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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07:30

중국 '축구굴기' 그 빛과 그림자


<장면1> 
지난 6일 중국 가전 유통회사인 쑤닝그룹이 이탈리아 프로축구 인터밀란 지분 70%를 2억 7000만 유로(약 356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여기). 1908년 창단한 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18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 지배권을 중국 기업이 가져갔다. 

지난달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2부리그로 강등된 아스톤빌라를 중국인 사업가 샤젠퉁이 6000만 파운드(약 1005억원)에 인수했다(여기). 이뿐만이 아니다. 라스타그룹은 지난해 11월 스페인 명문구단 에스파뇰을 인수했다. 맨체스터시티 지분 13%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분 20%도 중국 자본이 갖고 있다(여기).
 
<장면2> 
최근 ESPN은 중국 프로축구 상화이 선화가 포르투갈에서 뛰는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선수 두 명을 영입하기 위해 7000만 유로(약 923억원)를 동원하려 한다고 보도했다(여기). 중국은 이미 이적료 부문에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보다도 더 많은 돈을 쓰는 ‘큰 손’이다(여기)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중국은 브라질리그에서 뛰는 최고 선수들을 싹쓸이하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낸다(여기). 아시아축구연맹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2억 5890만 유로(3414억원)를 썼다(여기) .
 
축구굴기, 모든 길은 축구로 통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겐 꿈이 있다. 중국이 월드컵에 나가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게 소원이라는 그는 축구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2013년 중국 대표팀이 안방에서 태국에 1-4로 지는 걸 지켜보고는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패인분석을 지시하는 황당한 갑질도 서슴치 않는다. 급기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4월 축구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축구선수 5000만명 육성, 2030년까지 아시아 축구 제패, 2050년까지 세계 제패라는 장기전략을 발표했다. 류옌둥 부총리가 이끄는 축구개혁영도소조는 올해 예산으로 40억위안(약 7120억원)을 배정했다(여기). 

2012년 2월 아일랜드를 방문한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축구장을 찾아 시축하고 있다. 신경보



 중국이 천명한 ‘‘축구굴기’는 말 그대로 중국 축구가 봉우리가 솟아나듯이 실력으로 일어서자는 뜻을 담고 있다. 방향은 명확하다. 프로축구 슈퍼리그를 키우고, 리그를 바탕으로 국가대표팀 수준을 높인다. 유소년 축구 시스템에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코드’를 맞춘다며 무리수까지 등장했다. 초등학교에서 ‘축구 체조’(여기)라는 족보도 없는 체조를 시킨다고 국내에서도 논란이다. 운동 좀 한다 싶으면 다른 종목 선수까지도 축구를 시키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농구 영웅인 야오밍이 공개적으로 정부가 축구를 편애한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시진핑이 나서서 축구굴기를 외치고 대기업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슈퍼리그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와 감독들을 영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유럽 클럽을 직접 인수하기도 한다. 전폭적인 투자에 힘입어 슈퍼리그는 국제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한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2013년과 2015년 우승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도 상하이 상강과 산둥 루넝이 도쿄와 시드니를 꺾고 8강에 안착했다.

 대기업들이 축구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슈퍼리그 구단 중에는 모기업이 부동산과 건설 분야가 많은 것도 권력층과 교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저우 헝다에 해다마 1000억원 넘게 투자하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명목상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에 발탁된 반면, 한때 슈퍼리그 최강자였던 다롄 스더는 모기업인 다롄그룹 후견자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실각한 뒤 공중분해됐다(여기).

 축구인들이 주도하는게 아니라 정부와 대기업이 축구발전을 주도하다보니 거품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여기). 중국인 선수들 몸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유럽무대에 도전하지 않고 슈퍼리그에 안주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한국과 일본이 이제는 유럽파만으로도 웬만한 선발명단을 구성할 정도가 된 반면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국 선수를 찾기가 어렵다. 지난 시즌 슈퍼리그 득점 상위 10명에 드는 중국 선수도 2명에 불과하다(여기). 지난해 K리그 클래식이 5명, J1리그는 7명이었던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여기).

 중국 선수들 기량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이 “공한증은 없다”며 큰소리치다 신예들 위주로 출전한 한국에 0-2로 패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U-23) 대회에선 내전 때문에 훈련도 제대로 못하는 시리아한테 1-3으로 역전패한 것을 비롯해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심지어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에선 북한이 필리핀에 패한 덕분에 겨우 16년만에 최종예선에 진출했지만 한국·이란 등과 한 조에 묶여 최종예선 통과는 힘들어보인다(여기).

 이러저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프로축구가 결코 요란하기만 한 ‘빈수레’가 아니라는 것은 뜨거운 축구 열기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슈퍼리그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평균 2만 2193명이나 된다. 평균 관중이 2만명이 넘는 구단이 8곳이나 된다. 광저우 헝다와 베이징 궈안은 경기가 열릴 때마다 평균 4만명이 넘는 관중이 몰린다. 심지어 지난해 인기가 가장 적었던 광저우 푸리조차도 평균 관중수가 7989명이다. 지난해 K리그 전체 평균 관중수는 7720명이었다(여기).

 중국 정부가 강력한 정책의지를 바탕으로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고 리그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스포츠인 야구도 과거 전두환 정권이 대기업 팔을 비틀어가며 의도적으로 육성시켰던 선례가 있다. 중국 프로축구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한국 축구에게도 득이 더 많다. 치열한 상호 경쟁을 통해 상향평준화를 이루고 동아시아 축구 위상 자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 공교롭게도 오는 8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선 한국과 중국이 두 차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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