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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9 11:12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 점수는

현직 대통령 탄핵과 ‘벚꽃대선’ 등 유례없는 촛불혁명 속에서 탄생한지 1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거시지표에선 후한 평가를, 일자리 문제에선 박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인 한국 현실에 비춰보면 올해는 확실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각에선 당장 보이는 성적표보다도 좀 더 구조적인 개혁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경제학자 10명을 심층인터뷰했습니다. 총론에선 썩 괜찮지만 몇가지 불안요소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8명이 “성적으로 치면 B학점(B+ 2명 포함)”, 두 명은 A학점을 부여했습니다. 진보나 보수 같은 성향에 따른 차이는 크게 없었습니다. 양호한 경제성장률, 부동산시장 안정화, 양호한 세수전망 등에선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청년고용, 구조개혁 등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여소야대라는 우호적이지 않은 정치환경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은 핵심 요인으로 꼽힌 건 역시 양호한 거시지표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 성장이 확실해 보이는데다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이 유력한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1.6% 상승으로 전체적인 안정적입니다. 1/4분기 산업생산과 소비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0.6%와 5.0% 증가했습니다.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가 52억 달러로 7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중입니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탄핵 등 정치적 혼란 속에서 집권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나쁜 성적표라고 볼 수 없다”면서 “만약 억지로 경기부양을 한 결과라면 물가가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비판적인 학자들도 대체로 이 부분에선 긍정적입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 소비자물가지수 같은 거시경제 지표상으로 볼때 그래도 괜찮지 않냐 생각한다”면서 “공정거래라든지 노동자의 후생을 높이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정책의 방향을 전환한 것은 총론 차원에선 미묘하게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평을 한다면 방향을 잘 잡은 걸 높이 평가한다”면서 “다만 속도가 더디고 강도가 약하다. 경제상황 자체가 여러가지 위협요인이 많아서 신중한 모습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 모두 시대적 과제를 잘 반영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구조개혁 측면에선 아쉬운게 많다. 문재인 정부가 너무 신중한게 아닌가 싶다. 좀 더 속도를 내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비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방향에 있어서는 필요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현실적인 측면과 괴리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정책의 기준을 효율성에서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 자체는 진일보한 모습”이라면서도 규제완화가 안되는 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일자리입니다.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천명했던 문재인 정부로선 뼈아픈 대목입니다. 3월 실업률은 4.5%였습니다. 물론 취업자 증가폭이 2월(10만 4000명)과 3월(11만 2000명) 두 달 연속 10만명대 초반에 그치는데도 고용률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지난 3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1년 전과 비교해 6만 3000명이나 줄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지만 일자리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일자리 문제에서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최저임금 인상(16.4%)과 근로시간 단축입니다. 특히 서비스업 취업자가 지난해 12월 3만 6000명 이후 한자릿수 증가에 그치거나 감소하면서 다양한 논쟁이 현재진행형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고, 홍준표 위원은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일자리를 줄이고 노동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저임금 옹호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으로 줄어드는 일자리가 있으면 늘어나는 일자리도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최저임금조차 줄 수 없다면 한계기업이다. 과감히 정리하고 혁신기업 자원을 더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홍열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은 속성상 정치적 논쟁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최저임금은 올리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는 장기적 관점에 초점을 맞춘 논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조선업 등 구조조정과 전반적인 경제구조 개혁 문제로 이어집니다. 특히 경제전문가들 모두 외부 위협(T) 요인으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마찰, 중국의 추격을 꼽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산업정책을 보여줘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위한연구원 이사는“중국은 과거 한국 방식을 벤치마킹해서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펴니까 산업경쟁력도 올라가고 창업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성과로 이어지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박정희 방식’이라며 무조건 터부시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준경 교수는 “최저임금이나 일자리안정자금은 보완책으로서 의미는 있지만 더 중요한 과제인 구조개혁은 아직 손에 잡히는 게 없다”면서 “부동산 보유세 개혁도 그렇고 소극적인 모습이 보인다. 좀 더 과감하게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정인교 교수 역시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정책적 고려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면서 “집권당으로서 충분히 덜 준비된 상태에서 정부를 구성하다보니 국민경제보다는 공약실현을 우선한게 아닌가 싶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장점(S), 약점(W), 기회(O), 위협(T)을 파악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데 많이 활용하는 분석기법인 SWOT분석을 한국경제에 적용해서 질문해 봤습니다. 대체로 양호한 거시지표, 우수한 인적자원과 축적된 기술력을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반면 약점으로는 빈부격차와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등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수출경쟁력 약화와 구조조정 지체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외부요인에 초점을 맞춘 기회와 위협에선 대다수가 남북관계 진전을 꼽았습니다. 남북경제협력 뿐 아니라 갈등비용을 줄이고 투자확대를 이룰 수 있다는 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이 부상하는 것 역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이 촉발시킨 보호무역주의와 통상마찰, 중국의 추격은 위협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이번 심층인터뷰에선 우수한 인적자원과 축적된 기술력이 현재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강점이라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진방 교수는 “한국 경제는 여전히 노동과 자본 모두 질과 양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성태윤 교수 역시 “여전히 인적자본이 갖는 충실성은 상당한 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식 교수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4차 산업에서 잘 활용한다면 한국경제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무역구조 다변화(김진방 교수), 중소벤처기업 성장(정세은 교수),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약점도 뚜렷했습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지목했습니다. 김진방 교수는 “경제가 너무 특정 소수기업·업종에 쏠려 있다”면서 “경제구조 자체도 약점이지만 동시에 소득분배 문제도 일으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소득·자산 분배가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점점 벗어나고 있다. 그것이 불만이나 혼란, 개혁 요구 등으로 경제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준경 교수는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로 인한 세대간 자원배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면서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주거비 부담으로 작용하고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성태윤 교수는 “기업환경 악화”를, 김정식 교수는 “산업공동화”를 지적했습니다. 한홍열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 경제노선을 뒷받침해줄 전문가집단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학계나 관료집단이 정부 정책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요인과 달리 외부 요인에 주목하는 기회와 위협 측면에선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먼저 남북관계 개선은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이 잘 돼서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지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게 된다(김정식 교수)”는 언급처럼 외국인투자확대, 남북경협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많았습니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이 부상하는 것 역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외부 위협요인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마찰, 중국의 추격을 꼽는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나친 해외노출도(하준경 교수)”와 맞물려 문재인 정부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산업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어졌습니다. 홍준표 위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부상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성태윤 교수는 “한국 경제가 자유무역체제에서 성장했는데 보호무역이나 통상마찰 등으로 자유무역체제가 약화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신문 2018년 5월9일자 5면과 6면에 실린 제 기사를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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