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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8:30

1조 손실 받고, 2조 더! – 文정부에도 이어지는 ‘자원외교’ 유산

도저히 수익을 내는 게 불가능한 해외자원개발에 2조 원 가까이 쏟아붓다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공공기관이 있습니다. 정부는 의원입법을 통해 이 공공기관 자본금을 현행 2조 원에서 4조 원으로 늘려주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방만하고 무책임한 공공기관 운영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하지만, 일선 정부부처에서는 정반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단독입수한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 이사회 의결사항 관련 자료를 보면 광물공사는 지난(2017년) 1월 외부 투자자문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볼레오 광산 개발사업에 7,3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월에 열린 1,116회 이사회 자료에는 이렇게 써 있습니다.

“투자사업을 중단하면 기 개발 투자비(12억 2,000만 달러)를 전액 회수할 수 없으며, 보증채권(6억 5,000만 달러)을 즉시 상환해야 함, 투자사업 지속시 5,100만 달러가 회수되고 보증채권 650만 달러도 상환 가능함” (2017년 1월 이사회 자료)

광물공사 2017년 1월 이사회 자료 중에서

광물공사 2017년 1월 이사회 자료 중에서


다시 말해, 투자를 계속하더라도 약 11억 달러는 날릴 수밖에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이사회를 할 때마다 말이 바뀌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5년 4월 1,088회 이사회에선 “운영자금을 조달하여 정상생산이 개시되면 (2016년 이후는) 자립경영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비 회수도 가능”하다며 2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2016년 2월 1,100회 이사회에선 “생산이 정상화되는 2017년부터는 운영자금과 이자 상환은 가능. 2019년 이후부터 원금상환 가능”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3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볼레오 광산, ‘더’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흔히 해외 자원 개발을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그렇다면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는 2조 원 가까운 국민 세금을 쏟아부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일까요.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주 산타로살리아에 위치한 볼레오 광산에 광물공사가 처음 투자를 한 것은 2008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단순 지분 참여였습니다만, 2012년 주관사인 바하마이닝이 디폴트로 사업이 좌초할 위기에 처하자 광물자원공사가 사실상 인수하면서 투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첫 상업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2031년에는 볼레오 광산을 멕시코 정부에 반환해야 합니다.


광물공사의 홍보만화 중에서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부분.


광물자원공사 이사회 자료에는 “노조 정문 봉쇄 및 시위 참여 근로자 해고”라든가 “장비 조달 지연과 잦은 고장, 작업숙련도 부족” 등 구절이 등장합니다. 기계적 문제(38.6%)와 운영 문제(32.3%)로 인해 플랜트 부문 가동 정지 기간이 지난해에만 75.3일이나 되기도 했습니다.


갱내 채광은 “굴진 및 채광 부진으로 당초 목표 대비 24.5%로 부진”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안전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광물자원공사가 처음 시작하는 광산개발이 아니라 이미 100여년 전부터 운영하던 광산이라 기존 갱도를 메꾸고, 새로 공사하는 등 돈 들어갈 곳이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는 광물공사가 지분 74%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광물공사가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에 투자한 총액은 13억 8,600만 달러입니다. 회수한 금액을 감안해도 12억 2,000만 달러입니다. 게다가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채권 발행의 지급보증을 광물공사가 서면서 발생한 보증채권 6억 5,000만 달러도 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2014년 감사에서 “수익성 부족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면서 “사업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광물공사 투자자문회의에서도 사업성에 의문 제기 


지난(2017년) 1월 11일 열린 투자자문회의에서도 사업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한 외부 자문위원이 “2016년도 사업계획 수립시 3억 달러 추가 투자로 정상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했으나 2017년도에 또다시 7,300만 달러 추가 증액이 필요한 사유에 대해 설명되어 있지 않아 추가적인 자료 및 분석이 필요함”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른 위원은 2031년에 볼레오 광산을 멕시코 정부에 반환하면서 광업세 납부는 물론 복구비용 부담까지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가 현재 심각한 상황이라는 건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대목입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것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장 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 역시 “심각한 상황인 건 맞다. 이명박 정부 당시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사업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졌다. 광물 시세가 하락하는 안 좋은 시기에 투자하면서 손실이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장 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는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3월 임명했다. 김 상임감사는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산하 광주전남본부 본부장과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임기는 2018년 3월까지다.


결론은 '가공식품'이다. 해법은 가공식품을 끊으면 된다. 하지만...

광물공사 내부에서도 볼레오 광산의 사업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사업이라는게 광물공사 측의 해명입니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사업 성격상 초기투자가 많이 든다는 걸 고려하면 정상 궤도에 오른 이후를 기준으로 손익계산을 하는 게 정확하다. 좀 더 지켜봐달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처음으로 운영권을 갖고 진행중인 해외자원개발사업이라는 경험도 큰 자산”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상임감사는 “앞으로는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 광물 국제 시세가 지금 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광물공사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정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광물공사에 출자금으로 책정한 내년도 예산안은 117억 원에 불과합니다. 정부로선 당장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광물자원팀장은 “광물자원공사법에 따라 정부납입금은 자본금 2조 원을 넘을 수 없다. 정부가 지원해줄 수 있는 최대치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117억 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산업부의 해법, ‘2조 받고 2조 더’ 

광물공사를 감독해야 할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해법은 다소 뜻밖입니다. 산업부는 의원입법을 통해 법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산업부 자원개발전략과장은 “현재 광물자원공사 자본금을 2조 원에서 4조 원으로 올리는 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광물자원팀장은 “광물자원공사법에 따라 채권발행 한도는 공사 자본금(2조 원)의 2배를 넘을 수 없게 돼 있는데 올해 말까지 채권발행액이 약 3조 7,000억원”이라면서 “당장 내년 차입금 상환 도래액만 해도 5,750억 원인데 정부가 추가 출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2조 원을 까먹은 광물공사에 ‘판돈’ 2조 원을 더 대줘야 한다는 산업부. 이것은 세금을 판돈 삼은 도박과 무엇이 다른 걸까요?


산업부는 광물자원공사 지원을 위해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 따른 부처별 실천과제를 선정하면서 ‘해외자원개발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을 끼워넣기도 했습니다. ‘해외자원개발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는 국정기획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내용입니다. 더구나 실제 내용은 투명성과 책임성과는 무관한 유전개발사업 출자와 광물공사 출자가 전부입니다. 중기 재정계획 역시 법개정을 전제로 출자액을 2019년에는 1,391억원, 2020년 1,433억원, 2021년에는 1,600억원으로 했습니다.


산업부에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광물자원팀장은 “해외자원개발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자원개발전략과장은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 모든 국정과제를 다 담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산업부만 그런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에서) 궁금해 할만한 사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원개발전략과장은 중기재정계획 추정치에 대해서도 “기재부에서 결정한 액수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라며 공을 기재부에 넘겼습니다. 정작 기재부 담당 과장은 “산업부에서 요구한 액수일 뿐 기재부에서 그렇게 확정해준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손실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청산해야”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를 분석한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를 청산해야 한다. 광물자원공사가 내놓은 각종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는 도저히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속성상 ‘고위험 고수익’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투자를 결정할 때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고 내부 통제는 받아야 한다. 광물자원공사는 전혀 그런게 없다”고 비판합니다.


[MB의 비용] 공저자이기도 한 고기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경제학)는 “광물자원공사가 모호하게 공개한 자료에 근거해 보더라도 수익성이 없다는게 드러난다. 투자할 때는 무작정 했지만, 퇴각은 질서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금과 지급보증액 등을 더하면 최대 3조 원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포기할 건 포기하고 건질건 건지려면 경제적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광물자원공사는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고, 타당성 재검토는 외부에 맡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 교수는 “광물자원공사가 초기에는 지분투자만 했다가 갑자기 지분을 인수하면서 투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는데 어떤 과정에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제대로 밝혀진게 없다”면서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볼레오 광산는 광물공사의 합리적인 투자일까, 아니면 위험하고 무책임한 도박일까? 점점 더 후자의 평가에 설득력이 쌓이고 있다.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를 성공사례로 소개하는 광물공사의 홍보만화 중에서)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광물공사는 분명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내부 감시장치와 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역대 정부에서 공공개혁의 발목을 잡았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잘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까지 광물자원공사에서 볼레오 구리 프로젝트로 징계를 받은 건 감사원 감사에 따라 담당 실무자 3명이 근신과 감봉을 받은게 전부입니다. 김신종 전 사장은 지난 9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볼레오 광산 프로젝트

개요

  • 위치: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주 산타로살리아
  • 지분 현황: 광자공 74%, 캐나다 Camrova Resources(Baja에서 개명) 10% 등
  • 매장량(가채광량): 4,470만 톤(2017년 기준)
  • 연간 생산규모(최대): 전기동 5만 톤, 코발트 2,000톤, 황산아연 27만 톤
  • 투자 현황: 13억 8,600만 달러(회수액 반영시 12억 2,000만 달러)


사업 진행 과정

  • 2008년 지분 매입 결정
  • 2010년 프로젝트 파이낸싱(8억 900만 달러) 계약 체결, 광산 건설 착수
  • 2012년 지분 추가인수
  • 2014년 건설 완공
  • 2015년 동 첫 시제품 생산과 수출(1,919톤)
  • 2016년 황산아연·코발트 생산 개시
  • 2031년 멕시코 정부에 광산 반납 예정

필자가 쓴 또 다른 기사(“[단독] 1조 손실 ‘MB 자원외고’…2조원대 묻지마 증자 추진”, 서울신문, 2017. 11. 14)의 초안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협의를 거쳐 슬로우뉴스에서 편집을 해줬습니다.(슬로우뉴스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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