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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8 07:00

기초연금, 8월30일부터 9월3일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8월30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이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 박근혜에게 복지부가 구상한 기초연금 방안을 보고했다. 보고를 받고 박근혜는 "장관이 책임지고 제대로 만들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9월40일 G20 회의를 위해 출국했다. 그런데 9월13일 복지부는 애초 복지부가 제출했던 방안과 매우 다른 기초연금 정부안을 청와대 실무자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9월25일에는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 

8월30일부터 9월13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기초연금 방안이 소득연계에서 국민연금 연계로 바뀐 것일까. 이번 복지부 국정감사 핵심 초점은 어떤 과정을 거쳐 기초연금 정부안이 진영을 배제한 채 뒤바뀌었는가 하는데 있다. 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은 이 부분을 집중 거론했다. 여당 소속 위원들은 이 문제를 애써 외면했다. 


  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첫날부터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한다’는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복지부가 민감하거나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자료제출을 회피하면서 한때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영찬(복지부 차관)에게 지난 8월 30일 청와대 보고자료 원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언주(민주당 의원)는 “복지부가 국회에 원본이 아닌 발췌본만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민주당 의원)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도 공개하는 마당에 뭐가 두려워서 문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냐”라고 따졌고, 정몽준(새누리당 의원)까지 나서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거들었다. 


 이에 이영찬이 “대통령 보고문건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상식밖 해명을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경호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생산한 기록물만 해당된다. 이영찬은 오후 질의에서는 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이 재차 원본공개를 문제삼자 “대통령 보고문건은 비공개하는 것이 관습법같이 굳어졌다”고 말을 바꿨다. 



 복지부가 끝까지 원본 공개를 거부하며 버티자 보건복지위원장(오제세)은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수용해 한 때 국정감사를 중단시켰다. 회의는 10여분만에 속개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원본 제출 요구 공세를 계속했고, 복지부는 제출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버티기를 시도했다. 오제세가 “17일까지 제출하라”고 했지만 이 차관은 이마저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보고문건이 논란이 되는 것은 복지부가 8월 30일 청와대에 제출한 ‘주요 정책 추진계획’ 문건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시킬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상세히 지적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 문건에서 국민연금 연계방식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손해가 되고 특히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한 저소득층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입기간 10년 미만의 지역가입자들은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고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 8월에 이미 박근혜에게 기초연금 정부안 문제점 경고했다)    


 기초연금을 시행하면 기초노령연금보다 오히려 청장년층에게 손해가 된다는 논란과 관련해 이영찬이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는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발언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최동익 (민주당 의원)은 “이 차관 말대로라면 2007년에 복지부가 제도를 잘못 설계했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냐”면서 “근거자료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결국 이영찬은 “개인 판단으로 그렇게 발언했다”고 물러섰다. 


  9월 14일 국감에서 김용익(민주당 의원)은 줄기차게 이영찬, 이태한(인구정책실장), 양성일(연금정책관)에게 8월30일 청와대 보고 이후 청와대와 접촉을 한 적이 없는지 물었다. 누구 지시를 받고 정부안이 나왔는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에 복지부 간부들은 일관되게 청와대와 그 문제를 특별히 협의한 적이 없으며 정부안이 나온 것은 진영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드디어 17일 국정감사에서 청와대가 진영을 배제한 채 기초연금 정부안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 고위간부가 위증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김용익은 17일 “이태한 실장이 지난 9월 2일 청와대로 찾아가 최원영(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등과 5시간 넘게 기초연금 문제를 논의했다”며 청와대 차량출입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태한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다가 결국 “최 수석뿐 아니라 수석실에 있는 비서관, 행정관과 업무협의를 했다”고 답했다.


 이태한은 8월 30일 진 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복지부가 마련한 기초연금 방안을 보고할 때 배석했던 인물이다. 지난 14일 국감에서는 기초연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답했던 그는 이날 김용익이 “업무협의의 내용이 뭐냐”고 따지자 “당연히 기초연금에 대한 것도 있었다”고 시인했다.


 김용익은 기초연금 정부안 결정 과정에 청와대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 좀 더 구체적인 정황도 제시했다. 그는 “8월 30일 저녁에는 복지부 직원들이 회식도 하고 만세를 부르다시피했다고 여러 사람이 증언했다”면서 “그러나 다음 날인 31일 토요일, 박민수 청와대 행정관이 복지부를 방문했고 그 다음 날인 9월 1일 온 직원이 밤샘작업을 했다는 얘기를 복지부 직원들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 수석과 진 장관이 8월 31일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행정관의 방문으로 하루 만에 복지부 분위기가 달라졌고, 애초 보고한 방안 대신 새로운 보고안을 만드느라 복지부 공무원들이 추가작업을 했다는 의미다. 9월 1일 안팎으로 진영이 반대하는 안을 청와대가 복지부에 별도 지시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9월 13일에는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기초연금 정부안을 확정해 청와대 실무자에게 이메일로 전달했으며, 25일 언론에 내용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류근혁(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17일 밤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8월 31일 박 행정관을 만난적도 없고, 9월 1일 전 직원이 밤샘작업을 하지도 않았다”면서 “나를 포함해 부서 직원들 모두 주말이라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실장이 9월 2일 청와대를 방문한 건 맞지만 실제 머문 시간은 대략 두 시간 가량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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