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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6 14:01

급변하는 시대, 현 정부는 따라잡을 수 있을까

지난 6월2일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패배했다. 한나라당이 이긴 곳에서도 여소야대 상황이 된 곳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권력지도에 의미있는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지금 있는 곳이 국제부다 보니 전세계 각지에서 있었던 선거를 모니터링해봤는데 뜻밖에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바로 집권당이 거의 패배했다는 거다.

지구 곳곳에서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집권세력이 곤경에 빠졌다. 2008년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급증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등은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을 높였고 이는 선거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들어 지금까지 최소 28개 국가에서 대선, 총선과 같은 정권 교체가 가능한 선거가 치러졌거나 지방 선거, 의회 보궐 선거 등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을 지닌 투표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9개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했다. 여당이 승리를 거둔 경우에도 스리랑카, 수단, 에티오피아 등에서 부정 선거 시비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0년은 전세계 집권 세력에게 ‘무덤’을 떠올리게 하는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에서 실시된 전국단위 주요 선거 13회 가운데 집권세력이 승리한 것은 단 2회에 불과했다. 칠레, 헝가리, 영국,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벨기에 등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났다.

 <올해 상반기 OECD 주요선거>

 1월17일-칠레/ 대선. 야당 후보 세바스티안 피녜라 당선
 3월3일-네덜란드/ 지방선거. 집권 기독민주당 패배
 3월21일-프랑스/ 지방선거. 사회당 등 좌파 야당 연합이 압승
 3월28~29일-이탈리아/ 지방선거. 집권 중도우파 승리
 4월11일-일본/ 지방선거. 집권 민주당 패배.
 4월25일-헝가리/ 총선. 청년민주동맹 과반 확보
 4월25일-오스트리아/ 대선. 하인츠 피셔 대통령 재선 성공
 5월6일-영국/ 총선. 보수당·자유민주당 연정구성
   5월
28~29일-체코/ 총선. 집권 사민당 등 과반확보 실패
 6월2일-한국/ 지방선거. 한나라당 패배
  
6월9일-네덜란드/ 총선. 집권 기독민주당 원내4당으로 전락
   6
월12일-슬로바키아/ 총선. 중도좌파 스메르(Smer) 연정 과반확보 실패
 6월13일-벨기에/ 총선. ‘새 플랑드르 연대’ 원내1당으로 부상


이런 흐름은 특히 유럽에서 도드라진다. 지난 1월 크로아티아에선 비록 상징적 국가수반이긴 하지만 좌파 사회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곧이어 칠레와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3월에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했다. 내각제 국가인 헝가리와 영국에선 각각 4월과 5월에 야당이 집권당을 패배시켰다. 이달 들어서도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벨기에 총선에서 집권당이 모조리 패했다.

가령, 벨기에에선 39세 당대표가 이끄는 ‘새 플랑드르 연대’(NVA)가 연방하원 원내 제1당 자리에 올라섰다. 반면 총선 전까지 연립정권을 이끌었던 왈롱 자유당(MR)과 플랑드르 기독민주당(CD&V)은 각각 원내 제3당과 제4당으로 떨어졌다. 지난 9일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집권 기독민주당은 의석을 절반 가까이 잃으며 제4당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3월 지방선거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중도우파가 13개 주 가운데 4곳에서 승리해 선전한 이탈리아와 하인츠 피셔 대통령이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 오스트리아 정도가 예외일 뿐이다.

세대교체에 휩쓸리는 기득권

집권세력에 대한 ‘응징’과 함께 눈에 띄는 흐름은 40대가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하는 세대교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44세 총리(데이비드 캐머런)와 43세 부총리(닉 클레그)가 국정을 맡게 된 영국이다. 야당이 노동당에서도 올해 45세인 데이비드 밀리밴드가 차기 당대표로 유력하다. 의원 면면은 더 역동적이다. 영국에선 총선 전까지 전체 650명 가운데 114명이 65세가 넘은 초고령화 의회였다. 이들 대부분이 은퇴하면서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됐다. 

젊은 시절 김대중(왼쪽) 김영삼(오른쪽) 모습. 이들도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정치지도자로 부상했다.


오르번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47세이고 네덜란드 새 총리로 유력한 마르크 루터 자유민주당 당대표는 43세다. 심지어 벨기에 총선을 승리로 이끈 ‘새 플랑드르 연대’ 바르트 데베베르 당대표는 39세이고, 2년 전 핀란드 사회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유타 우르필라이넨는 올해 34세다. 지난해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현재 48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더이상 40대 정치지도자가 낯설지 않고 일부에선 30대 당대표도 활동중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예비후보마다 자신을 ‘정치신인’으로 소개하며 새로움을 강조하는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4일 청와대와 내각을 ‘젊은 세대’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흐름의 밑바닥에 있는 거대한 흐름은 무엇일까. 단순히 ‘보수화’나 ‘경제위기’가 아니라 ‘권력의 작동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성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의식성장과 기술발달, 지식공유 등을 통해 전세계 차원에서 공중(public)이 확장되고 있다.”면서 “이는 개방성과 투명성, 집단지성으로 권력의 작동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른바 투표참여 ‘인증샷’을 인터넷에 올리면 서로 칭찬 댓글을 달아주는 것도 중요한 ‘보상’이다.”면서 “인터넷이 선거참여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추고 보상은 높였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40대에서 50대로 세대분기점이 바뀌었다.”면서 “40대 중후반 투표행태가 젊은 세대에 연동되는데 뉴미디어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어난 인터넷을 통한 대규모 결집이 현 정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적은 없었다.”면서 “그것은 집권세력이 내세우는 ‘꿈’이 20~40대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상징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속하고 광범위한 정보교류가 이뤄지면서 정보독점과 정보통제는 효용성을 잃어가고 있다. 집권세력에 대한 평가 속도도 빨라졌다. 확장된 사이버직접민주주의시대에 미래를 기약하는 정치세력은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점 못지 않게 “‘소통’과 ‘민심’이 승패를 가른다.”면서 “기본에 충실하라.”고 강조했다.

김성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고자 하는 정치세력이라면 당장 ‘사이버 진지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북에서 평화로, 한미동맹에서 ‘자존심’으로 지배담론이 바뀌고 있다.”면서 “집단지성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새로운 ‘의제’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때는 큰 꿈이 있는 사람은 인터넷에 글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뉴미디어에서 존재감이 없으면 지도자 자격 자체를 부여받지 못하게 됐다.”면서 “뉴미디어는 흔적을 남긴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정치지도자에게 갈수록 중요한 가치로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터넷 사이버 민주주의는 세계적인 트렌드”라면서 “정보 자체가 위에서 아래로 뿌려주던 방식에서 거미줄같은 연결망을 통해 공유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정치세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유권자들의 구미를 맞추는 것이 점점더 힘들어진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정치학에서 말하는 ‘정치 재편성 주기’가 길었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무당층이 늘어나면서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보전달속도가 빨라지면서 과거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던 집권정당이 불리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이를 “여당 프리미엄 붕괴”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실업문제를 예로 들어 “통계수치만 갖고 실업률이 줄었다고 해봐야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가 없다. 이제는 단순한 애국심이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권력주기가 짧아졌다는 시각에 대해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달 영국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은 10년 넘게 집권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 때문에 패배했다.”며 “주기가 짧아진다고 일반화하기 힘들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각종 신기술 자체가 아니라 국민의견을 잘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 입법조사관은 이를 “변화에 잘 대응하는 정치세력은 선거에서 선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최근 세계 각국의 선거 경향은 야당 승리보다는 여당 패배에 더 가깝다.”면서 “여야 포함해서 대다수 정치세력이 시대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SNS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과감하게 정책을 손질하고 지도부를 교체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영국 보수당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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