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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0 18:30

경제학자들이 매긴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6개월 성적은

 지난 5월9일 유례없는 ‘벚꽃대선’을 거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 6개월간 보여준 경제정책이 경제학자들한테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서울신문이 경제학자 10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8명이 “성적으로 치면 B학점”, 두 명은 A학점을 부여했다. 한국경제의 강점으로는 재정여력, 수출경쟁력, 인적자원을 꼽은 반면 약점으로는 양극화와 이중 노동시장, 대·중소기업 격차, 성장잠재력 하락을 지적했다. 기회요인은 4차산업혁명과 남북·한중관계 복원, 위협요인은 저출산고령화와 가계부채 등을 들었다.

 진보적 성향인 학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소득 증대와 소득분배 개선, 재정지출 확대에 초점을 맞춘걸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승일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는 “기업·금융정책이 이전 정부와 다름없이 시장주의에 치우쳐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노동과 복지, 조세정책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이나 거시경제지표, 물가, 소득불평등 해소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A학점을 주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선거공약과 달리 취임 뒤 정책은 기업 상황을 감안해서 순화시켜 정책을 펴고 있는데 가산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신의 경제철학을 밀고 나가는 건 좋은 모습이지만 혁신성장이나 구조조정 관련 내용은 구체적인게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과 옹호가 교차했다. 정인교 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학계는 물론 한국 경제에 맞는지도 검증된 적이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활성화는 가능하겠지만 성장전략으로 보기엔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는 임금주도 경제 성격이 이미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전략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노동친화적인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고 계속 수출주도경제로 가면 성장과 분배의 불균형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소득주도성장의 뿌리는 케인즈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선행연구도 많다. 다만 주류 경제학자들이 분배에 관심이 없어서 주목을 덜 받았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혁신성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조영철 교수는 “혁신성장과 4차산업혁명은 구체적인 게 없어 평가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정승일 이사 역시 “뭐가 새롭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인교 교수 역시 “혁신성장은 창조경제만큼이나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진방 교수는 아예 “혁신성장은 창조경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부자증세’는 찬성이 훨씬 많았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세계 흐름과 맞지 않다. 해외투자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성태윤 교수는 “세율 인상보다는 세원 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하준경 교수는 “세원을 넓히는게 물론 중요하지만 세대간 형평성과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보면 부자증세를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인교 교수도 “부자가 세금 더 내는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강병구 교수와 김진방 교수, 정세은 교수, 조영철 교수 등은 부자증세에서 더 나아가 보편증세까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계부채 대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견해가 첨예하게 갈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요 억제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공급을 늘려서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병구 교수는 “부동산 정책에서는 수요 통제가 더 중요하다”며 세금과 금융을 통한 정부의 수요 억제책을 옹호했다. 하준경 교수는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시중자금을 산업 등 다른 데로 가게 해야 한다”면서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보유세 인상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태도다.

 요즘 뜨거운 쟁점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는 “대미 무역흑자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흑자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FTA를 개정하는 것이 상호주의 관점에서도 적절하다”(김정식 교수)는 지적이 나왔다. FTA 체제 자체에 비판적인 김진방 교수는 오히려 “폐지든 개정이든 손해 보는 협상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경제 체질을 수출 중심에서 내수 증진으로 바꾸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 경제의 ‘SWOT’에 대해서도 물었다. SWOT은 강점(S), 약점(W), 기회(O), 위협(T) 요인을 뜻한다. 기업들이 경영 전략을 세울 때 유용하게 쓰는 분석 전략이다. 강점으로는 수출산업 경쟁력과 재정여력, 인적자원이 주로 꼽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양극화, 이중 노동시장, 저출산 고령화, 가계부채, 성장잠재력 하락 등은 약점으로 지목됐다.

 하준경 교수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재구성한다면 경제 역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영철(고려대 초빙교수) 전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은 “정부가 재정건전성 논리에 발목 잡히지 말고 저출산대책 등 국가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면서 “그런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있다는 것은 어쨌든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과 세계경제 회복세, 한·중 관계 정상화 등은 기회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미국의 통상 압력과 북핵 갈등 등은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세은 교수는 “지정학적 요인은 위협인 동시에 기회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큰 시장을 이웃으로 갖고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서 보듯 자칫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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