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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4 17:02

한홍구 "편향된 역사관이 아니라 있는 사실을 외면하는 게 진짜 문제다"


 1910년 한일합병이 체결된 곳은 남산 자락에 있는 통감 관저 응접실이었다. 이 자리에서 데라우치 마사타케 통감과 이완용 내각총리대신이 서명했다. 이 자리에는 신소설 ‘혈의 누’로 유명한 이인직이 유일하게 배석했다. 그럼 우리는 이인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단순히 ‘신소설의 아버지’로만 기억해야 할까. 아니면 대표적인 지식인이었지만 친일파가 된 인물로 기억해야 할까.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24일 청중들에게 이인직 사례를 통해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거듭 되물었다. 이 자리는 여섯차례에 걸쳐 열리는 ‘사진으로 보는 한국근현대사’ 첫 강연이었다. 일부 극우단체에서 “종북적 역사관을 가졌다”고 비난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청중 200여명이 노원구청 소강당을 가득 메우는 등 열띈 분위기 속에서 두시간 넘게 강연이 이어졌다. 첫 강연은 조선 말기 세도정치 시기부터 시작해 경술국치까지였으며 앞으로 매주 목요일 다섯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한 교수는 일부 비난을 의식한 듯 많은 시간을 할애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나는 결코 내가 객관적 중립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역사에서 중립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다만, 나처럼 ‘내 입장은 이렇다’라고 밝히고 상대방 입장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있으면서 중립적이라고 자처하는 것,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것, 사실 자체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것, 그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보수주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서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분들 중에 내가 인정해주고 싶은 사람이 몇 없다.”면서 “그건 보수주의자들 중에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세도정치에 맞서 강력한 개혁정책을 편 흥선대원군이나 경술국치에 항의해 자결한 민영환과 황현, 전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을 벌인 이회영 집안 등을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높이 평가했다.


 관점에 따라, 맥락에 따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똑같은 사건과 인물도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점도 그가 강조한 지점이었다. 그는 단군상과 다문화가정 사진을 함께 보여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 앞에서 ‘우리는 모두 단군할아버지 자손’이라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100여년 전 그런 말을 했다면 양반과 노비가 모두 같은 조상을 가졌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매우 급진적인 관점이란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히틀러가 ‘게르만은 아름답다’고 하는 것과 1960년대 흑인들이 ‘검은 것이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것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것처럼.”



노원구 제공


노원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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