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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8:30

갈림길에 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서비스법)이 갈림길에 섰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선 보건의료를 뺀 서비스산업발전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서비스법 자체는 정부 논의사항이라며 결론을 유보했다. 보건의료를 서비스가 아니라 공공성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물론이고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했던 ‘서비스경제 발전전략’ 역시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서비스산업 발전 자체는 중요하다. 하지만 보건의료는 서비스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건의료를 뺀 서비스산업발전을 국정과제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전 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산업 발전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 여부는 앞으로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보건의료를 서비스산업에 포함시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보건복지부에서도 의료영리화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국정기획위 관계자 역시 “의료영리화 우려 등 각종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은 핵심 실행과제로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내세웠으며 이를 위해 원격의료와 의료해외진출 등을 추진해왔다.


 서비스법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예산·인력·연구개발 등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보건의료와 교육 등 공공성이 강한 영역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면서 불거졌다. 기재부는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 연달아 정부입법으로 법안을 발의했지만 번번이 국회 임기종료로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차원에서 핵심입법과제로 선정해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명수 의원실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주요 국정목표였고 새누리당도 주요 입법과제로 삼았다. 중진급 의원들에게 주요 입법과제 하나씩 맡겨 대표발의하게 했고, 그래서 우리 의원실에서 대표발의햇던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법은 기재위 소관이다. 정작 이명수는 당시 보건복지위였고 지금은 안행위 소속이다.) 



정부로선 현행법 체계 안에서 서비스경제발전전략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가거나, 보건의료를 제외한 서비스법을 추진하는 두가지 방향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획재정부에선 서비스법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보건의료 제외 방침에 맞춰 재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성과 안정성을 갖는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 일각에서조차 굳이 법안통과에 목을 맬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서비스법이 없더라도 지난해 나온 서비스경제발전전략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서비스산업발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에서도 당초 서비스법 자체를 배제하자는 의견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한 비공개간담회에선 한 국정기획위 관계자가 “이번 정부에선 서비스법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자리위원회에선 독소조항은 빼더라도 법안 통과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법안 부분은 유보한 채 보건의료만 제외하는 것으로 정리가 된 셈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공약집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자체는 추진하되 보건의료는 제외한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서비스법 자체가 애초에 보건의료를 핵심 영역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보건의료를 제외하고 나면 서비스법 추진의 동력 자체가 반감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9대 국회 당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이 기재부에 ‘보건의료 분야를 빼면 서비스법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기재부에선 ‘그럴 거라면 서비스법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기재부 스스로 보건의료가 서비스법안의 핵심이라고 자인한 셈이다.


 김남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은 “결국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규제완화를 손쉽게 하려는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기재부에 일률적인 법적 권한을 부여하려는게 서비스법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비스업이라고 하더라도 업종마다 특성이 다 다른데 그런 실정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법안을 만들겠다는건데 이는 실효성도 의문이고 전세계에 선례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용익(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비스법은 꼭 필요하다며 보건의료를 뺀 서비스법 제정안을 지난해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기재부에서 주시하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가 발의했던 법안이다.


기재부는 서비스법에 참 관심이 많다. 어느정도냐 하면 2015년에 조속한 입법을 위해 예비비 11억 2000만원을 지면광고, 옥외광고, 온라인 홍보 등 대국민 홍보비로 편성해서 11억 1931만원을 집행할 정도였다. 기재부가 국회를 압박하는 여론전을 펴기 위해 예비비를 쓴 셈이다. 

원래 예비비라는건 예측불가능성, 시급성, 불가피성, 보충성(이용,전용 등 다른 방법으로는 재원을 조달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함)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년도 결산분석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국회의 법률안 처리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정치적 의사결정인 입법과정의 본질적인 성격이라 할 것이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시급한 제정 필요성은 국회 내 찬반의견이 대립하는 가치판단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므로 정부의 입법 홍보를 위한 예비비 편성은 예측불가능성과 시급성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기재부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그 관계자 역시 고개를 갸웃하며 흔치 않은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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