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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3 12:09

미국에서 생활체육이란... 부모와 함께 즐기는 것


2015년 12월12일부터 21일까지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생활체육'을 주제로 한 기획취재였습니다. 애틀란타 교외지역과 시카고 교외지역을 다녔습니다. 아래 글은 미국 출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서울신문 12월30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켄 호로비츠 교수가 돌솥비빔밥에 고추장을 듬뿍 넣으며 말했다. “어릴 때 동네 야구팀에서 야구를 자주 했죠. 경기 때마다 아버지가 항상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해주곤 했죠.” 미국 뉴욕이 고향인 그는 지금은 조지아주 귀넷 대학에서 스포츠의학을 가르친다. “아들놈이 동네 야구팀에서 경기를 할 때면 저도 경기장에 갑니다.” 호로비츠 교수가 “나중에 제 아들놈은 손주들을 응원하러 야구장에 가겠지요”라고 말할때 그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호로비츠 교수는 꽤나 평범한 미국인의 일상을 설명했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황윤엽씨는 “부모가 자원봉사로 코치를 하거나 응원을 하는 건 거의 상식에 가깝다”고 말했다. 대다수 미국 중산층 이상 가정에선 자녀에게 과외로 체육활동을 시킨다. 시카고 북쪽 글렌뷰에 사는 중학생 이영웅군은 학교가 끝나면 1주일에 두번씩 지역 체육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여름에는 수영과 육상, 지금은 농구를 배운다. 한 달에 50달러만 내면 운동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부모들과 함께하는 체육활동은 공립 체육센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귀넷 카운티 공공체육센터 제이슨 컷친스 코디네이터는 센터를 운영하는 원동력으로 시민들의 자원봉사를 꼽았다. 체육센터 이사회는 물론 감사에서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예산집행내역까지도 공개한다. 지역 대항전이라도 열릴 때는 부모들이 대회비용마련 행사는 물론 행사진행까지 적극 나선다. 그는 “한 부모는 시간이 없어서 잔디에 흙 뿌리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공원과 녹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 역시 미국 생활체육을 지탱하는 힘이다. 글렌뷰에 있는 글렌비어 공원은 추운 날씨에도 달리기를 하는 시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자신을 제이슨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퇴근하고 공원 한바퀴(3㎞)를 뛴다. 집만 나서면 바로 공원이니 마음만 먹으면 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윤엽씨는 “테네시에 살 당시 집 근처 공원에 가서 10달러만 내고 딸아이와 함께 승마를 배우곤 했다”고 말했다.


좋은 제도는 생활체육을 강화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뿐 아니라 엘리트체육까지도 강화시킨다. 1972년 제정된 이른바 ‘타이틀 IX’(이하 타이틀9)이 전형적인 사례다. 법에 따라 주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공립 교육기관은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남녀 운동부를 같은 규모로 맞춰야 한다. 덕분에 1971년 고교 운동부 395만명 가운데 29만명에 불과했던 여학생 운동선수는 2014년에는 여자농구 43만명, 여자배구 42만명, 여자축구 37만명 등으로 성장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 그위넷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공공 체육센터에서 여학생들이 배구를 배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자배구가 인기 있는 생활체육 종목이다.


양극화는 미국 생활체육을 위협하는 어두운 그림자다. 자산 수준에 따라 거주지역이 다르고 즐기는 운동이 다르고 운동을 대하는 태도조차 다르다. 스포츠사회학을 전공한 이정대 귀넷 대학 교수는 “백인 중산층에게는 운동을 통한 몸매관리가 자기관리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틈만 나면 정말 열심히 운동한다”면서 “반면 저소득층은 운동부족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애틀란타 교외 수에니시에 있는 한 사설 체육클럽을 찾았다. 조지아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체육클럽에선 농구와 배구를 중심으로 유소년부터 고등학생까지 30여개 토너먼트가 연중 쉬지 않고 이어진다. 훈련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3개월에 800달러를 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중산층 이상 학생들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중산층 이상 거주지역 공원에서는 농구 골대가 사라지는 중이다. 이 교수는 “빈곤층 학생들이 몰려든다며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조지아주에 있는 S태권도장은 미국내 양극화가 ‘과시적 소비’와 결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태권도장이 한 달에 120~130달러를 받는 반면 S태권도장은 1주일에 3회, 40분씩 가르치고 165달러를 받는다. 도장 안에는 자체적인 방과후교실까지 갖췄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래 극심한 경기침체 와중에 몇몇 태권도장이 문을 닫았지만 이 태권도장은 지금도 관원이 200명이 넘을 정도로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 17일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퓨리서치 센터가 부모 18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간 소득이 7만 5000 달러 이상인 부모는 84%가 아이들이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반면, 소득 3만 달러 이하는 그 비율이 59%에 그쳤다(출처는 여기)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과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이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도 연봉이 최소 7만 5000달러는 37%가 체육활동을 즐긴다고 대답한 반면 2만 5000달러 미만은 15%만이 체육활동을 즐긴다고 대답했다.(출처는 여기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돼 버린 패스트푸드는 운동부족에 더해 심각한 비만 문제까지 초래한다. 이 교수는 “쇼핑몰에 가서 손님들 비만 정도만 보면 저소득층이 자주 찾는 곳인지 아닌지 대략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호로비츠 교수 역시 “한부모 자녀가 급증하는데다 엄마들이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녀야 하는 가정에선 자녀들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신경을 쓰기가 쉽지 않다”면서 “나쁜 식습관과 운동부족이 청소년 건강관리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우려했다.


그위넷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공공 체육센터에서 학생들이 겨울철 빙상스포츠로 인기가 많은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있다.



운동만 잘하는 선수? 운동도 잘하는 엘리트!

미국 뉴욕에서 나고 자란 바니 리빙스턴은 농구 특기생으로 장학금을 받은 덕분에 대학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주인공은 농구와 학업을 병행하고 하버드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된다. 역시 뉴욕에 사는 자말 월레스는 농구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덕분에 농구특기생으로 사립고등학교에 전학할 수 있었다. 학교 재단에서는 자말이 우승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농구만 하는 건 아니다.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예외는 없다.


바니 리빙스턴과 자말 월레스는 각각 소설 ‘닥터스’와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미국 사회에서 학교 체육부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바니 리빙스턴은 1950년대 대학 농구부에서 활약했다. 이 당시만 해도 농구부는 학업과 병행하는 순수 체육활동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자말 월레스가 1990년대 고등학교 농구부에서 활약할 때는 학교 이름값을 위해 학교체육을 이용하는 성격이 강해졌다.


미국인들에게 체육부 활동을 했다는 것은 운동도 잘하는 엘리트로 비친다. 학교에서 운동부 생활을 했다는 것은 단체생활과 성실함, 거기다 건강까지 갖춘 우수한 인재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점을 평균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운동부 참가 자체가 안되도록 한 미국 제도는 이런 인식을 더 강화시킨다. 결국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을 졸업했다면 취업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대학마다 스카우터가 있고 이들이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영입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조지아주 수에니시에 있는 한 사설 체육클럽에서 만난 마이클 에디 매니저는 “토너먼트 기간에는 미 전역에서 대학 스카우터들이 찾아와 선수를 관찰한다”면서 “소속팀 성적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을 직접 관찰하고 특기생으로 뽑아간다”고 설명했다.


미국대학경기협회(NCAA)는 프로스포츠와 생활체육 사이에서 연결고리 구실을 한다. 미식축구, 농구 등 주요 종목의 프로구단들은 대부분 NCAA 소속 대학에서 선수를 스카웃한다. 가령, 미식축구리그에서 프로선수로 뛰려면 반드시 대학팀에서 최소한 3년을 선수로 뛴 경력이 있어야 한다. 유럽 프로축구 구단들이 자체적인 유소년 육성제도를 갖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출처)


NCAA는 대학리그 선수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성취도를 기록하지 못하면 토너먼트 출전 금지를 비롯한 제재를 가하는 학사관리를 강조한다. 미국 프로농구를 상징하는 마이클 조던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농구팀에서 활약할 당시 문화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평균 평점이 3.3인 것에서 보듯 농구를 하는 도중에도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3.6이었다(들풀님이 알려주신 정보에 근거했음).


학사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소속팀이 제재를 받는다. 지난해 NCAA 농구 챔피언에 오른 코네티컷 대학은 2013년에 학업성취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 토너먼트 출전이 금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네티컷 대학 소속 농구 선수들 졸업률이 8%에 불과한 것에서 보듯 대학체육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출처는 여기)


가장 큰 도전은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상업화 물결과 아마추어 정신 사이에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NCAA는 아마추어 정신을 강조하며 대학선수들에게 별도 연봉을 주지 않는다. 이로 인한 엄청난 예산절감 덕분에 연간 수익은 10조원을 넘는다. 39개 주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공무원이 대학 미식축구나 농구팀 코치다.


이런 이유로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비판하기도 했다. “NCAA는 학업 성적도 으뜸인데 취미 삼아 운동 능력도 뛰어난 청년들이 모여 펼치는 꿈의 리그가 아니다. 프로 선수나 다름없는 유망주를 대학 교육을 시켜준다며 데려와 장학금 몇 푼 쥐어주며 공짜로 써먹는 덕분에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땅짚고 헤엄치는 비즈니스에 오히려 가깝다.”(출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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