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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3 09:29

소방관 국가직화 논란, 핵심은 예산갈등이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말 그대로 
거주하는 지역에 상관없이 국민이라면 누구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생활을 누리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국가를 목격하고 있다.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할 소방안전 혜택이 실제로는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출처: 연합뉴스

 주민 1인당 소방예산은 물론 소방관 1인당 관련 예산도 편차가 극심했다. 심지어 지역별로 개인안전장비 확보도 심각한 차이를 보였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 뒤에는 지역간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숨어있다. 

  서울신문이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올해 지역별 예산규모와 소방예산, 인구수 등을 바탕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주민1인당 소방예산을 비교한 결과 주민1인당 소방예산 규모는 최대 3배 가량 차이가 났다. 주민1인당 소방예산이 경기도는 약 4만원, 부산시 약 5만원에 불과한 반면 세종특별자치시는 약 15만원, 강원도는 약 11만원이었다.

 지자체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소방예산 규모는 평균 3.5%에 그쳤다. 시도별로 각각 3.3%와 3.6%로 차이를 보였다. 그나마 강원도는 4.7%로 가장 비중이 컸고 경북 4.1%, 경기도 4.0%였을 뿐 대다수 지자체는 3% 수준에 그쳤다. 특히 제주도는 2.0%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개인안전장비 현황


개인안전장비 노후,부족율 현황

개인안전장비 노후,부족율 현황


 근무지역에 따라 소방관 안전도 극과 극이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방화복, 헬멧, 안전화, 장갑, 두건, 호흡기 등 개인안전장비조차 평균 16.5%가 오래돼 교체가 시급하지만 충분한 예산확보가 안되는 실정이다. 소방방재청 자료를 보면 개인안전장비 노후율은 인천(24.5%), 전남(24.4%), 전북강원(23.6%), 서울(23.3%) 등에서 특히 심각했다.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입어야 하는 방화복조차 노후율 60%가 넘는 곳이 인천(67.7%), 전남(67.4%), 서울(65.7%), 강원(61.3%) 등 4곳이나 됐다. 전국적으로 보면 방화복은 43.5%, 공급호흡기는 20%, 헬멧은 38.5%가 당장 교체해야 하는 노후 장비였다.

 오래되고 낡은 장비마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전국적으로 안전화는 7.4%, 장갑은 4.4%, 두건은 11.3% 등 보유기준조차 채우지 못한 개인안전장비가 4.5%나 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2.2%로 가장 부족율이 높았고 부산(19.6%), 세종(18.2%) 등이 뒤를 이었다.

6. 향후 5년간 노후소방차 및 개인안전장비 확충 소요예산(물가상승율 미반영)


소방인력 현황


소방관서 현황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초동대응이 관건이다. 하지만 경기도 163대, 강원도 125대, 전남 115대 등 전국적으로 1202대나 교체가 시급했다. 반면 광주는 16대, 대전은 17대, 울산은 19대에 불과했다.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부족하고 낡은 소방관 안전장비는 당장 소방관 안전마저 위협한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29명이 순직했고 공상자는 1626명이나 발생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단가계산을 해보면 부족하거나 오래된 개인안전장비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데 510억원, 노후소방차 교체에 2308억원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입으로는 안전을 외치면서 소방예산에 대해서는 지방사무라며 나몰라라 하는 건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국가직 요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 

소방관 A씨는 “내가 공무원 맞나”하는 회의감이 드는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소방사 공채로 소방관이 되고 나서 16년째 화재진압과 구급 업무를 하지만 너무나도 열악한 근무환경에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틴다”는 그는 “국가직으로 신분단일화를 통해 국가에서 균등한 투자로 육성함으로써 국민 모두에게 좀 더 안전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게 해 달라는 것”이라며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강조한다.

 지난 6월 7일부터 소방관들은 광화문광장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논란이 불붙고 있다. 소방관들이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쌓인 불만이 소방방재청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계기로 폭발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초과근무수당 등 처우 문제다. 현재 전국 소방관 6000여명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1인당 평균 2600만원에 이르는 미지급 초과근무수당을 지불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각 지자체가 예산범위 안에서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던 관행에 대해 법원이 소방관들 손을 들어준 뒤 전현직 소방관들이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소송을 낸 것이다. 한 소방관은 “행정직은 야근시 특근매식비로 7000원을 받지만 소방관은 야간근무시 출동이 있을때만 3000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급여 문제보다도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요구는 소방관들 자신의 안전까지도 위협할 정도로 낡고 부족한 장비,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지역간 소방예산 불평등 문제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예산 우선순위를 둘러싼 ‘예산전쟁’인 셈이다.

 현행법상 소방업무는 지방자치사무다. 지역 소방관 인건비와 사업비 등 거의 모든 소방예산이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소방방재청 정원은 300여명에 이르는 국가직과 3만 9000여명에 이르는 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다. 올해 총 소방예산은 3조 1502억원이며, 이 가운데 본청 예산은 1242억원인 반면 시도 예산은 3조 260억원에 이른다. 지자체 소방예산 가운데 인건비가 1조 9609억원으로 65%나 된다. 나머지 35%로는 장비교체하는데 급급하다. 거기다 단체장 의지와 정책우선순위에 따라 지자체마다 차이가 극심하다. 

 예산부족이 해마다 되풀이되다 보니 국민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금 당장 교체가 시급한 노후 소방차를 1202대를 포함해 향후 5년간 교체해야 하는 소방차가 4211대나 된다. 교체비용은 8090억원이나 된다. 거기다 개인안전장비 교체와 보강을 위해 필요한 비용도 510억원이다. 지자체에게 맡겨두기엔 너무 큰 부담이다.

 올해 지방재정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 중앙정부 의존재원은 약 69조원으로 지난해보다 5.5%나 늘어한 반면 지방세·세외수입 등 자체재원은 약 76조원으로 지난해보다 4.3%나 줄었다. 자체재원이 감소한 것은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와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조치 등으로 지방세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에 그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거기다 내국세 세입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부세 수입 증가는 미미(1000억원)한 반면, 국고보조금은 큰 폭으로 증가(약 3조 5000억원)시켰다.

 전반적인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지자체 차원에서 소방예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지자체별 불평등은 지자체에 맡겨놔선 해결이 불가능하다. 재정압박에 허덕이는 지자체에서도 국가직화를 지지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소방관 국가직화를 공개지지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올해 소방예산 규모가 5656억원이나 된다. 보통교부세 지원도 못받는 서울시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국민 여론은 ‘국민안전’을 위해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중앙정부에선 “안전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소방은 지방사무”란 모순되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양극화로 인한 내수부진 때문에 세수결손이 심각한데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증세는 없다”고 못박아 버리는 바람에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도 진퇴양난이다. 결국 국고보조사업 등을 통해 재정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에선 지방사무는 물론 명백한 국가사무조차도 습관적으로 국고보조사업으로 시행한다. 특수소방장비 확보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3층 높이까지 인명구조와 화재진압할 수 있는 복합굴절사다리차(단가 19억원)와 초고층건물 화재진압이 가능한 고성능 소방펌프차(단가 12억원) 등 특수소방장비 확보를 위해 5년간 2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에 따라 올해 400억원을 배정했다.

 특수소방장비 구입사업은 국고보조사업이다 보니 지자체에서 50%만큼 예산확보를 하지 않으면 예산집행 자체가 안된다. 중앙정부 차원에선 집행률이 100%이지만 실제로는 집행률이 0%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지자체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예산책정은 결과적으로 지방간 불균형을 악화시킨다.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안전에 차별이 발생하는 셈이다.

 중앙정부에서 국민안전과 관련한 국고보조율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사례도 있다. 가령, 정부가 지난 1월 28일 시행령을 개정해 재해위험지역정비와 우수저류시설설치 사업 보조율을 60%에서 50%로 줄이는 바람에 지자체가 각각 704억원과 131억원을 추가부담하게 됐다.

 한 국회 보좌관은 “해마다 정부예산안편성 과정에서 소방방재청은 노후소방차 교체와 개인안전장비 교체와 보강을 요구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고 증언한다. 그는 “국회에선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증액을 요구하는 결론을 내지만, 이마저도 예산결산특별위원에서 최종결론을 내릴 때는 삭감되기 일쑤”라면서 “예산우선순위에서 밀리는대다 기획재정부에서 지방사무란 이유로 예산증액을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에선 여전히 국가직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소방예산확대는 동의하지만 그건 소방관 처우와 별개 문제”라면서 “국가직은 상급이고 지방직은 하급이라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안행부 관계자 역시 “재난과 안전관리는 명백히 지방사무라는 걸 고려하면 소방예산 국비비중을 늘리거나 예산 지원체계를 개선하는게 더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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