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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00:26

나는 왜 아들이 부르는 찬송가가 거북한가


짧았던 여름휴가 끝자락을 기념하는 비가 내립니다. 여름휴가란 존재는, 잠깐만 걸어도 숨이 차고 조금만 햇볕을 받아도 팔이 따끔거리던 뜨거웠던 극성스러운 여름 더위를 버티는 힘 가운데 최소한 절반 정도는 차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막상 여름휴가는 방학을 맞은 유치원생 아들놈에게 평소 못해준 아빠 노릇을 하기 위해 헌납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국가대표 체육선수 뺨치는 체력을 자랑하는 꼬마를 위해 샌드백도 됐다가 최신유행 ‘닌자고’로 변신도 합니다. 목마도 태워주고 업어도 주고 신문지 말아 칼싸움도 하고 블록놀이도 합니다. 요 며칠은 발차기와 주먹지르기로 신문지 찢기 놀이에 푹 빠진 바람에 난데없는 태권도 사범 노릇까지 했답니다. 그림그리기와 글씨연습 도와주기도 하고요.

'파워레인저 미라클포스' 어린이연극 보러 아들놈과 둘이서 이화여대도 오고.


베란다에서 물놀이도 시켜주고.



열심히 놀아준 덕분에 제 인기는 엄청나게 올라갔습니다. 지 엄마보다도 더 높은 등수로 0등 차지!!! (아들놈 기준으론 0등이 최고, 1등이 그 다음입지요 흠흠.) 그런데 말입니다. 휴가 기간 동안 아들놈이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가 시시때때로 제 신경을 상당히 긁어놓습니다. 그것은 바로... 찬송가!

발단은 ‘여름성경학교’였습니다. 어린이집을 보낼 때 가격과 여러 가지를 비교한 끝에 집 근처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마뜩찮아하는 제게 아내는 각종 프로그램에 종교색이 약하고 가격도 제일 낮고 이것저것 비교해보니 괜찮다고 설득했습니다. 과연 종교색은 그리 크지 않더군요. 그런데 어린이집 방학 동안 심심할까봐 놀러 가라며 보낸 여름성경학교를 며칠 다닌 뒤부터 틈만 나면 찬송가를 부릅니다. 듣도 보도 못한 노래로 ‘성령님 제게 오세요’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뭔 뜻인지 알고 부르는 건 아니지만 듣는 저는 뭔 뜻인줄 아니 그게 더 신경이 쓰입지요.

아내는 여섯 살짜리가 그런 노래 부르는게 뭐 그리 대수냐고 타박입니다. 여름성경학교 한 번 다니고 찬송가 몇 구절 부른다고 다 교회다니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사실 그 말도 일리가 있지요. 아내나 저나 종교와는 담 쌓고 사는 사람들이고, 종교에 푹 쩔어 사는 사람들을 마땅찮게 생각하는, 지극히 세속적인 족속들이지요. 차이가 있다면 아내는 꽤나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저는 교회라면 바들바들 떤다는 정도...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저는 왜 그토록 찬송가가 듣기 싫은 걸까요? 아마 교회가 주는 연상작용 때문이겠지요. 그럼 저는 왜 그렇게 교회를 싫어할까요?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밝힌다면 저는 아들놈이 찬불가를 불렀어도 별로 기분 좋진 않았을 듯 합니다. 그럼 저는 반 종교 성향이 강한 것일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를 다 존중합니다. 다만 개신교는 제게 전도를 하려고 하는 경우를 자주 봤는데 그럴 경우 저는 그 종교를 존중하지 않습니다. 저는 분명 아들놈이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교회 다니자고 민폐 끼치는 ‘환자’ 노릇을 할까 겁나는 것이겠죠


교회가 기본적으로 품고 있는 세계관도 저를 꽤나 불편하게 합니다.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믿는자는 천국, 안 믿는자는 지옥이라는 구도를 유지하지요. 그건 제가 소싯적에 교회 다니고 성경 읽으면서 절실히 느낀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이분법적 자세가 아들놈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약할까 우려스럽습니다. 대학 시절 학과 차원에서 한 학기에 한 번씩 답사를 가는데 아무래도 사찰을 많이 가게 됩니다. 일부 교인들이 사찰에서 불편해 하는걸 봤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정체성도 ‘이단’이라는 낙인을 이기진 못하더군요.

세상엔 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어떤 종교는 권세가 대단합니다. 대통령과 장관들을 비롯해 힘있는 분들이 이 종교를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관으로 ‘자파(自派) 아니면 좌파(左派)’ ‘自派 천국, 左派 지옥’이라는 정신을 국가운영에 적용합니다.

이들은 사찰과 모스크를 찾아다니며 땅밟기(
개신교 이번엔 중동에서 ‘모스크 땅밟기’ 파문)를 합니다. 땅밟기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신도들에게 간증하고, 땅밟기하러 비행기에 오릅니다. 이분들 중 많은 이들은 그들이 믿는 경전에 든 문장 하나 하나가 모두 역사고 사실이고 진실이라는 몰역사적이고 비과학적인 태도를 가르칩니다. 저는 혹시라도 제 아들놈이 그런 사람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이 글과 관련 한 지인이 내게 자신의 경험담을 보내주셨다. 그 분 허락을 얻어 개인신상과 관련한 내용을 빼고 옮겨놓는다.

아이쿠, 나랑 비슷한 상황이네요.

6살 우리 둘째딸 여름성경학교 보내놨더니 완전 2분법의 세계...하나님 어쩌고...

우리집에서 차로 5분거리에 옛날에 김@@ 목사가 하던 ##교회라는 대형교회가 있어요.

문제는 그 교회가 대안학교를 운영한다는 것.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 나는 종교색이 조금 약하다면 그곳에 아이를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은가.

아내도 대체로 찬성인 상황이고...아이가 초4거든요.

그런데 이 초4인 큰 딸도 여름성경학교 다녀온 뒤로는 찬송가를 부릅디다.

그러다 며칠 지나니 안 불러요. 그래서 그 점은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라는 장점을 생각해서 그곳을 보내느냐가 여전히 고민.

대안학교 중에는 성미산 학교처럼 인가신청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곳도 있지요. ##학교는 후자. 내가 올초에 설명회 갔을 때는 좋아보였어요. 김@@이 물러나고, 미국에서 목회하고 교수하던 비교적 합리적 보수의 목사가 후임으로 온 상태라...

님이라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요즘, 나의 최대 고민거리입니다.

물론, 아이는 자기가 현재 다니는 학교에 계속다닌다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엔 3학년과 4학년은 천지차이. 본격적인 편가르기, 왕따가 시작되고, 성인문화에 물드는 시기입니다.

진짜 대학민국 사회는 미쳤어요. 엠비 독도방문 87% 찬성. 어떤 놈이 여론 조사 했는지, 조작이 어느 정도 가미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찬성율이에요. 


(또 다른 지인도 경험담을 보내주셨다. 역시 허락을 받아 옮겨놓는다. 2012.08.20.) 

저도 아들놈을 카톨릭계 유치원에 보내면서 엄청 고민했더랬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카톨릭은 그리 공격적이지 않은지라 별 무리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에 있는 ##학교에 보냈는데 ##는 무교회주의 계열의 아주 점잖은 기독교 계통이라 아무 고민 없이 보냈습니다만 약간 광신도 증세를 보이는 일부 선생님이 계셔서 아주 거슬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선생님 때문에 아들놈 동기 대부분이 (심지어 목사님 자제분들조차) 안티기독교가 되었다는 것 아닙니까.

건전한 사고를 하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절대로 빠지지 않을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저는 개신교 무지 싫어합니다만 그들의 찬송가는 참 좋아합니다. 대부분 거장들의 작품들이거든요. 제가 초등학교 @학년부터 중@때까지 만 @년간 **YMCA 어린이합창단 단원이어서 찬송가 숱하게 불렀습니다. 덕분에 음악성이 무지 좋아졌지요. ㅎㅎ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담고 있으며, 또한 특별히 한 아이의 아빠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입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하는 대다수 신실한 개신교인들에게 누를 끼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 분들께 조그만 불편함이라도 느끼게 했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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