우려가 팽배했다. 사드배치로 인한 한중갈등, 부동산거품과 가계부채, 조선업 위기, 한국GM 등 박근혜 정부가 손놓고 있던 각종 현안이 터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반도체 수출호황 국면이 되면서 경기침체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정 교수는 “고용지표를 보면 조선업과 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그리고 주력산업과 연관된 서비스업과 지역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 거론되는 각종 문제들은 그동안 가려졌던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터져나오는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한국경제에서 정말 중요한건 경기침체냐 아니냐 하는게 아니다”면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의존해선 답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모두 한국경제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장통이다”고 말했다.

 경제현안을 둘러싼 논쟁은 환영하지만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내부 총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김 부의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남 얘기 하듯이 하는 건 ‘유체이탈’ 화법이 아니고 뭐냐”면서 “지난 1년간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안하다가 이제와서 자기 이름만 드러내려는 건 오해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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