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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1 15:55

감세는 과속 서민복지는 역주행

감세는 ‘과속’ 서민복지는 ‘역주행 ’위험한 재정정책

새 정부 들어 쏟아지는 ‘감세 폭탄’이 서민에게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복지 후퇴는 없다고 공언했지만, 복지예산이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후퇴한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각종 감세안이 쏟아진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감세액만 해도 40조원이 넘는 데다 국회 개원과 더불어 의원들이 각종 감세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돼 그 규모는 훨씬 커질 듯 보인다. 감세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권인 만큼 충분히 예상되었던 상황이기는 하다. 우선 법인세율을 3% 인하해 5년간 37조원을 감세한다든가, 고유가 대책에 따른 유가 환급,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따위로 4조원을 감세하는 등 지금까지 제출된 감세액만 45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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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안이 그대로 현실화하면 ‘촛불’ 수준의 감세가 ‘대형 화재’ 로 번질 수 있다. 위는 후보 시절 시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하지만 이에 대한 재원 대책은 거론되지 않아 ‘감세’가 어떤 계획을 가진 경제정책이라기보다는 ‘포퓰리즘’에 따른 전형적인 인기 위주의 정책이라는 염려를 갖게 한다. 물론 정권 초기마다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이 추진되는 경향은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감세정책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 기존의 문제점을 더욱 큰 규모로,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한다. 

사실 일반 국민에게 감세는 ‘달콤한 유혹’이다. 감세로 인해 자신도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지 따져보자. 세금에는 두 개의 커다란 ‘구멍’이 있다. 하나는 탈세이고, 다른 하나는 감세이다. 사람들은 탈세에는 무척 민감하지만 감세에는 그렇지 않다. 가령 소득세에 대한 감세 때문에 임금노동자의 절반은 과세점 이하가 되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감세는 ‘숨은 예산’(조세지출)이라고 한다. 써야 할 예산을 행정상의 편리함 때문에 미리 지출하는 것이다. 이 중에는 필요성이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감세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재정학자는 감세에 부정적이다. 독일처럼 ‘경기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으로 보는 나라도 있지만, 미국 등 대다수 나라는 ‘세수 손실’이라는 면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1960년대부터 감세의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통해 불필요한 세금 감면을 줄이기 위한 조세지출 예산제도를 뒀다.

7년간 101조원 감세, 두 배 늘어

우리의 경우에도 감세 규모를 파악하려고 1999년부터 조세지출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때의 규정은 “조세의 정상 체계에서 벗어난 특례 규정에 의하여 납세자의 세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발생하는 국가 세입의 감소”이다. 다분히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지출은 재정정책 수단으로 사용하기 간편하고 비용이 덜 든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세수 손실, 세제의 복잡화, 세 부담의 불평등, 시장 기능의 저해 등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세금 감면의 규모가 얼마나 되며 또 얼마나 늘어났을까? 관련된 통계를 파악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살펴보면, 그 현황을 알 수 있다. 

아래 표에 나오는 것처럼 1999년부터 2006년까지 7년 동안 219개 항목에서 101조원이나 되는 세금 감면이 이뤄졌다. 국민 한 사람당 200만원이 넘는 액수다. 2007년도 소득세와 법인세 등 내국세가 117조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에 맞먹는 액수라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 7년 동안 세금감면액의 증가율은 102%로 2배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세금 증가율은 82% 에 그쳤다. 조세 수입에 비해 지출이 급격히 증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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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안이 그대로 현실화한다면 ‘촛불’ 수준의 감세가 대형 화재 수준으로 번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2007년도 감면액은 22조원으로 국방비와 거의 맞먹는다. 즉 감세가 없었다면 국방비만 한 예산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예산과 비교할 수도 있다. 2007년 사회복지 예산 55조원 중에서 공무원연금 10조원 등 공적연금을 빼고 순수한 기초생활 보호와 취약계층 보호에 쓰는 재정은 7조원에 불과하다. 만약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교육이나 R&D(연구개발) 등 미래를 위한 투자나 사회복지에 투여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크게 바뀔 것이다.

물론 세금 감면에는 소득공제나 자경 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공제 등 근로자·농어민을 위한 지원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기업이나 특정 이익집단의 혜택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사업용 자산에 투자한 내국인에게 투자금액의 일정률을 세액 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는 대부분 대기업에 지원되는데 2006년에만 2조원이 넘었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은 환율 방어를 통해 간접 지원을 받는 데다 법인세 혜택 등을 포함하면 적어도 10조원을 넘는 혜택을 누리는데,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적다.

 감세,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배불려

지금 나라 살림은 두 가지 문제점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 첫째는 대안 없는 감세가 대규모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집권 첫해에 무려 18%에 달하는 조세 감면을 통해 감세를 진행했다. 이때 법인세와 근로소득세를 2%씩 낮추는 사실상의 감세를 진행했다. 그래서 감세만 보면 ‘우파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증세의 필요성과 복지를 강조하는 왼쪽 깜빡이를 켜고 실제로는 감세라는 우회전을 한 셈이다.

그런데 현재 이명박 정권의 재정정책을 보면 참여정부를 반복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재정 위기를 불러올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감세를 꺼내지도 않았던 참여정부에서도 그 정도였는데 감세를 모토로 내건 이명박 정부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책 없는 감세는 큰 위기를 몰고 온다. 세금을 늘리는 것도 어렵지만, 감면된 세금을 연장하는 일도 어렵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나 장애인 LPG 차량 지원처럼 한번 지원된 것은 예·결산 심의도 없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참여정부가 이익집단의 로비에 밀려서 감세를 진행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앞장서 추진한다는 점이다. 국회 개원이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45조원의 감세안을 제출했는데, 이를 환산해보면 40% 이상의 조세 감면이 이뤄진다. 참여정부 증가율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둘째는 재정 여건이 급격히 악화한다는 점이다. 성장률 저하도 문제지만 더 큰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7년간 나라 살림은 ‘카드의 혜택’을 크게 입었다. 우리나라의 조세포착률(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경제활동 포착)은 2000년 50%대에서 2006년80%대로 높아졌다.

쉽게 설명하면, GDP가 900조원이라면 300조원에 달하는 새로운 세원이 포착된 것이다. 여기의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 국민 부담률 25% 정도를 계산하면 75조의 재정이 확보됐다. 따라서 세금을 낮추고도 재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세금은 대부분 부동산 거래나 자영업자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참여정부는 세율을 낮추고도 세금의 양이 증가해 세금 폭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국민에게 탈세는 세금 감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예상치 않았던 공돈이 없어진 것이다. 이제 선진국 수준에 다다른 세원 파악은 끝났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지리도 복이 없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7월1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능동적 복지를 주창하며 “경제가 어렵다고 복지정책이 뒷걸음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말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역행한다. 바로 하루 전인 7월10일,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09년 예산요구서를 보면 처음으로 복지예산의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증가분 6조4000억원에서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3조원 등을 제외하면 소외 및 취약 계층의 예산 증가는 1조원에 머물러 2% 이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예산증가율이 7.4%임을 비추어보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이명박, 복지정책 뒷걸음 없다더니

사회복지계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연기금의 확산 등 새로운 재정 수요에 따른 복지예산 수요가 연간 3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참여정부의 10%대 예산 증가도 이런 이유에서 비판받았다. 그런데 복지예산이 수요에 맞춰 늘어나기는커녕 감소한다고 하니 ‘복지 역주행’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세금 감면은 예산서에도 없고, 국회의 예·결산 과정에서도 논의되지 않는다. 그리고 한번 감면법이 생기면 되돌리기 어렵다. 한번 줄인 세금을 다시 늘리기 위해서는 몇 배의 조세 저항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세안이 확정되기 전, 정확하게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국민이 ‘달콤한 감세의 유혹’이 사탕인지 독인지 판단할  것 아닌가.

이 글은 밑빠진독님이 시사IN [45호] (2008년 07월 22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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