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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1 19:19

연금충당부채, 허깨비를 둘러싼 헛된 논쟁


정부가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국가결산 보고서를 두고 느닷없는 '국가부채' 논란이 벌어졌다. 보고서에서 지난해 재무제표상 부채가 1555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는데, 이걸 많은 언론보도에서 '국가부채'로 표현한게 발단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말 그대로 허깨비를 갖고 벌이는 논쟁일 뿐이다. 애초에 재무제표상 부채라는 것 자체가 오해소지가 많다. 재무재표는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비교하지 않으면 현실을 호도할 수밖에 없는데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자산과 부채 역시 자연히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국가는 기업과 전혀 다르다. 특히, 재무제표상 부채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가 논란의 중심이었지만, 애초에 연금충당부채 자체도 국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 전혀 다르다. .


 사실관계부터 정리해보자. 기재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재무제표상 국가자산은 2063조 2000억원, 부채는 1555조 8000억원이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07조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조 3000억원 감소했다. 자산은 전년 대비 96조 4000억원 늘어난 반면 부채는 122조 7000억원 증가했다. 국가 재무제표는 지출이나 비용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발생주의 기준에 따라 정부 자산과 부채를 정리한 것이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연결 재무제표와 유사한 개념이다.


 부채가 증가한 주요 원인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가 역대 최대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전년대비 93조 2000억원 증가한 845조 8000억원으로 전체 부채 중 54.4%를 차지했다. 


연금충당부채란 현재 연금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미래의 연금액을 76년 이상 초장기에 걸쳐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연금충당부채가 지난해 많이 늘어난 이유는 할인율 인하 때문이다. 할인율이란 미래 지급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가리킨다. 


조성철 기재부 회계결산과장 역시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전년(752조 6000억원) 대비 93조 2000억원 증가했지만, 증가의 대부분(88.7%)은 최근 낮은 금리에 다른 할인율 인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할인율은 소폭 인하해도 연금충당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가령 할인율을 0.5% 인하하면 연금충당부채는 98조원 늘어난다. 기재부는 할인율을 10년 국채 이자율을 기준으로 계산한다고 하는데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근거가 있을까? 없다. 


쉽게 말해, 연금충당부채라는 개념 자체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기재부는 굳이 이런 개념을 들이밀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IMF 재정통계 매뉴얼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를 일반정부 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정부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 규모를 극대화해서 발표하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인다"면서 "삼성생명은 인수합병, 파산 가능성이 있기에 충당부채 계산이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그럴 가능성이 없기에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꼬집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전화인터뷰에서 재무제표상 부채가 갖는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재무제표상 부채가 약 284조원(2016년 기준)이나 된다. 하지만 아무도 국민은행을 부실은행이라고 하지 않는다. 자산이 약 307조원인 것과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예금액이 많은 은행일수록 재무제표상 부채가 커지듯이 공무원 연금 불입액이 늘어나면 연금충당부채는 자연히 증가하게 돼 있다.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은 연금충당부채가 아니라 연금수지 적자다. 그나마 공무원연금은 지난 2015년 연금개혁 이후 들어온 공무원만 놓고보면 연금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었다."


기재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가결산 자료에서 재정건전성과 관련한 내용을 보려면 재무제표상 부채가 아니라 국가부채(D1)와 일반정부부채(D2)를 갖고 얘기하는게 훨씬 생산적이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660조 7000억원이었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24조원 흑자였고,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18조 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8.6%다. 전년대비 0.3% 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201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국민 1인당 액수로 계산하면 1284만원에 이르는 액수다. 국가채무(D1)에 비영리공공기관까지 포함해 국제비교에 사용하는 일반정부부채(D2)는 2016년 기준으로 717조 5000억원 수준이었다.


 김상철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지원협의회 회장은 “11조원이 넘는 세계잉여금 발생과 재정수지 개선 등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적극적 재정정책’이 과연 얼마나 충분히 적극적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똑같은 빚이라고 해도 도박빚이 다르고 등록금이 다르다. 국가채무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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