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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13:15

실타래처럼 얽힌 시리아 내전 어디로 가나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했다. 유엔은 9월14일 이를 공식 승인했다. 이 협약은 10월14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이로써 시리아 내전 와중에 발생한 화학무기 문제는 일단락이 됐다(관련 기사). 하지만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사태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시리아가 협약에 가입한 것을 두고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중요한 진전에도 아직도 할 일은 많다.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은 행동할 준비태세를 유지해나겠다”는 여운을 남긴 것은 시리아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시사한다(관련 기사). 실타래처럼 얽힌 시리아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시리아 내전이 발생한 것은 2011년이었다. 하지만 내전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환된 것은 지난 8월21일 새벽이었다. 이날 시리아 서울 다마스쿠스 인근에 있는 민간인 밀집지역 구타에서 누군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화학무기로 1300명 넘는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이 가운데 수백명이 어린이들이었다고 한다. 물론 화학무기에 대한 증언이 처음 나온 건 2012년 12월이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소속 사진기자는 지난 4월13일 다마스쿠스 초입 마을에서 콜라 캔 같은 물건이 땅에 떨어진 뒤 반군 대원들이 심한 기침과 함께 동공 축소로 시력을 잃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화학무기 사용은 미국이 군사개입 검토에 들어가는 등 심각한 파장을 낳았다.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지목받은 아사드 정권은 심각한 궁지에 몰렸다.

(시사IN에 실린 화학무기 관련 기사) (영국 일간 가디언 관련 기사)


시리아 내전 상황.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Syrian_Civil_War.svg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은 화학무기의 개발과 제조, 저장 및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으로, 협약 가입국은 소유하는 화학무기를 신고하고 비축한 화학무기를 폐기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 러시아 등 189개국이 가입했으며 시리아의 가입으로 북한, 이집트, 앙골라, 남수단 등 4개국이 미가입국으로 남게 됐다. 물론 협약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프랑스, 영국 등은 모두 협약 가입국이지만 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공개적으로 밝힌 국가들이다. 21세기 들어서도 미국은 이라크에서, 러시아는 체첸 반군을 대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다(위키피디아에 실린 협약 실효성 논란). 하지만 이번 화학무기 공격이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미국 정부가 그동안 화학무기 사용을 군사개입 여부를 가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아사드 정권은 미국의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오바마에게도 덫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미국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강력히 천명해왔다. 가뜩이나 민간인 희생자가 10만명을 넘고 실종자가 3만명 가까이 된다는 것 때문에 군사개입을 요구하는 요구를 받아온 오바마였지만 그동안 군사개입을 주저해왔다. 그는 이미 ‘항구적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겠다는 선언을 지난 봄 대국민연설에서 한 적도 있을 정도로 군사개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오바마의 ‘복심’으로 알려진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도 지난 6월 중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배제한 한 가지 옵션은 지상군 투입”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시사IN. 군사개입 앞둔 오바마의 딜레마


  화학무기 사용 문제로 군사개입 가능성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자 오바마는 물론 러시아 대통령 푸틴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복잡한 외교전에 들어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군사개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군사제재결의안을 줄기차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엔을 우회하는 방법은 미국이 중심이 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차원에서 군사개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토 핵심이라 할 영국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됐다(영국의회, 시리아 참전안 부결). 미군 단독으로 군사개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에 막대한 군사비는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는 군사개입에 대체로 찬성하지만 평의원들은 부정적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거기다 미국 국내에선 반전여론이 거세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군사개입에 반대했다. 이런 속에서 오바마는 8월30일 시리아 군사개입 여부를 의회 승인으르 통해 결정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 외국에 군사개입을 하기 위해 의회 승인을 얻는 것은 당연한 법적 절차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 법조항은 자주 무시당했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의회 승인을 요청한 것은 군사개입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오바마가 꺼내든 현실적 해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사IN 313호. 군사 개입보다 어려운 '의회 개입')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평화적 해법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러시아는 시리아 화학무기를 국제적 통제에 맡겨 폐기하는 조건으로 미국과 서방이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 중재안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심지어 미국 정부에서도 이 중재안을 높이 평가했을 정도다. 푸틴은 이 과정에서 실용적이고 섬세한 외교정책을 보여줬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직접 “우리는 시리아 정부가 아닌 국제법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기고문을 게재하는 등 적극적인 여론전까지 벌였다. 이런 노력은 아사드 정권이 결국 화학무기 포기선언을 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푸틴은 국제외교무대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보수 성향으로 미국 방송 폭스뉴스에서 활동하는 평론가 팻 뷰캐넌조차 “솔직히 지난주 푸틴은 (진정한) 정치가처럼 보였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이 중재안은 오바마에게도 도움을 줬음은 물론이다. 결국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함으로써 오바마에게 퇴로가 열린 셈이다.(연합. 러시아 시리아중재안으로 '평화중재자'로 급부상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 이익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시리아가 수입한 전체 무기 가운데 78%를 러시아가 차지했다. 2009년에 시리아에 투자한 금액만 194억 달러에 이른다. 거기다 러시아 해군은 시리아 항구인 타르토스를 지중해 거점 주둔기지로 이용한다. 거기다 시리아 반란군과 러시아는 불편한 관계다. 만약 시리아 반군이 승리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 러시아를 상대로 수십년째 독립전쟁을 벌이고 있는 체첸으로 유입될까봐 우려한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는 시리아 반군이 승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러시아는 군사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다앙한 평화적 해법 제시와 중재에 적극적이다. 


● 시리아는 여전히 안개속

  2011년 3월 발생한 시리아 내전은 무척이나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내전 이전까지 시리아는 ‘다문화, 다민족, 다종교’ 사회였다. 아랍족이 90%, 쿠르드족이 약 10%, 기타 극소수 아르메니아, 투르크 족으로 이뤄져 있다. 종교로는 이슬람이 다수이지만 종파별로 보면 순니 73%, 알라위 13%, 두루즈 3%, 이스마일파가 1%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정치적 지배력은 알라위가 쥐고 있었다. 기독교가 10%고, 극소수이지만 유대교 신도도 있다. 종파와 종족이 주로 일정한 지역에 밀집해 거주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순니는 홍즈(Homs), 하마(Hama) 지역, 두루즈는 남부 자발 드루즈 지역, 쿠르드와 기독교는 주로 북부 지역, 알라위는 서우 바타키아(Latakia)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각각 거주한다. 


  시리아 내전은 대체로 대여섯가지 양상이 중첩돼 있다. 먼저 아사드 집안이 43년 유지해온 권위주의 철권통치에 반발하는 민주화투쟁 성격이 있다. 2011년 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게 무력을 사용한 것이 시리아 사태를 촉발했다. 하지만 ‘민주 대 반민주’라는 단순구도는 시리아 사태를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에 불과하다. 인구 대다수인 수니파가 소수파 장기집권세력인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종족분쟁 성격이 더 강하다. 


  국제적 맥락도 중요하다. 이란-시리아-레즈볼라로 이어지는 ‘반미’ 삼각동맹은 미국-이스라엘 패권에 도전하는 구도가 시리아 내전을 무대로 충돌하고 있다. 또한 이란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사우디, 카타르,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반군을 지원하면서 이슬람 안에서도 순니-시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시리아는 미국과 러시아가 대결하는 전장이기도 하다. 시리아 반란군 안에서도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하는 ‘시리아 민족연합’(SNC)과 세속주의 세력, 그리고 알카에다와 연계된 ‘누스라 전선’(JN), ‘시리아 이슬람전선’(SIF) 등 강경세력 사이에 상호 견제가 치열하다. (프레시안에 실린 참고할만한 글)


시리아 인종별 종교별 구성 출처: 위키피디아 영문판


  아사드 정권이 금방 붕괴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당신은 무척 순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드 정권은 국내에서만 100~150만에 이르는 관료, 200~250만 당원, 같은 종교적 기반을 갖는 250~300만에 이르는 알라위파, 거기다 아사드 정권에 우호적인 기독교도, 두루즈파한테서 지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정부군 가운데 상당수가 순니파 젊은이들이다. 러시아와 이란, 헤즈볼라도 군사력으로 아사드 정권을 지지한다. 미국 등 서방이 군사무기를 반란군에 지원하고 이스라엘이 공공연히 반군을 조종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지만 시리아 사태는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다.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간 160만명이 넘을 정도로 시리아 민간인들은 극심한 지옥 같은 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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