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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2 08:46

파생금융상품이 경제를 망친다



이번 달 초 티엔엠미디어(TNM) 관계자한테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티엔엠미디어와 파트너블로거 관계를 맺고 있지요. 관계자는 외부 기고를 하나 요청했는데 그건 위즈덤하우스의 북릿에 들어가는 원고라고 했습니다. ('북릿'은 위즈덤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전자책 서비스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서 '북릿'으로 검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관심과는 별개로 저는 경제에 대해 아는게 많지 않습니다. 기고요청에 주저주저했지요. 하지만 이것도 기회다 싶기도 하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공부를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무리를 해봤습니다. 정말이지, 글을 쓰면서 무척 힘들었습니다만 얼마나 잘 썼는지는 별로 자신이 없군요. 하여, 아래 글은 제가 공부를 위해 정리한 내용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



day 289/365 by shehan365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1. 파생금융상품이란

  파생금융상품이란 전통적인 금융상품에서 파생된 상품을 가리킨다. 파생금융상품의 기본형은 선물과 옵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먼저 선물거래란 
환율변화로 인해 생길지도 모르는 손해를 피해보자는(즉 ‘헤지’하자는) 취지에서 생긴 것으로 “계약은 현재 시점에서 체결하는데 실제 교환은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하는 거래”인 반면 옵션거래는 권리를 사고 파는 것이다. 가령 선물거래는 일정기간이 지난 뒤 1달러를 1000원에 팔기로 했다면 계약한 사람은 그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반면 옵션 거래 당사자는 권리만 갖는다. 옵션에는 살 권리(콜)와 팔 권리(풋) 두 가지가 있다(강상구, 2000: 334~336). 


  파생금융상품은 원래 자본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위험회피 수단을 제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를 완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기 국면에서 위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파생상품은 “투기에 적합하게 설계되고 유통”되는데다 자산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하고 주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선물과 옵션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새사연, 2009: 9~10)"이다. 

 
일반인들에게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을 본격적으로 각인시킨 계기가 된 것은 단연코 서브프라임모기지론에서 촉발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일 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자체가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파생'된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파생금융상품이 세계금융을 마비시키는 시한폭탄이 된 과정을 이해하려면 2000년 미국 의회에서 제정한 한 법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21세기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급증한 파생상품거래가 갈데까지 간 끝에 폭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2000년 제정된 상품선물현대화법이 있다. 사실 1990년대 이후 파생금융상품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이미 높아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루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레빗 증권거래위원장 등은 오히려 파생금융상품거래에 대한 공적 규제를 완화해 버렸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2010: 146)

이 회의에서 대표적인 파생금융상품인 신용부도스왑(CDS) 거래에 대한 공적 규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한 사람은 당시 상품선물거래위원장 뿐이었지만 그린스펀과 루빈에 밀려 이렇다 할 만한 반향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 속에서 탄생한 파생금융상품거래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법이 바로 '2000년 상품선물현대화법'이다. 그 뒤 신용부도스왑과 같은 고위험 신용파생상품은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거래가 가능해졌다.
[각주:1]  


파생금융상품거래를 지역별로 보면 영국 런던이 단연 중심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 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퍼센트나 된다. 미국은 25퍼센트 가량을 차지한다(새사연, 2009: 7).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한국 증권선물거래소도 거래량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규모 파생금융상품 장내거래소로 유명하다(새사연, 2009: 4). 2008년 12월 말 기준으로 한국 파생금융상품 계약 규모는 6100조원을 넘어섰다. 대부분 이자율 관련 거래(3400조원)와 외환거래(2600조원)였다(새사연, 2009: 8). 

 

2. 시장만능주의와 규제완화가 잉태한 괴물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보도가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린다. 가장 대표적인 파생금융상품인 신용부도스왑을 통해 그 영향력과 문제점을 살펴보자. 


  신용부도스왑은 원래 신용부도 위험에 보험을 걸기 위해 만들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신용부도스왑을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 소유가 아닌 집의 화재보험을 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남의 집 화재보험을 들고 나면 그 집에서 불만 나면 대박이다.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지 않으면서 그리스 국채의 신용부도스왑상품을 사는 이는 그리스 국채의 가치가 하락하는데 베팅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는 자신이 구입한 신용부도스왑을 나중에 더 비싸게 팔 수 있다(이코노미인사이트 2011년 11월호: 87).”

  2008년 10월23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공청회에 증언으로 출석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크리스토퍼 콕스 위원장은 “신용부도스왑 시장에는 규제감독기관이 없고 시장형 금융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정보공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신용부도스왑 거래에서는 현물증권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 신용부도스왑 거래가 일종의 공매도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런 점들을 근거로 신용부도스왑에 대한 규제권한을 증권거래위원회에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의회에 요구했다(경향신문 특별취재팀, 2010: 145). 


공매도란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거기서 생기는 차익금을 노려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미리 판다고 주문한 다음 판매 가격보다 저가에 주식을 매수해 매매 상대방에게 건네고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자기 주식 없이 외상거래만으로 이뤄지고, 주가 하락세일 때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가능하지만 실제 결제는 사흘 뒤에 이뤄진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공매도는 단기적으로 주가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인위적인 주가조작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주가가 100원일 때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100주를 빌려 팔았다고 치자. 
1만원의 돈이 손에 들어온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해 주당 80원이 됐다. 주식을 빌려준 증권사에는 주식으로 갚는다. 투자자는 시세와 상관없이 100주만 갚으면 된다. 그러므로 8000원으로 80원짜리 주식 100주를 사서 갚는다. 2000원을 벌게 되는 셈이다. 이런 수익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가 성행하면 기업가치와 무관한 주가가 형성된다(경향신문 특별취재팀, 2010: 142)."


공매도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통해 국민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식을 빌려 공매도시도
-> 악성루머 확산-> 주가 추가하락-> 평가왜곡-> 다수 선량한 투자자들 손실-> 공매도 세력은 주식 되갚아 차익 획득-> 증시 변동성 심화-> 하락장-> 주식을 빌려 공매도 시도


신용부도스왑 위험성이 공론화되자 주요국 정부도 규제를 위해 머리를 맞댄 적도 있다. 2009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장외파생상품의 표준화와 함께 거래 내역의 중앙집중적 관리 방안 등을 합의했다. 이는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국제사회 최초의 합의였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2011년 10월 유럽연합은 신용부도스왑을 금지하는데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각국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나마 독일이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왑 거래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이코노미인사이트, 2012: 141)."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남유럽 위기도 투기자본과 파생금융상품을 빼놓고는 제대로 된 설명이 안된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신장섭(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은 지난해 필자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왜 일어났나? 펀더맨틀(경제 기초 체력) 때문이 아니라 서브프라임 파생상품에 투기하다 그게 터져서 일어났다. 저위험 고수익 상품이라며 투기꾼들이 소비자 현혹시키며 팔고 다녔다. 그 투기꾼에 국제은행, 신용평가회사 다 포함돼 있었다. 그러다 다 무너졌다. 결국 세계금융위기는 투기 때문에 벌어졌다. 그게 위기의 본질이다.” 

3.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가


 현재 전세계 경제상황에서 파생상품은 국제투기자본이 휘두르는 무기가 돼 버렸다. 견제받지 않는 천방지축 ‘카지노 자본주의’는 사고 위험성도 높아진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가 난무하는 고속도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해보라. 다음에 소개하는 씨티그룹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기 소송은 작은 단편일 뿐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9일, 사기 혐의로 기소됐던 미국 씨티그룹이 벌금 2억 8500만 달러를 납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합의금이 당시 우리 돈으로 약 3244억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증권거래위원회가 씨티그룹을 기소한 것은 씨티그룹이 부동산거품이 붕괴할 것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부동산 관련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그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투자자들을 오도해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봤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에서 촉발된 부동산 거품 붕괴 당시 투자자들에게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을 판매해 1억 6000만 달러나 되는 수수료 수익 등을 거뒀다. 2007년 말 주택시장 침체로 대출자들이 대출금 상환을 못하자 신용평가사들은 씨티그룹이 판매한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들의 신용등급을 대부분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이 상품을 사들인 헤지펀드와 투자회사, 채권보증업체 암박 등이 큰 손해를 봤다. 씨티그룹이 내야 할 돈에는 모기지 연계 파생금융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을 판매하면서 챙긴 수수료와 각종 수익, 거기에 벌금 9500만 달러가 포함돼 있다. 이 돈은 투자자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2010년에는 골드만삭스도 부채담보부증권 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위한 중요한 정보를 누락시켰다는 이유로 사기혐의로 제소당한 뒤 5억 5000만 달러를 냈다. SEC는 골드만삭스를 기소하면서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 폴슨의 요구에 따라, 폴슨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폴슨이 포트폴리오 선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거래를 진행하였다(새사연, 2010: 1).”고 적시했다. JP모건체이스 역시 2011년 6월 비슷한 혐의로 1억 5360만 달러의 벌금을 낸 바 있다.


4. 파생금융상품 막아야 하나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시장만능주의가 한국 사회를 잠식했다. 금융허브라는 말이 난무하고 이제는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업으로 세계경제에 우뚝 서자는 담론이 넘쳐난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전세계가 경험한 것은 제조업과 탄탄한 사회안전망이 없이 금융에 의존하는 경제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였다. 온갖 화려한 수학공식으로 포장된 파생금융상품은 실제 국민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부가가치를 거의 생산해내지 못한다.


  세계 금융업 중심지인 영국과 세계 제조업 중심지인 독일의 최근 경제상황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듯이 금융중심 경제는 규제완화와 민영화, 단기수익 추구와 쌍을 이룬다. 그래야만 파생금융상품을 더 많이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도 파생금융상품과 헤지펀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꾸준히 보여줬다. 하지만 이제는 파생금융상품이 과연 우리 경제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파생금융상품은 국민경제에 별다른 도움이 안되며 오히려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게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와 관련 새사연(2009: 11)은 “파생상품시장이 자산 가치의 하락에 대비한 위험회피 수단이라면 해당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거래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는 그저 도박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어 지금같이 “큰 규모로 파생상품 시장이 발전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를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겠지만 그럼에도 “파생상품시장을 축소하고 규제를 강화하며,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에 대해서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기본 원칙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밑바탕에는 “자본주의 지배계급이 사회를 통제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매커니즘에 대해 민주적인 통제”를 가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강상구.(2000).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 문화과학사.
경향신문 특별취재팀.(2010). 『세계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를 딛고 다른 사회를 상상하다』. 한스미디어. 
매일경제, 2011.11.4. 유럽쇼크에 헤지펀드도 죽쒔다. 
민중의소리.(2011.11.08.). 그리스 파판드레우 사퇴와 유로존 탈퇴 논란의 이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2009). 파생상품시장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2010.04.20). 골드만삭스는 어떻게 사기를 쳤는가.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2년 3월 23호. <또 하나의 폭탄, 신용부도스와프> 141~143.자작나무통신.(2010).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재정확장 여전히 유효하다".www.betulo.co.kr/1633

자작나무통신.(2011). 국제투기자본 다음 공격목표는 프랑스?. http://www.betulo.co.kr/1939
자작나무통신.(2011). 사기 혐의 씨티그룹 3244억원 벌금 합의. http://www.betulo.co.kr/1922
자작나무통신.(2011.9.16). 스위스 UBS 파문 통해 본 역대 금융사고들.http://www.betulo.co.kr/1887
조영철.(2007). 『금융세계화와 한국 경제의 진로; 민주적 시장경제의 길』. 후마니타스. 
현대경제연구원.(2011). ‘헤지펀드발 이탈리아 재정위기 고조-PIIGS 5개국의 재정위기 악순환 형성’. 
CNBC.(2011.11.14.). Hedge Funds Are Buying Italian Bonds



  1. 이 법은 엔론이 주도한 법안이라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엔론은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실상은 “교묘한 수법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해 이익을 부풀려 발표했던” 기업이었다. “그들의 로비에 의해 상품선물현대화법안은 2000년 말 의회에 제출된다. 부시와 고어의 치열한 당선자 확정 소송이 끝난 직후 금요일 밤, 회기를 며칠 남기지 않은 채 1100여 개의 다른 법안에 섞여서(경향신문 특별취재팀, 2010: 129)” 얼렁뚱땅 통과됐다. ”엔론은 이 법이 제공한 규제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전력을 다른 주로 빼돌렸다 되사오거나 인위적으로 전력난을 조장해 비싼 값을 받는 수법으로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 그것이 2001년 캘리포니아 전력 공급 중단 사태의 내막이었다(경향신문 특별취재팀, 2010: 12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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