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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9:30

서독 경험에서 배우자 "동독이 거부 못할 제안을 고민했다"



“과거 서독과 동독 사이에서도 동독은 뭐든지 서독한테서 얻어가려고만 하고 대가는 내놓지 않으려 했다. 서독에서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동독과 협상을 했다. 상대가 응하지 않더라도 협력을 제안하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제안을 하면 동독 정부가 절대 거부하지 못할까 항상 고민했다. 대신 협력을 제안할 때는 분명하게 ‘체제 변화와 개혁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동독이 일단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 다음에는 그걸 계기로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고민했다.”


 다음달 3일이면 한때 서독과 동독으로 불리던 두 국가가 ‘독일’이라는 이름을 회복하며 통일된지 2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서울 동빙고동 주한독일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스 울리히 자이트 대사는 최근 급격히 냉각된 남북관계와 북한 후계문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분단과 통일 경험을 들려주며 한반도 통일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는 ‘실용적 접근’이란 말을 여러차례 써가며 교류협력을 통한 긴장완화를 주문했다.

 그는 ‘상호주의’와 ‘민족우선’을 둘러싼 우선순위 논쟁과 관련, “두 원칙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실용적으로 자세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독은 동독 정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비용이 적게 드는 양보를 요구했다.”면서 가령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하는 대신 정보를 좀 더 공개해라 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교류에 당장 돈이 들지도 않고 파급효과도 작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자이트 대사는 “통일 과정이 너무 급작스럽다 보니 통일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면서 독일이 겪었던 두가지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먼저 “동독 경제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때 동독 경제력이 세계 7~8위권이라는 말까지 있었지만 실제 통일을 해보니 동독 경제력은 붕괴상태였다.”면서 오판으로 인한 엄청난 비용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서독의 사회보장제도를 동독에 하루아침에 적용”한 점을 꼽았다. 그는 “서독에서 우수한 사회보장제도가 가능했던 것은 고도로 발달한 경제가 뒷받침했기 때문이었다.”면서 “경제가 붕괴된 동독에 서독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한 것은 오류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경제수준을 올바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과 함께 “엄청난 경제격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경제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국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한국의 경험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지금 산림이 황폐해졌는데 한국의 조림사업 경험을 북한에 적용한다면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독일은 통일 직후 평양에 있는 동독대사관을 폐쇄했다. 이는 독일이 북한 정권과 거리를 둔다는 의사표시였다. 그러면서도 외교관계까지 단절하진 않았다. 상호협력 가능성 남겨놓기 위해서였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 당시 한국 정부는 독일 정부에게 옛 동독 대사관을 다시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햇볕정책 차원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독일 정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평양에 대사관을 다시 열었다.

자이트 대사에 따르면 독일정부는 당시 세가지 이유를 들었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첫째, 서울에 있는 주한독일대사관처럼 평양 대사관도 긴장완화에 기여해야 한다. 둘째, 주평양독일대사관 통해 북한 인권상황 개선에 이바지하고 거기에는 북한 사람에게 더많은 정보제공도 포함한다. 세째, 궁극적으로 평화와 자유 속에서 통일을 이룩하는걸 돕고자 한다.

 이런 목표를 위해 독일 정부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자이트 대사는 “북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고 인정한다. 이런 와중에도 독일은 최근 북한 임업 전문가들을 독일로 초청해 독일 조림사업 경험을 전수해줬다고 한다. 교육과 의료, 문화 교류도 꾸준히 이어간다. 얼마전에는 독일 외무부 예산 지원해서 개성에 있는 조선 태조(이성계) 옛 집을 복원하는 사업을 돕기도 했다.

 자이트 대사는 “1950년대 전쟁 직후 동독 엔지니어들이 미군 폭격으로 폐허가 된 함흥시를 재건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면서 “이번 여름에 베를린에 갔을 때 동독 출신 엔지니어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공산주의자여서가 아니라 기술자로서 함흥에 갔던 것임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들에겐 함흥이 공산주의 도시냐 아니냐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 당시 정책이 지금도 독일 정책의 기본 노선이다. 북한에 조언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앞으로도 제한된 예산과 방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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