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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23:49

내우외환 공직사회


 정부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A씨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 취지에 동의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실은 현실입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요.” 그런 그조차도 “공무원을 도둑놈 취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비판받을 건 비판받아야지요. 이해충돌은 분명히 막아야지요. 하지만 공무원들이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는 공무원을 마피아와 동일선에서 바라보는 ‘관피아’ 담론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 제1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역시 관피아 담론의 연장선에 있다. 그런데 관피아 담론과 공무원연금개혁 논란은 공직사회에 새로운 고민꺼리를 만들었다. 바로 ‘인사적체’ 문제다.

 정부 안팎에선 최근 행정자치부 고위공무원 B씨에 대한 인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맡고 있는 보직을 바꿔줄 때가 된데다 현실적으로 차관 승진은 어렵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산하기관으로 옮겨가는게 보통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엔 그 길도 막혀버렸다. 고위공무원이 대개 50대 초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작정 퇴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B씨 사례가 관심의 대상이 된 또다른 이유는 청와대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 사정을 잘 아는 C씨는 “당시 장관이 B씨를 산하기관장으로 내정했는데도 청와대에서 틀어버렸다”고 했다. D씨 역시 “새로 기관장이 된 분은 이른바 ‘급’이 낮은데다 그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도 아니어서 당시 공무원들이 내게 새 기관장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어보곤 했다”고 증언했다. 정부관계자 E씨는 “실국장 인사를 청와대가 좌지우지한다는 건 상식으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정부관계자 F씨는 “B씨에 대한 인사가 청와대 방침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그는 “적당한 산하기관 자리로 퇴로를 열어주는 건 공직사회 안정을 도모한다는 양보라는 의미가 있다”면서 “반면 보직을 주지 않고 물러나라고 압받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조치이기 때문에 쓰나미급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어느 쪽이든 부담이 크기 때문에 청와대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느라 고위급 인사가 늦어진다는 해석이 많다”고 말했다.

 인사적체에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 논란이 초래하는 문제는 바로 “예측가능성이 떨어졌다는 점”이라고 G씨는 털어놨다. 그는 “다들 자기 업무에 바쁘기 때문에 청와대 눈치만 보는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과거엔 인사추천위원회같은 공식적인 틀 속에서 인사가 이뤄졌다면 요즘은 어떤 사람을 왜 그 자리에 임명하는지 인사 배경조차 알려주질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관계자 H씨는 “‘좌지우지’가 아니라 ‘스캔’하는 것이고 그건 원래 있던 청와대 기능”이라고 반박했다.

 정부관계자 H씨는 논의의 실마리를 ‘공무원 신분보장’을 규정한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찾았다. 그는 “헌법이 공무원 신분보장을 규정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정치적 외압이나 사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도록 요구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면서 “과거 공무원 급여가 너무 낮은 것이 뇌물수수를 부추겼던 것처럼, 신분보장이 안되는 것이 오히려 재취업 등 이해충돌과 함께 복지부동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12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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