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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0 15:51

존경심을 이렇게도 표현하는구나



존경심을 글로 표현한다는 건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건 마치 내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로 표현하는 것 만큼 어렵다. 진부한 표현은 싫지만 그렇다고 미사여구만 늘어놓는다고 진정성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소설가이자 '디 차이트' 고정 기고자인 모리츠 폰 우슬라가 슬라보예 지젝에 대해 쓴 글에서 나는 "아 존경심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슬라보예 지젝을 사흘 동안 동행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현실 자본주의 개혁은 철학적 코뮤니즘보다 복잡하다'란 글인데, <이코니미 인사이트> 2011년 12월호에 실렸다.

"그를 만나는 순간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슬라보예 지젝은 슬라보예 지젝처럼 보였다. 레이디 가가가 레이디 가가처럼 보이듯이 말이다… 그는 전형적인 슬라보예 지젝 의상을 입고 있었다."

1988년 즈음으로 생각한다. 당시 나는 자그마한 면에 있는 중학교에 다녔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다. 평소에는 한산하기 짝이 없는 면 버스정류장과 주변 도로를 사람들이 가득 뒤덮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걸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인 그 사람들은 오로지 한가지 목표를 공유하고 있었다. 바로 '김대중 슨상님' 얼굴이라도 한 번 보자는 것이었다. 

평민당 대표였던 김대중이 무슨 이유에선가 차를 타고 우리가 사는 면을 지난다는 얘길 듣고 어린 마음에 나도 인파에 이리저리 휩쓸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 바로 앞에 검은색 차가 있었다. 뒷자리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는데 그 안에 어떤 사람이 앉아서 손을 살짝 흔들고 있었다. 그는 바로… 김대중이었다. 

그때 내 느낌이 딱 그랬다. 김대중은 너무나도 김대중과 똑같이 생겼다. 후덕하게 생긴 얼굴도 그렇고 얼굴 생김새가 내가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봤던 딱 그 김대중이었다. 어린 나로서는 그게 너무 놀라웠다. 김대중과 똑 닮은 김대중을 내가 바로 앞에서 만나봤다. 
 
 

사실 나는 슬라보예 지젝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 그가 진리에 대해 말한 구절을 읽고는 최소한 그에 대해 호기심은 갖게 됐다. 

"나는 보편적 진리를 믿습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는 자신만의 진리를 가지고 있고, 코뮤니즘은 또 다른 진리를 가지고 있다. 그 둘의 화해점을 찾아보자'라고는 절대로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 같은 진리 말입니다. 절대로 안되지요. 진리는 중간에 놓인 것이 아니라 항상 한쪽에만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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