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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 11:34

'선별증세'라는 익숙한 길, 2017세법개정안의 역설

 정부가 2일 내놓은 세법개정안을 통해 부자증세 노선을 공식화했다. 소득재분배를 위해 부유층과 대기업한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서민·중산층에겐 지원을 확대하도록 했다. 하지만 부자증세를 통한 세수증대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 더해, 과연 부유층 과세에만 촛점을 맞추는 ‘선별증세’ 노선 자체가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법개정안 발표 이전부터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여부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러 차례 “소득·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거치면서 최고세율 인상이 막판에 들어갔다. 소득세는 과세표준  3억~5억원은 38%에서 40%로 인상하고,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도 40%에서 42%로 높였다. 법인세는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고세율 인상을 통한 세수효과는 소득세가 연간 2조 1938억원, 법인세는 2조 5599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소득세율 인상 대상이 근로소득세에서 2만명(상위 0.1%), 종합소득세에서 4만 4000명(상위 0.8%), 양도소득세에서 2만 9000명(상위 2.7%) 등 모두 9만 3000여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대상 역시 전체 법인 약 59만개 가운데 상위 0.02%에 대당하는 129곳에 불과하다.

소득세율 변화

법인세율 변화


 정부가 강조하는 것과 달리 선별증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조세정책과 차별성보다는 유사성이 더 크다. 냉정히 얘기하면 이번 세법개정안은 연속성 속에 존재한다.


사실 ‘선별증세’ 노선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감세정책이 소득재분배 악화와 세입감소만 초래했다는 비판 끝에 2011년 말 국회가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인상하면서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말에는 다시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받는 과세표준구간을 3억원 이상에서 1.5억원 이상으로 바꿨다.


박근혜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증세없는 복지’를 천명했기 때문에 착시효과가 커서 그렇지 실제로는 상당한 증세정책을 시행했다.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게 대표적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도 인상했다. 그게 부자증세이거나 서민증세이거나 하는 논란이 있었을 뿐, 따지고 보면 담뱃값 인상을 예외로 한다면 큰 줄기는 선별증세였다.   


 이에 따라 조세부담률 역시 2013년 17.9%에서 2016년에는 19.4%(잠정)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GDP 대비 국가채무는 2013년 34.3%에서 올해는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는 동안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4%에서 2015년에는 46.8%까지 늘어났다. 이는 선별증세만으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확대를 위한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덧붙여 이번 세법개정안이 과연 얼마나 증세에 적극적인지도 논란꺼리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다분히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아예 논평에서 “세법개정의 목표가 적극적 증세에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얼핏 거대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상 증세효과도 별로 없다. 종부세나 소득세 납세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면세자 문제에 대한 언급도 빠져 있다.


한국은 복지지출도 적지만 세금도 적게 낸다. 내는것도 적고 받는것도 적다. 단순히 부자들이 적게 내서 그런게 아니라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세금을 적게 낸다. 각종 공제 및 감면제도 때문에 평균 소득세 실효세율(무자녀 1인 평균소득 가구 기준)은 5.0%(2015년 기준)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평균과 세 배 가량 차이가 난다.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2015년 기준 4.4%인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회원국 평균은 8.4%(2014년 기준)로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보다도 소득세 비중이 적은 OECD국가는 멕시코와 칠레 등 4개국 뿐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근로소득자 1733만명 가운데 810만명이 근로소득세 면세자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분배는 사회적위험에 빠진 소득상실자에 대한 충분한 급여지출을 통해 이루어야지, 세금을 통해 재분배를 하려고 하면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복지국가의 물적기반의 위축을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조세는 근로와 투자에 되도록 중립적으로 만드는게 필요하며, 이런 의미에서 증세효과도 크게 없으면서 초고소득자와 대기업 소득세율 올리고 투자와 R&D세액공제를 줄이는 식으로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줄이는 세제개편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립적 세제가 되려면 스웨덴식으로 직접세는 정률 단일세에 가깝게, 그리고 정률의 간접세와 사회보험료를 활용해 세수 확충하여 경제 부담 줄이고, 지출 쪽에서 복지 늘이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는 결국 조세징수의 편의성 때문인데 이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부자증세가 잘못된건 아니지만 그런 패러다임으로 계속 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토지보유세를 대폭 늘리는 것이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유도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개정의 목표가 적극적 증세에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인 증세를 통해 일자리창출과 저출산 해결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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