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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16:37

노원구 승진 '논술' 시험 체험기


 시험 질문지를 받아들었다. 긴장감이 넘쳤다. 30초 가량 정적이 흐르더니 곧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일제히 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오후 6시부터 노원구청에서 승진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논술시험장 모습이다. 처음 논술시험 얘길 들었을 때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도 한번 해보고 나서 기사로 쓰면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도 한번 해볼래! 똑같은 조건에서 논술시험에 참여하기로 했다.

 
노원구는 이번에 승진후보자 121명을 대상으로 논술시험을 실시했다. 8급부터 6급까지 모든 승진대상자가 대상이다. 공정성이 생명이다 보니 다양한 장치를 둔다. 논술과 관련한 필독도서 두 권은 지난달 20일 공개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러프킨이 쓴 ‘3차 산업혁명과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등이 쓴 벼랑에 선 사람들을 제시하고 이 책에서 세 문제를 출제하면 그 중 두 문제를 선택해 답안을 제출하는 식이다.

사진제공= 노원구청


 
‘3차 산업혁명은 석유시대 종말과 인터넷기술 발달 등을 거론하며 재생에너지 시대와 협업시대가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보여주는 만만치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벼랑에 선 사람들은 노동, 주거, 보육, 의료, 금융 등 대표적인 사회문제를 집중탐구한 현장보고서다. 각각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필요로 하는 책이다. 한 달 가량 책을 읽고 고민한 결과물이 시험답안지에 담긴다. 나 역시 한 달 내내 3차 산업혁명과 사회안전망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구에서는 다면평가(직원 선·후배가 직접 평가), 서열, 논슬시험 세가지를 종합평가해 구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승진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논술시험 우수답안자는 특별 우대를 받는다. 당연히 시험이 다가올수록 모두들 눈에 불을 켜고 책을 읽게 된다. 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술먹느라 늦게 퇴근하던 아빠가 집에서 공부한다는 얘길 심심찮게 듣는다고 귀띔한다.

 
왜 이런 독특한 인사방식을 쓰는 것일까.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취임 뒤 각종 인사청탁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온갖 연줄을 동원한 전화와 면담이 계속됐다.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구청장의 인사권을 절반은 내려놔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구청 공무원들이 일에 치여 책을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승진시험을 논술로 하면 인사청탁도 차단하고 책읽는 문화도 확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논술식 승진시험 실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출제범위는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벼랑에 선 사람들'에서 한 문제, '3차 산업혁명'에서 두 문제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서 '벼랑에 선 사람들'은 한 번 쭉 읽고 '3차 산업혁명'은 두 번 읽고 정리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3차 산업혁명에서 한 문제, 벼랑에 선 사람들에서 두 문제가 출제됐다.

고민끝에 첫 문제인
“3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1, 2차 산업혁명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3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기 위한 대한민국과 노원구 차원 과제에 대하여 논술하세요.”전 국민이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한 의료보험제도의 개선 방안 등을 주요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하여 논술하세요.”를 선택했다.

 
논술고사 채점은 4급과 5급 간부를 비롯해 6급 팀장 등 7명으로 구성된 논술고사 채점위원이 작성자의 인적사항을 전혀 알지 못하도록 한 상태에서 개인별 채점을 실시한다. 또한 심사위원 평가결과 직급별 상위 10%로 뽑힌 답안지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투표를 통해 최우수 답안지를 작성한 장원급제자를 선정한다. 25일 구에서는 승진대상자 33명을 최종 선정했다.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4등을 했단다. 자동승진대상자가 되는 상위 10% 세 명에는 미치지 못한게 아쉽긴 하다. 그래도 무척이나 유쾌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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