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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5 18:30

정부3.0 보고서(상) 박근혜 대통령 ‘한복’ 정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부3.0’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이다. 대선공약집은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투명한 정부”를 선언했다. 정보공개는 박근혜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정부3.0’을 위한 첫 단추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해 본 2년 차 정부3.0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심층 분석한다. 이 글은 나를 포함한 서울신문 기자들의 취재를 바탕으로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경험과 노하우에 크게 빚졌다. 아울러 이 글 본문은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것과 동일하다. 멋진 편집을 해주신 슬로우뉴스에 꾸벅. (필자 주)


대통령 박근혜는 틈날 때마다 ‘정부3.0’을 강조한다. 그럼 대통령을 최일선에서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실, 국가안보실 등, 이른바 ‘청와대’는 정부3.0에 얼마나 열심일까. 한마디로 ‘나 몰라라’ 한다.

파이어폭스에서 대한민국 정보공개 포털로 접속하면 제일 처음 맞는 메시지는 “신뢰할 수 없음”이라는 안내문이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

나는 지난해 11월 33개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회의록과 속기록 명단’을 정보공개청구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이렇게 답변했다.

“회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 ‘회의록과 속기록’ 자체와 함께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 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등에 따라 비밀.비공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공개할 수 없음.”

애초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은 ’회의록 속기록 자체‘가 아니라 어떤 회의록 속기록을 생산하는지 명단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회의록과 속기록 그 자체와 함께…”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대통령비서실도 내 의도를 분명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의록과 속기록 제목조차도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이 된단다. 청와대를 제외하고 회의록·속기록 명단을 공개 답변해준 모든 장관급 부처와 위원회 등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기라도 한 것일까?

정보공개법에는 정보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이의신청 등 불복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대통령비서실을 대상으로 이의신청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은 애초 비공개 결정문과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이유를 들어 기각시켰다.

대통령경호실은 청구하고 나서 1개월가량 지난 뒤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2호(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대상)를 근거로 비공개 결정했다. 대통령경호실에도 12월 26일 이의신청했지만 역시 1월 중순쯤 경호실은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심지어 국가안보실은 아무런 이유 설명도 없이 임의로 종결처리해버렸다. 이러면 이의신청도 할 수 없게 된다. 정보공개청구한 지 8년째에 처음 당해보는 사태다.


17개 부처가 공개한 ‘심의회’ 명단도 거부

각 기관은 이의신청을 심의하기 위한 정보공개심의회를 운영한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심의회를 5차례만 개최했고, 그마저도 모두 서면으로 대체했다. 심의회 위원 명단을 정보공개청구하자 대통령비서실은 ‘홍00(대통령비서실 공무원, 위원장), 조00(대통령비서실 공무원), 박00(대통령비서실 공무원), 이00(00대학교 교수), 김00(00법률사무소 변호사), 유00(00시민단체 사무처장)’이라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은 이렇게 답했다.

“개인정보가 공개될 경우 솔직하고 자유로운 의견제시 등이 저해되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심의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며 또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음”

그 근거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와 제6호를 들었다. 하지만 다른 서울신문 기자가 17개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심의회 명단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교육부를 제외한 다른 기관은 모두 정보공개법의 위 조항을 근거로 명단을 공개했다. 대통령비서실과 교육부를 뺀 모든 정부부처는 종북 논란에 대비해야 할까?

대통령비서실은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정진임(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대통령비서실은 정부기관 가운데 가장 정보공개 관련 업무가 엉망인 곳”이라고 말했다. 정진임은 최근 ‘박 대통령 당선 뒤 한복 구입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했다. 대통령비서실에서는 “귀하께서 청구하신 ‘한복’ 정보는 존재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고 통지했다. 정진임은 “박 대통령이 당선 뒤 수도 없이 입고 나온 한복을 온 국민이 봤는데, 그 한복이 모두 박 대통령이 원래 소장하던 걸 꺼내 입었다는 뜻인가”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한복’ 정보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 한복들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사복이었을까? (사진: 청와대)

아시아 최초 정보공개법 제정

정보공개시스템은 1996년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세계에서 13번째이고 아시아에선 첫 번째였다. 올해는 1998년 시행 이후 17년째가 되는 해이다. 정보공개법 제1조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사전공개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國政)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함으로써 투명한 정부를 향한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2006년 4월에는 정보공개 포털 ‘열린정부’(현 정보공개시스템)도 문을 열었다. 덕분에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고, 빠르면 10일 안에 원하는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보공개시스템은 정보공개청구를 위한 온라인 원스톱서비스로서 혁신적인 전자정부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전까진 각 기관마다 일일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보공개청구를 하거나 팩스를 보내야 했다면 열린정부 시스템은 정보검색→청구→결정통지→수수료납부→열람 등 정보공개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원스톱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오는 3월부터는 ‘공개대상 정보의 원문공개’ 규정도 시행에 들어간다. 이 조항은 “중앙행정기관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 중 공개대상으로 분류된 정보를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 등을 통하여 공개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드웨어 채울 내용 필요… 걸림돌은 ‘청와대’ 자신

문제는 하드웨어를 채울 정보공개를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3.0’을 위해 가장 먼저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할 곳이 청와대라는 건 역설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공개 업무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 청와대가 주무부처와 함께 정보공개시스템 개혁을 주도했는데 지금 정부에선 청와대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전진한 소장은 “반드시 비밀을 지켜줘야 할 개인정보는 누출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는데, 공익을 위해 공유해야 할 정보는 꽁꽁 싸매려 한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3.0’을 강조하는 건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야 할 보좌진이나 공공부문에선 마지못해 흉내만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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