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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3 07:30

일본 지방의회 결산심사 참관기


한국정부회계학회 일본 방문에 동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걸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 지방재정제도, 서로 채워줘야할 보완관계에 이은 두번째 글이다.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구의회 사무처 공무원이 다시 한 번 주의를 줬다. “우산과 지팡이는 반입 금지입니다. 녹취와 촬영도 안됩니다. 휴대전화도 꺼주세요. 회의 도중 대화나 발언을 할 수 없습니다.” 뭘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하나 답답하게 느끼며 일본 이타바시 구의회 회의실으로 들어섰다.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일본 지방의회 결산심사를 견학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정부회계학회와 정부 관계자들을 압도했다.

 지난 23일 이타바시 구의회 방문은 어렵게 성사됐다. 결산심사는 일본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결산심사장에는 외부인사 참관조차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의회에 한일의원연맹이 구성돼 있는데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던 나카무라 도라아키(中村虎彰) 구의원이 적극적으로 주선해준 덕분에 가능했다. 물론 촬영은 물론 메모도 금지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지켜야 했다.

이타바시 구의원들이 결산심사 회의를 하는 모습. 맨 뒷줄에 참관하는 한국정부회계학회 회원들이 보인다.


 이타바시라는 이름을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판교’가 된다. 공교롭게도 경기 성남시에 있는 판교와 한자도 똑같다. 모두 널다리(널빤지로 만든 다리)에서 유래했다. 인구는 54만명으로 서울 노원구(58만명)보다 조금 적지만 구의원 숫자는 노원구의회(21명)보다 두 배가 넘는 46명이나 된다. 자민당 15명, 공명당 11명, 공산당 9명, 시민클럽 6명, 민주당 4명, 무소속 1명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질문시간과 답변시간별로 제한시간을 두는 한국과 달리 구의원들은 각자 배정받은 20분 동안 자유롭게 질의하고 답변을 들었다. 23일은 이타바시 구의회 결산심사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토론이 더욱 활발했다. 모든 절차를 마친 뒤 구의원들 대부분이 기립해서 결산심사안을 가결시켰다. 공산당 소속 구의원들은 기권했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을 견제하기엔 야당이 너무 약했다. 

 올해 결산심사에서 가장 큰 현안은 고령화 대응과, 지역마다 있는 공공회의장[集會所] 통폐합 문제였다. 가와구치 마사토시(川口雅敏) 구의원은 “구청에선 공공회의장을 통폐합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라면서 “구의원들은 주민들 여론도 있고 해서 자기 지역구 안에 있는 회의실을 없애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 내년 3월까지 결론을 낼 예정”이라면서 “이용률을 기준으로 없앨 곳은 없애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다른 쟁점은 고령화 대책이었다. 나카무라 구의원은 “민관협력을 통해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많이 다뤘다”면서 “나 역시 노인종합복지관 운영예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이타바시는 현재 주민 5명 중 한 명은 노인이다. 그는 “일본은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어서 정부 힘만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구청에서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시민단체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방자치 역사가 오래됐다. 한국에선 동일한 기준에 따라 지방재정을 중앙정부가 관리하지만 일본은 지자체끼리도 정보공유를 하지 않을 정도로 독립성도 강하다. 한국에선 최근 지방교부세 배분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추세이지만 일본에선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고유재원”이라며 인센티브 강화에 회의적이다. 반면 한국보다는 유연한 대응능력이 떨어지고 세입에서 지방채 비중이 높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한일간 지방재정제도를 연구하는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학교 교수는 일본 지방자치의 원동력을 탄탄한 세입기반, 그리고 자율성과 책임성을 살리는 재정운용에서 찾았다. 그는 “불확실한 세입기반이 한국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자본규모 등 외형 기준으로 과세하는 일본식 지방법인세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본 역시 지역간 불균형 해소가 현안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수평적 지방재정조정 제도개혁을 실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Trackback 2 Comment 2
  1. BlogIcon 별마 2015.11.03 12: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지방채가 세입에서 비중이 크다는 점은 좀 우려가 됩니다. 그리고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지방법인세는 흥미롭네요. 언제나 그렇듯이 잘 읽고 갑니다 ㅎㅎ

    • BlogIcon 자작나무숲 2015.11.04 09:21 신고 address edit & del

      지방채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변함없는 관심에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