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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1 21:54

2013년 독서결산


  새해에는 언제나 1년간 읽은 책을 결산하는 ‘독서결산’을 합니다. 올해는 실적이 나쁘지 않습니다. 72권을 읽었습니다. 한 달 평균 6권을 읽었군요. 논문은 64편을 읽었고요. 쪽수로 보니 2만 7296쪽이니 한 달 평균 2275쪽입니다. 맨 처음 이런 통계를 낸 게 2008년인데 그 해에는 2만 8390쪽(64권)이었고, 2009년에는 2만 8015쪽(77권)이었습니다. 2010년에 2만 654쪽으로 저조했고 2011년에는 1만 9145쪽(33권)으로 더 나빴습니다. 다행히 2012년에는 2만 6549쪽(81권)으로 회복세였는데 2013년에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군요. 



  연말로 갈수록 독서량이 늘어나는 게 보이실 겁니다. 그건 연말에는 더 빨리 읽을수 있는 책을 더 많이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역사책 비중이 높아집니다. 예산집행에서 나타나는 연말 몰아주기 행태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013년 독서 결산을 하다 눈에 띈 것은 1년 동안 읽은 소설책은 <밀림무정>이 유일하다는 점입니다. 


<밀림무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기존에 흔히 볼 수 있던 일본인에 대한 판에 박힌 묘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본인 장교는 주인공과 대립하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성격도 아니고 그저 임무에 충실할 뿐입니다. 비열하거나 비겁한 모습도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여주인공은 일본인 양부모가 헌신적으로 보살펴준 덕분에 좋은 교육을 받고 유복한 생활을 합니다. 자연스레 해방 후 귀국이 아니라 재일동포로서 사는 것으로 나옵니다.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성숙해지는 징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3년 한 해 동안 읽은 책 중에서 제게 가장 큰 울림을 준 책 10권을 선정해 봤습니다. 먼저 Tony Judt가 쓴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가 새해 저에게 엄청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노학자가 피를 토하듯, 그러면서도 냉정하게 더 나은 세계를 위한 고민을 담아냈습니다. <잃어버린 10일; 경영담론으로 본 한국의 휴가정치>는 우리는 왜 이렇게 눈치 보면서 휴가가야 하는지 경영담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연원을 추적했습니다. ‘두려움 없이 2주 휴가를 가자’는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최장집이 번역한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읽고 나서야 저는 지금껏 제가 알던 ‘정치’가 얼마나 족보도 없는 천박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왜 열린우리당은 실패했고 왜 민주당은 맨날 그 모양인지 비밀도 살짝 이해하게 됐습니다. 



  Adam Smith가 1776년 처음 출간한 <국부론(상·하)>은 아마도 제가 처음 읽어본 경제학 고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교재로 쓰이는 많고 많은 경제학원론이 ‘시장만이 살 길’이라는 미신으로 퇴행할 때 오히려 이 두툼한 고전은 경제를 읽는 차원 높은 정치적 식견을 제게 선사했습니다. 저명한 미국 역사학자 세 명이 함께 쓴 <역사가 사라져갈 때: 왜 우리에게 역사적 진실이 필요한가>는 단순한 역사학 책이 아니라 사회를 읽는 튼튼한 인식틀을 제공해 줍니다. 근대성의 근원을 추적하며 역사학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한국고대전쟁사2 한국고대전쟁사3>은 전쟁사를 통해 한국 고대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물론 전쟁사 서술 그 자체도 매우 정밀합니다. 백제와 신라의 군사적 유불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견훤이 군사지도자로서 얼마나 유능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20년 가량 한국 사회를 풍미한 정조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요새는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정조시대를 잃어버린 르네상스 마냥 찬미하던 분위기가 저물고 좀 더 냉정하게 그 시대의 공과를 따지는 학술적 발전 속에 <정조와 18세기>가 있습니다. <복지한국 만들기: 어떤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배신당한 ‘복지국가’ 공약으로 분노하는 와중에 읽었습니다. 최근 나온 복지국가 관련 책들 중에서 이 책이 특히 돋보이는 것은 구체적인 대안을 가장 상세히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고려와 원제국의 교역의 역사: 13~14세기 감춰진 교류상의 재구성>은 13~14세기 역사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도 좋은 책이지만 세계화 시대 대외관계를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점에서도 일독을 권합니다.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은 분단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심어주는지, 애국심이니 민족이니 하는 고상한 이름으로 자행되는 국가폭력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절실히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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