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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18:30

국책사업 둘러싼 갈등, 정부부터 달라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각종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밀양 송전선로 건설, 중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 입지선정, 4대강 사업 등 갈등관리 분야 교과서가 될 만한 사례가 넘쳐난다. 갈등의 중심에는 상대방이 ‘막무가내’이고 ‘솔직하지 못하다’고 보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갈등에 따른 사회적 손실도 막대하다.

 ‘갈등의 진단과 해결을 위한 정책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한국행정연구원, 한국갈등학회가 공동으로 24일 개최한 토론회는 갈등관리에 대해 기존과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갈등유발주체로서 기존에 자주 거론되던 ‘일부 극렬 주민’이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환경단체’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이 집중적인 토론 대상이었다.

사진제공=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의 정부 불신과 지역갈등’을 발표한 최흥석 고려대 교수는 갈등의 근원에 ‘정부를 향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그 원인으로 “정부의 의도와 태도를 믿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가 보기에 주민들은 정부가 그들에게 호의적인지, 그리고 호의를 믿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부를 신뢰할지 말지 결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말하거나 의도하는 것을 이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정부를 신뢰 혹은 불신한다.

 최 교수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갈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2003년 전북 부안에선 갈등이 폭발한 반면 2005년에는 주민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방폐장 유치에 성공했다”며 절차적 정당성과 숙의성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2003년에는 주민투표나 지방의회 논의 없이 자치단체장이 신청하기만 하면 공모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미국 댐 건설 갈등을 해소하는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많았다”면서 “정부가 문제제기를 듣는데 몇 개월, 그걸 정리해서 열람시키는데 몇개월 기간을 거친다”면서 “제기된 문제를 제3자에게 연구용역을 주고 그걸 다시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듣는 기간을 거친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전에는 댐 짓는데 13~14년 걸리던 게 갈등관리 과정을 바꾸니까 11~12년으로 오히려 기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신종원 서울YMCA 실장은 “대형 국책사업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주체는 정부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정부는 정당한데 국민이 갈등을 유발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그런 시각으로는 갈등 해결이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갈등을 풀어낼 전문가도 부족하고, 그런 전문가를 현장에서 일하도록 해주지도 않고, 현장에 적절한 권한위임도 없다”면서 “결국 정부 시스템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정화 강원대 교수 역시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환경단체 등 갈등을 부추기는 제3자를 비난하지만 그런 기준으로 보면 정부기관이 전문가와 언론을 활용해 우호적 여론형성을 시도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곳과 허가·심사하는 곳을 구분하지 않고, 추진하는 곳에서 심사도 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면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정부 토론회 기조발제자 초청받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국민대통합위원회가 2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갈등의 진단과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건 각종 환경문제를 두고 정부와 가장 대립각을 세워 온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었다.


 환경연합에서 20년간 활동해온 “골수 환경운동가”로 자신을 소개한 그는 “나에게 기조연설을 맡긴 것은 공공갈등에서 가장 극렬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서라고 본다”며 ‘약자의 편이 되는 갈등관리’를 주제로 갈등해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며 건설중이던 이포보를 42일간 점거하며 고공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염 총장은 “당시 지역주민들이 확성기를 켜 놓고 ‘지역개발 가로막는다’며 우리에게 항의하던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농성이 끝나고 보니 그들은 지역주민이 아니라 부동산업자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농사를 짓는 지역주민들은 피폐해진 농토를 값 올려 팔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4대강 사업에 특별한 반대를 하지 않았다”면서 “주민들과 유리된 국책사업, 주민들은 배제된 갈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염 총장은 갈등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약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미래세대의 권리를 보장하는 지속가능성, 사회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한 사회적합의” 등 “정의로운 갈등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합리적인 갈등조정은 정부공개와 차별없는 접근 허용(투명성), 과학점 검증과 논리적 논의(타당성), 공정한 의사결정(민주성) 등 세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면서 “갈등관리라는 것이 국민이 하나가 되는,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는 말로 기조연설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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