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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9 07:00

재정건전성이라는 '공포마케팅'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후퇴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대선 공약이 만들어졌던 6개월 이전 경제상황과 지금의 경제상황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 조달한다. 정부는 1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그것도 모자라 세수 부족이 상당하다. 그것만 보더라도, 자칫 기초연금 제도가 경제 전반의 성장에 주름살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그의 답변을 들으면서 두 가지 면에서 놀랐다. 하나는 자문위원장이 ‘한국경제 위기설’을 언급할 정도로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이하 현 정부 경제팀이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 위원장이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아니라 기획재정부 추천인사가 아닌지 잠시 착각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그렇게 재정이 걱정되면 기초연금은 뭣하러 하느냐”고 비판한 건 매우 상식적인 반응이었다.


 김 위원장은 ‘복지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하고 이는 국가경제를 멍들게 한다’는 프레임에 자신을 가둬 버렸다. 그는 정책진단으로 ‘경제상황 악화’와 ‘재정 악화’를 제시했다. 이에 따른 정책 처방은 기초연금 대상자 범위 축소를 통한 재정지출 축소, 다시 말해 긴축이다. ‘복지는 돈이 남을 때 내놓는 적선이거나 낭비’라는 시각도 드러냈다. 하지만 기초연금이 가져올 ‘유효수요 창출’ 효과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재정건전성이란 많은 경우 복지 요구를 억누르는 유력한 수단으로 동원되지만 그 기반은 대단히 모호한 ‘신화’에 불과하다. 가령, 대공황 극복을 위한 뉴딜을 추진할 때 반대파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얘기했는데, 당시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수준이었다. 지금은 GDP 대비 100%를 초과했지만 미국이 망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돈이라고 보는 것도 근거가 미약하다. 노인빈곤율이 45%가 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20만원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면 그 돈은 대부분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라면도 사고 반찬거리도 사고 옷도 산다. 소비 활성화는 그 자체로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영국 정부는 재정적자 6억 달러(GDP 대비 2.5%)를 만회하기 위한 재정긴축정책을 실시했다. 물론 위기 극복에 별 도움이 안됐다. 핵심은 균형예산 여부가 아니라 민간 소비위축과 양극화였기 때문이다. 대공황 극복은 적극 재정지출과 민간 소비활성화 유도를 통해 가능했고,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실제 요인 역시 미국이 강요한 재정긴축과 고금리가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금융완화 덕분이었다. 


 김 위원장이 그토록 경제를 걱정해서 내놓은 방안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어느 정도일까. 대선공약이었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약 20만원 지급’ 방안은 2014~2017년 4년 동안 약 60조원이 필요하다.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모든 노인에게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4~20만원 차등지급’으로 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약 44조원이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유력하게 거론된 ‘소득하위 70% 차등지급’은 같은 기간 약 34원이 필요하다. 


 2013년도 정부 총지출 규모가 349조원(추경 포함)이고 보건·복지·노동분야 재정규모가 99.3조원이나 되는 나라에서 기초연금 하나 때문에 “경제 주름살” 운운하는 건 걱정이 지나치지 않나 싶다. 참고로 올해 0~5세 보육료·양육수당 지원 이른바 무상보육에 필요한 재원은 8.6조원이다. 간단히 계산해도 4년간 34.4조원이다. 


   그럼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제도만 도입해도 그 정도 재원은 마련할 수 있다. 사학재단이 납부해야 할 건강보험료 일부를 보건복지부가 보조해 주는 예산만 절약해도 1년에 850억원쯤 아낄 수 있다. 신규 고속도로 건설만 참아도 몇 조원은 절약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할 때는 물론이고 최근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이르기까지 각종 복지 요구가 나올 때마다 반대론자들은 일관되게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나라살림이 휘청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래서, 한국이 망했나? 내가 보기엔 오히려 노인빈곤율 세계 1위, 노인자살률 세계 1위, 노인 고용률 세계 1위라는 이 기가막힌 현실 때문에 한국이 더 망해가고 있다(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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