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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4 19:26

노무현을 추모한다 하지만 거품은 반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새롭게 혹은 새삼 그의 빈자리를 되돌아보는 글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런 글에 공감하는 사람입니다만, 그럼에도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혹자는 노통이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을 예전처럼 권위적으로 누르지 않았던 점을 ‘업적’인 양 얘기합니다. 혹자는 노통이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를 없애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하며, 그가 얼마나 특권의식이 없는 사람인지 얘기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업적이 되려면 중요한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노통은 그 전제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통은 검찰의 목에 걸려있던 개줄을 풀어줬다고 합니다. 저는 노통이 개줄을 정말로 풀어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설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게 잘한 겁니까? 적어도 검찰을 더 이상 ‘개’가 아니도록 만들 수 없다면 ‘개줄’은 시민안전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닐까요?

고위공직자수사처가 됐건, 검경수사권조정이 됐건, 미국이나 일본처럼 검찰을 감사하는 독립위원회가 됐건 뭔가는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 것 없이 검찰을 놔준게 무슨 자랑입니까? 그 결과가 현 정권에서 보여주는 검찰 모습이라면 노통이 검찰을 대했던 방식은 ‘아마추어’ 소리를 듣는 혹은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실책은 아니었을까요?

어떤 분들은 노통은 정보정치를 안했다고, 부당한 정보수집을 안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노통도 경찰한테서 정보보고 다 받았습니다. 그리고 노통이 정보경찰을 없앤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축소한 것도 아닙니다. (국정원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어서 논외로 합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자는 노통이 얼마나 국보법 폐지에 열성적이었나를 얘기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첨예한 사안이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사안이라면 일부조항 폐지라는,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도 동의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선결과제는 사실 따로 있었던 것 아닐까요?

바로 경찰청 보안국입니다. 국보법으로 먹고 사는 조직이 경찰청 보안국입니다. 보안경찰. 사실 보안경찰만 구조조정해도 국보법 문제의 토대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국보법으로 먹고 사는 현실적인 이해관계자 한 축이 없어지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중요한 건 노통 스스로 말했듯 시스템, 제도가 아닌가 하는 겁니다.

교육부가 외부통제도 없이 운영하는 특별교북금, 그 축소판인 교육청 특별지원비, 문화부장관이 지정하는 데 쓰도록 돼 있는 공익사업적립금을 보면서 제도가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생각합니다.

특별교부금 개혁한다던 교육부, 1년 지나도 감감무소식
교육부엔 특별교부금, 교육청엔 특별지원비

유인촌 장관 올해 업무추진비는 420억?

또한, 한번 정해진 제도가 얼마나 질기게 살아남아 때론 복덩이가 되고 때론 암세포 덩어리가 되는지 석탄산업지원사업과 지방공항 사례에서 배웁니다.

예산 먹는 하마가 돼 버린 석탄산업지원
양양공항, 뇌사판정을 받다

우리가 지도자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선의(善意) 혹은 경청(敬聽)보다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노통은 외로운 길을 걸어간 게 분명하지요. (특히 기록관리란 면에선 그는 정말이지 훌륭한 지도자였습니다.)

다만 ‘구관이 명관’이어서 그런 게 아닌, 냉정한 공과 평가가 가끔 아쉬워지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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