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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0 18:21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부실한 재원마련 대책

 문재인 정부가 복지정책 강화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적극적 재정정책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고 지출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 정비에 의존하는 재원계획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와 뭐가 다르냐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더 나아가 과연 ‘적극적 재정정책’이 맞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발표한 국정운영계획은 앞으로 5년간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178조원으로 추산했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소득주도 성장·미래대비 투자)에 약 42조원,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복지국가 실현)에 약 77조원,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지역 균형 발전)에 7조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남북관계·국방)에 약 8조원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재원은 세출절감으로 95조 4000억원을 확보하고 세입확충을 통해 82조 6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60조 5000억원, 비과세·감면 정비 등으로 11조 4000억원, 탈루세금 징수 강화 등을 통해  5조 7000억원, 세외수입 확충으로 5조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출절감은 우선 재량지출을 10% 구조조정하고 의무지출은 전달체계 누수 방지 등을 통해 60조 2000억원을 절감할 계획이다. 주택도시·고용보험 등의 기금 여유 자금 활용 확대, 융자사업 이차보전 전환 등으로 35조 2000억원도 있다. 


 거창한 계획과 달리 과연 얼마나 ‘적극적인 재정정책’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는 5년간 178조원을 투자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국정운용계획 스스로 60조원을 재정절감한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재정지출 증가는 5년간 120조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 수준은 지난 정부와 큰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소득주도성장의 내수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하려면 적극적 재정정책의 역할이 필수인데, 이 정도 재정확대로는 소득주도성장을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증세 없이 국정운용계획을 세우다보니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는 재정운용계획으로서는  매우 소극적 재정운용 계획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60조원을 ‘초과세수 증대’로 확보한다는 것 역시, 지금은 세수가 잘 걷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초과세수란 말 그대로 경기가 좋아 당초 정부가 예상한 세입예산안보다 세수가 더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재정지출을 절감해서 5년간 약 60.2조원 절감하겠다는 계획 역시 비현실적이다.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에서 7% 이상 절감한다는 계획 역시 SOC나 R&D는 대부분 계속 사업이라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오랫동안 지출 구조조정을 해왔다는 점도 기대만큼 세출절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근거 가운데 하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정전문가는 “사회복지 분야 재정 누수는 밖에서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밖에도 주택도시, 고용보험, 전력기금의 여유자금 최대한 활용해서 35.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려면 전력기금 재원을 적극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기금에서 여유재원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실업급여를 늘리겠다면서 정작 고용보험의 여유재원을 활용하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원조달계획에 ‘지하경제 양성화’만 추가하면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와 다를게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증세를 위해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통령 선거 당시 조세 관련 공약보다 훨씬 후퇴했다”면서 “소득재분배를 통한 조세정의 실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GDP 대비 복지지출이 OECD 꼴찌 수준인 현실에서 과도한 재정효율화만 강조한다면 복지 사각시대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세출절감 목표액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과세감면 정비로 5년간 11.4조원 줄이겠다는 계획 역시 방향 자체는 동의하지만 문제는 현실성과 의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비과세감면 정비로 5년간 18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6.3조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연말정산 문제로 엄청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노무현정부가 발표했던 ‘비전 2030’을 비롯해 정부가 습관적으로 비과세감면정비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식으로 하는 것은 책임성 면에서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비과세감면 정비 방향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조세구조는 중립성이 높고 단순할수록 좋다. 비과세감면이 많아지면 조세구조가 복잡해지고 경제와 사회에 다양한 왜곡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그는 “비과세감면을 통해 이득을 얻는 집단이 생기는 만큼 국가수입은 줄어들고 그 비용은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익은 특정한 사람들이 얻고 부담은 넓게 퍼져있다보니 비과세감면 축소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가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건 조세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관계자 A씨는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던 사람들 입장에선 비과세감면 축소가 증세나 다름없다. 비과세감면 정비는 증세 못지않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소속 정부부처 안에서도 부서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정부부처간 조율도 쉽지 않다. 거기다 국회는 국회대로 다양한 로비와 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정부 차원에서 확고한 의지와 원칙을 세워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연말정산 파동에서 보듯 국민들에게 미리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설득 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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