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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22:00

공공외교, 이것만은 하지말자


2011 년 10월18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외교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했던 토론문을 올린다. 블로그 등에 이전에 썼던 글을 수정 보완한 것이라 대놓고 들쳐보이긴 민망하지만 그래도 블로그란게 자료실 기능도 있는 것이려니 싶어 그냥 그대로 올리기로 한다. 


1. 공공외교의 전제조건-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공공외교는 간단히 말해 ‘상대방 국민의 마음을 직접 얻는 외교’라고 할 수 있다. 한국같은 나라에게 공공외교가 필요한 건 무엇보다도 4대 강대국에 둘러싸이고 분단된 상황에선 힘으로 밀어붙이는 외교는 물론이고 한류 자랑만 하거나, ‘자랑스런 1만년 역사’같은 허황된 국수주의 경쟁을 벌이거나, 다른 이웃은 나몰라라 하고 특정 이웃만 ‘편애’하는 행태 모두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이란 문제의식 때문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상대국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는 걸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나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각인시킬 것인가, 이는 우리는 어떤 나라를 알릴 것인가란 주제로 직결된다. 고민은 근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란 토론으로 이어진다.


이스라엘을 예로 들어보자. 이스라엘은 2009년 공공외교와 해외 유대인들을 담당하는 장관급 전담부처를 신설했다. 특히 미국에 대한 공공외교를 전략적으로 진행한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대해서만큼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이해와 공감’을 얻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계 로비단체인 AIPAC는 미국내에서도 최대 최고 로비단체다.


오바마 대통령조차도 이 단체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중동인들의 ‘불신’을 보면서,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한 각국 문화축제에서 팔레스타인 부스 앞에서 땡볕에 길게 늘어서 있는 헝가리 시민들을 보면서 나는 이스라엘 ‘공공외교’의 빛과 그림자를 본다.


안보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기 시작한 이스라엘 공공외교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긍정적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스라엘은 첨단산업과 농업 발달 등 선진국가로서 면모를 과사하고, 홀로코스트 희생을 역설한다.


율리 에델스타인 장관은 최근 서울신문과 이메일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피해자이며 평화를 옹호한다’는 점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800만 인구 가운데 20%에 이르는 무슬림과 아랍인 기독교도가 시민으로서 완전한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팔레스타인은 아무런 양보도 없이 모든 것을 다 차지하려 한다. 심지어 조상 대대로 이어진 우리 영토에 대한 유대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일방적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조차 우려를 표명하는 정착촌 건설에 대해서도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심지어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는 분리장벽에 대해서도 "장벽은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을 위협하는 폭력으로 인한 결과물이자, 분쟁을 줄이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방어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이 진심이라면 이스라엘 공공외교는 공공외교의 전제조건인 자기 인식에 실패한 것이다. 만약 그의 발언이 공치사라면 이스라엘 공공외교는 21세기형 프로파간다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공공외교는 어떠한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점령’하고 있다는 한류를 통해 달러 좀 더 많이 벌어보겠다고 해외에서까지 ‘K팝 공연 촉구 플래시몹’이란 신종 관제데모까지 만들어내고 한류를 무슨 신성장동력이나 되는 듯이 난리치는 정부를 보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한류에 취한 한국의 슬픈 조급증과 물욕을 본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 것일까. 그게 해결이 안되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외국에 알릴지가 해결이 안된다. 그게 안되면 글로벌만이 살길이니 해외 인재 영입해야 한다며 인도 사람 채용해놓고 고작 한국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며 삼겹살에 소주로 밤샘시키는 짓이나 벌이는 어떤 나라 대기업처럼 되기 십상이다.


2. 한국 공공외교의 현실


폴란드의 한류 팬들이 한국 K-POP 가수들의 폴란드 방문을 기원하는 플래시몹을 7월 30일 오후 3시 바르샤바 최고 명소인 문화과학궁전 앞 광장에서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의 출처가 어디일까? 바로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29일 "K-POP 공연 기원 플래시몹 행사-폴란드 바르샤바에서도 개최'란 보도자료를 냈다. 그 직전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7월9일 플래시몹도 한국문화원에서 사실상 주관한 것이었다. 언제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해외 관제데모까지 조직하는 곳이 됐는지 의문이다.


지난 10월9일엔 여러 매체에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 성문란 실태가 충격적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알고보니 이 대북소식통은 국가정보원이었다. 국정원은 9일 통일부 기자단에 이 자료를 보냈고, 기자들은 국정원 제공이라고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자료를 접수해 보도했다는 게 미디어오늘을 통해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17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방정보본부와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위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미디어오늘, 2011.10.10. 「‘북한 성매매 보도’ 대북 소식통은 국정원?」)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보위 소속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최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언론에 보도된 '북한 성문란' 관련 기사 내용에 대해 국방정보본부 관계자가 사실무근이며 루머에 불과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외교문제로 보더라도 가장 중요한 영역 가운데 하나인 대북관계에서조차 유치한 프로파간다에 의존하는 것이 현재 한국 정부의 현실이다.


(오마이뉴스. 2011.10.18. 「국방정보본부 관계자, ‘북한 성문란’ 기사 “사실무근, 루머”)


외교부는 과연 얼마나 다른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피랍사태는 국민들에게 외교부의 외교 역량이 국정원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지난 4월 코트디부아르 대사 상아 밀반입 사건은 외교부의 내부 조직기강의 맨얼굴을 드러냈다.


적잖은 재외공관이 현지 주요인사에 대한 기본 정보보고조차 망각하는 실정이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 내부전산망인 ‘주요인사 접촉관리 시스템’은 개점휴업이었고, 외교부는 이를 방치했다. 일본·러시아·독일·영국 주재 대사관과 유엔 주재 대표부 등 전체 공관의 52.6%가 2007년 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주요인사 접촉기록을 한 건도 입력하지 않았다. 주 중국·프랑스 대사관 등 15.3%는 10건 이내였고 주 미국 대사관 등 10.9%는 11~50건 뿐이었다. 50건 이상 입력한 곳은 21.2%에 그쳤다.


영국 주재 대사관 등 27.0%는 주요인사 인물정보조차 전혀 입력하지 않았고, 주 러시아 대사관 등 8.0%는 10건 이내, 주 일본 대사관 등 25.6%는 11~50건에 그쳤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감사원 지적 이후 자료입력과 관리를 독려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점검 결과 이전보다 30~40% 가량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물론 외교부로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외교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교부가 국민들에게 ‘엘리트 의식과 비밀주의로 똘똘 뭉친’ 조직으로 각인돼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정보공개 비율에 관한 것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외교부 정보비공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외교부는 공개비율이 전체 정보공개청구 건수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여타 중앙부처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치였다. 또한 취하 등 정보공개처리 자체를 거부하는 비율도 높은데 이는 권력기관의 지나친 정보 비공개 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주재관의 소속 부처별 직급 현황을 국익이란 이유로 대외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외교부 홈페이지 주재관 관련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주재공관 모집공고만 살펴봐도 어느 공관에서 어떤 업무로 어떤 직위와 직급의 주재관이 필요한지 자세하게 나와 있다. 외교부 스스로 원칙 없는 폐쇄성만 부각시키는 셈이다.


외교부는 공공외교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문화외교국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외교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는 비공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예컨대 2009년 나온 ‘한국의 문화외교 강화를 위한 추진전략 및 지역별 차별화 방안’은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정보서비스(PRISM)에서 비공개로 처리돼 있었다. 외교부는 지난해 연구보고서가 나온 ‘정부개발원조(ODA)의 대국민 인지도 및 공감대 확산을 위한 홍보방안 연구’ ‘ODA 정책 및 홍보사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글로벌 원조체제 방향성 연구’ 등도 모두 비공개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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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1
  1. momo 2012.03.08 18: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우연히 방문하여 올리신 글을 읽었는데요, 참으로 생각이 많아지네요. 일본에서는 외교관들이 의무적으로 면담록을 기록하게 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이 면담록들을 중심으로 주요 외국인사들의 데이터를 축척한다고들 하는데.... 저희는 이런 기록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서 슬프네요.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개선이 되길 기대해보며, 죤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