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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30 18:14

복지보다 재정건전성을 더 걱정하는 복지부장관 후보자


 5월부터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면서 상당히 놀랐던 건 ‘복지국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관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단 ‘복지’보다는 ‘보건’ 쪽이 선호부서다. 그렇다고 공공보건정책이 강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의료’와 관련한 업무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해외연수 기회를 이용해 스웨덴이나 독일같은 나라에서 복지정책을 공부하며 견문을 넓히는 분들도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복지국가는 복지지출확대를 전제로 한다. 그것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당연히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복지국가 실현에서 핵심 논제가 된다. 그런 와중에 복지국가에 반대하는 담론도 기승을 부린다. 이명박이나 오세훈이 내세웠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은 그 중에 저급한 쪽에 속한다. 좀 더 그럴듯해 보이는 건 ‘재정건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청망청 빚내다가 집안 거덜난다며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동일시하는 비유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대통령도 그렇고 기획재정부도 그렇고 기초연금도 그렇고 각종 복지정책을 얘기할 때 재정건전성을 기준에 놓고 얘기하는 경우를 자주 듣게 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일갈했듯이 “그렇게 재정건전성이 걱정되면 기초연금은 뭐하러 하느냐”는 말이 적절한 대답이 될 듯 하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 박사가 재정건전성의 논리적 허점을 까칠하게 표현한 얘기도 있다. “재정건전성만 놓고 보면 젊어서 열심히 세금 내고 환갑 되기 전에 죽는게 제일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대공황이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보면 재정적자를 ‘만악의 근원’처럼 여기며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시도가 오히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령,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영국 정부는 실업수당 10% 삭감 등 재정적자 6억 달러(GDP 대비 2.5%)를 만회하기 위한 재정긴축정책을 실시했지만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제의 본질은 재정적자가 아니라 민간 소비위축과 양극화였기 때문이다. 대공황 극복은 뉴딜정책이 상징하듯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민간 소비활성화 유도를 통해 가능했고,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원동력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이 강요했던 재정긴축과 고금리가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금융완화 덕분이었다.


 박근혜가 새 복지부장관 후보자로 내세운 문형표는 오랫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한 학자다. 그는 재정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데다 복지지출 확대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가 2006년 한 경제지 기고문에 쓴 글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과다한 복지부담은 근로의욕의 축소, 기업의 고용 회피 등으로 경제성장에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를 고려한다면 무조건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한국보다 2.5배나 높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순비교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 굳이 복지확대를 요구하지 않아도 “2050년께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은 (독일이나 스웨덴 등) 현재의 고복지국가들과 유사해질 것”이라면서 자신이 비난했던 '단순비교의 함정'에 스스로 자신을 빠트리는 결론을 내렸다. 


 문형표는 박근혜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2004년부터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기초연금’을 주장해온 핵심 ‘멘토’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근혜는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연금 전문가들로 특별팀을 구성했다. 안종범(성균관대 교수, 현 새누리당 의원), 김용하(순천향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문형표도 그 중 핵심 멤버였다. 


 이들의 논의 결과는 그 해 12월 의원 윤건영(현 연세대 교수)이 대표발의한 국민연금 개정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취지는 지금도 살아숨쉰다. 법안의 핵심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분리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의 20%를 지급하고, 소득비례연금은 본인 평균 소득의 20%로 낮춰 소득대체율을 당시 60%에서 40%로 삭감하자는 것이다. 대신 연금보험료를 9%에서 7%로 낮추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는 곧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폐지하고 ‘덜 내고 덜 받는’ 공적연금 체계를 만들자는 의미다. 


 재정건전성을 재정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로 두는 경제학자가 복지부 장관이 된다고 생각해보자. 재정건전성에 좋지 않다며 복지지출 확대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긴축을 위한 복지지출통제’를 소신으로 견짛는 학자를 복지부 장관으로 앉히겠다는 것은 복지정책을 ‘경제개발’ 정책에 종속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정부 복지정책의 큰 그림은 복지확대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내놓았던 각종 복지공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거기다 국민연금의 공적기능을 대폭 약화시켜 삼성생명같은 민간보험처럼 만들수 있는데 그게 10년 가까이 대통령과 공유해온 소신일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뒷통수 제대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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