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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7 20:27

넘쳐나는 PB상품,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최근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정책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다양한 경제현안을 주제로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일하는 학자들이 강연을 한다. 혼자 듣기 아깝다. 한번 듣고 잊어버리는 건 더 아깝다. 그래서 강연을 글로 요약 정리해봤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가보면 눈에 잘 띄는 곳에는 어김없이 자체 브랜드(PB)상품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의뢰해 생산한 제품에 자체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을 가리키는 PB상품은 시장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식품이나 생활용품에서 이제는 텔레비전까지 나왔다. 품질도 좋아졌고, 시장규모는 기업형 유통업체 매출액의 1/4까지 성장했다. 심지어 품목별 판매 1위까지 등장할 정도가 됐다.


사정이 이렇지만 선행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당연히 현황파악도 제대로 안됐고, PB가 성장한 산업구조적 배경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 단순히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의 선호’ 정도로만 이해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진국 KDI 경쟁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과연 PB판매 확대가 유통업계와 제조업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PB로 인한 불공정거래행위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에 주목했다. 이날 이 위원이 강연한 ‘대형유통업체 자체상품 확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는 그 결과물이다.


PB시장 현황

먼저 PB상품 현황을 보자. 이마트가 1996년대 만든 ‘이마트 플러스 우유’가 첫 PB상품이었다. 이 위원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본격적으로 PB상품 시장이 형성된 시점을 2008년으로 잡는다. 시장규모는 2008년 3.6조원이던 것이 2013년에는 9.3조원까지 성장했다. PB상품 도입 초기에는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곧이어 품목 확대와 고급화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PB업계 판도도 급변하고 있다. PB상품 탄생과 성장의 주역은 대형마트였지만 이제는 편의점이 PB시장을 주도한다. 편의점 3사의 PB매출액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16배나 늘었다. 편의점 3사의 PB매출 비중은 28.8%를 기록했다. 대형마트업계가 편의점에 진출하는 것도 이런 경향에 영향을 미친다. 대형마트 업계 PB시장은 2010년 이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2012년 이후엔 마이너스 성장세다. 바로 이 기간에 편의점과 SSM PB가 급성장했다. 이는 유통업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자원배분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와도 연관된다는고 할 수 있다.


해외 PB시장과 비교해보면 어떤 양상일까. 이 위원은 “국내 유통기업의 PB매출비중은 글로벌 유통기업들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럼에도 PB시장으 여전히 추가 확대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소매업 전체에서 PB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이나 미주 시장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국내 PB시장은 여전히 성장(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성장배경

PB시장이 이렇게 급성장한 요인은 무엇일까. 이 위원은 무엇보다도 종합소매업의 시장집중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종합소매시장은 기업형 유통업태 성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소매시장 규모는 2003년에서 2014년 기간 동안 54조원 증가했는데, 증가액 중 약 80%(42조원)가 기업형 유통업태의 매출증가(68%에서 73%로)에 해당한다. 기업형 유통업태의 매출비중이 증가하면서 구매자 영향력이 커졌고, 이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거래상 지위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문제를 일으킨다.


두번째 요인으로는 유통기업간 경쟁심화를 들 수 있다. 경쟁이 이렇게 심해지는 상황에선 NB(제조업체 브랜드) 상품 위주 가격경쟁은 유통마진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PB는 유통기업이 제품특성 결정에 관여할 수수 있고 자사 점포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 제품 차별화와 안정적 유통마진 책정, 소비자 충성도 향상에 유리하다. PB출시에 대한 경제적 유인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효과

PB상품이 유통기업의 성장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PB 매출 비용 증가는 유통점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에 이바지했다. PB 매출비중이 1% 포인트 증가할 때 유통점포의 매출액은 연구모형에 따라 2230~2850만원, 유통이익은 연구모형에 따라 270~900만원이 증가한다. 이 위원은 “PB가 유통점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향상에 이바지했다는 결과는 다양한 모형에서 일관되게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PB상품이 제조기업 성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위원은 이를 분석하기 위해 기업형 유통업체들 본사에서 확보한 납품 제조업체 명단을 바탕으로 납품 제조업체를 방문해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지역별 업종별 상황을 감안해 납품 제조업체 1000곳에서 확보한 답변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이 위원은 “소상공인을 제외한 모든 기업군에서 PB 매출비중의 증가로 전체 매출액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결론내린다. PB매출 비중 1% 포인트가 증가할 때 대기업은 10.9억원, 중소기업 상위는 2.8억원, 중소기업 중위는 0.7억원, 중소기업 하위는 0.4억원 감소했다. 전체 매출액이 감소하는 원인은 자사 NB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NB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시장점유율 상위의 제품을 더 많이 보유하기 때문에 매출액 감소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눈여겨볼 대목은 “점유율 높은 NB를 보유한 기업은 PB가 자사 NB를 구축하는 자기잠식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 위원은 “유통기업에서 판매순위가 높은 NB와 유사한 PB를 기획해서, 진열대에 나란히 배치하거나 NB를 아예 PB로 전환해 납품받았을 가능성”을 지목했다.


이제 PB상품이 제조기업의 질적성장(영업이익)에 미친 영향은 어떨까. “중소기업 뿐 아니라, 매출액 증가를 경험했다는 소상공인들조차도 유의미한 영업이익 향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PB 매출로 생산규모가 확대되더라도 경제적 실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직면한 이익배분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생산단가가 줄어들면 유통마진과 영업이익률이 늘어야 정상이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PB 매출이 증가해도 영업이익률은 줄고 유통마진은 더 늘어났다. 한마디로 “팔아도 남는게 없다”는게 냉정한 현실이다.


유통기업에선 이렇게 반박할 수 있다. PB기획과정에서 유통기업들이 들인 노력과 비용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제품에 더 많이 소요되었다면 높은 유통마진율은 비용에 대한 회수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과연 그럴까. 이 위원에 따르면 PB제품 가운데 NB 특성을 약간만 변형한 것이 51.8%, 포장형태만 바꾼게 26.2%이나 됐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8.7%에 불과하다. 이른바 ‘미투 제품’이 80% 가까이 된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이 위원은 “앞에서 살펴본 유통마진율 양상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직면한 거래상 지위의 불균형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학문적 견지에서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PB업체를 대상으로 PB상품 개발방법과 불공정거래행위를 설문조사는 결과는 이런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PB제품 개발방법을 물었더니 납품권유가 11.7%, 유통업체와 협력개발이 68.6%인 반면 제조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경우는 19.7%에 불과했다. PB 납품업체 309개사 중 30개사(9.7%)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34%)가 가장 많았고, 포장변경비용 전가(22%), PB 개발 강요(14%), 판촉행사비용 부담(12%), 부당반품(12%) 등이 뒤를 이었다.


결론

PB시장이 커진 과실은 원청 유통기업에게 집중되고 있다. “낙수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위원은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거래행위에 제조업체가 강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더 강력하게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조원가 제공요구 금지조항 위반여부를 꼼꼼히 살피고, 대규모유통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강요받은 PB제조업체의 83%가 요구사항을 수용했다”면서 “이는 거래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높았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신선한 제언도 내놨다. 이 위원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PB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관련 정부지원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PB제조업체들 협의체인 PLMA가 1년에 세차례 정기모임을 다. 올해는 암스테르담(5월), 시카고(11월 12~14일), 상하이(11월 28~30일)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전세계 PB 제조업체들이 모여 제품정보를 교류하고 신규거래망을 형성한다. 정부 프로그램도 있다. 이 위원은 해외유통망진출지원, 해외수출마케팅(중기부), 소비재특화사업, 해외전시회참가(산자부) 등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이 위원이 말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사례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대표사례인 두부는 대표적인 실패사례였다. 두부산업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 전가지는 대기업은 국산콩을 재료로 한 고급시장, 중소기업은 중국산을 재료로 한 저가시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 매출제한이 들어가자 대기업에선 중국산 콩을 활용한 시장으로 가 버렸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쟁이 더 격화돼 버렸다.


발표의 근간이 된 보고서 요약본과 원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된다. 


KDI FOCUS

보고서 원문: 대형유통업체 자체상품 확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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